Mombasa in Kenya

다양한 민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몸바사(Mombasa)를 제대로 알고 나면 케냐는 물론 동아프리카의 역사를 한눈에 꿰게 된다. 이곳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삶을 기반으로 아랍과 포르투갈, 인도, 그리고 영국의 문화가 층층이 쌓여 다채로운 색감과 건축 양식을 보인다. 아름다운 인도양을 앞에 둔 몸바사의 하얀 해변은 야생의 케냐 내륙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몸바사에 대한 이미지는 참으로 다양하다. ‘동아프리카 최고의 휴양지’,‘살인적인 더위로 여행이 쉽지 않은 도시’,‘헤밍웨이가 사랑한 곳’ 등. 최근에는 해적과 관련해 우리나라 언론에 종종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우리나라 사람들 중 케냐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드넓은 초원에서 야생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사파리 여행을 즐기기 위해 가는 사람이거나 비즈니스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몸바사에 대해서는 잘 아는 사람들이 없다.

원양어선을 타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동아프리카의 항구 도시이지만 일반 여행객들은 잘 찾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인기가 좋은 휴양지다. 해발이 높은 나이로비와는 달리 해안가에 위치해 살인적인 더위를 느끼게 하는 몸바사를 유럽인들이 왜 좋아하는지 처음 방문해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몸바사의 속살을 천천히 느낄수록 그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몸바사의 매력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다양한 문화가 깃든 올드 타운

몸바사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전쟁의 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몸바사의 역사가 곧 전쟁의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차례 도시의 주인이 바뀌었다. 지정학적인 위치가 가진 놀라운 매력 덕분(?)에 도시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이 도시를 차지한 지배세력은 동아프리카의 해상권을 가졌다고 할 만큼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나이로비가 도시로서 발전해 나간 것이 19세기 후반의 일이라면 몸바사는 이미 12세기부터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예로부터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의 항구 도시로 자리 잡은 몸바사는 1498년 포르투갈이 진출해 1729년까지 아랍과 포르투갈 사이에서 치열한 쟁탈의 대상이 됐다가 1823년 말 영국의 보호령이 됐다.

그러나 역사 속의 모든 공간이 그러하듯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바사는 다양한 문화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그들만의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곳의 주민들 가운데 아랍의 영향을 받아 무슬림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나이로비나 그 외에 다른 도시에서는 좀처럼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올드 타운(Old Town)과 포트 지저스(Fort Jesus)다. 몸바사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도심에서 잔뜩 긴장한 여행객도 이곳에선 마음을 열고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심코 지나가면 지저분한 거리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올드 타운의 창틀과 대문을 살펴보면 다양한 문화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인도식 문양이 선명한 건축물과 아랍의 정취가 느껴지는 창틀, 포르투갈 양식의 나무 대문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골목골목 가득하다.

올드 타운에서 숨은 그림 찾기 식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찾는다면 포트 지저스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필요 없다. 말 그대로 하나의 요새로 명실 공히 몸바사 최고의 관광지다. 이 요새는 1593년 포르투갈에 의해 지어져 1631년부터 1875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아홉 차례나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요새의 변천 과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 요새 내의 박물관이나 허물어져 가는 돌담에서 만나는 옛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요새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여행객의 마음을 딱 트이게 한다. 이쯤 되면 몸바사만의 매력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눈부신 인도양과 하얀 모래사장

몸바사 도시 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서 이것이 전부다. 올드 타운과 포트 지저스를 둘러보는 데 소요되는 3시간 남짓이 지난 후에는 서둘러 몸바사 외곽으로 나서야 한다. 바로 해변에 위치한 휴양지로 향해야 한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에메랄드빛 인도양과 눈부신 모래사장과 만나면 비로소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에 도착한 느낌이 든다.

몸바사를 중심으로 동해안을 따라 멀리 북쪽의 라무(Lamu) 섬에서부터 남쪽의 티위 비치(Tiwi Beach)까지 수많은 고급 리조트들이 산재해 있다. 해변에 줄지어 있는 열대나무들의 하늘거리는 자태를 바라보고 있으면 끈적거리는 동해안의 무시무시한 습도도 잊게 된다.

이곳이 휴양지로 사랑받게 된 것은 1930년 이후이며 내륙 고원지대에 사는 백인들의 휴양지가 되면서 몸바사는 더욱 번화하고 휴양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곳이 해양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것은 말린디(Malindi) 마린 내셔널 파크 때문이다.

해안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호초 지대로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 좋다. 그 외에도 인기가 많은 것은 헤밍웨이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바다낚시로 어른 키만큼 커다란 생선을 잡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케냐 내륙을 여행하면서 그저 바라보는 여행에 지친 사람이라면 잠시 이곳에 들러 푸른 바다에 몸을 던지고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여러 소문이 무성한 몸바사이건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미혹(迷惑)의 땅이라는 점이다.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The Explorer] 동아프리카의 아름다운 관문, 몸바사
글·사진 오상훈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