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금리 전망

미국 경제의 위상 약화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시장 좇아가기가 정말 숨 가쁘다.” 국내 금융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달러 환율 동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높은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는 전망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지난 3월 말까지 11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급락, 5월 초 106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5월 중순부터는 반등해 1100원대로 올라섰다. 6월 들어서는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고 달러가 유로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재차 하락했다.

미국 경제의 위상 약화와 함께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중장기적인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동 폭을 키우며 급등세를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 원·달러 환율이다.

하반기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상승,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매수 수요가 많아 채권금리의 상승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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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환율 하락 압력 지속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인 변동은 많았지만 큰 흐름에서는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매수, 주요 통화 대비 달러 약세 등이 어우러지며 원·달러 환율은 1100원을 하향 돌파하고 1000원대로 진입했다.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예년 이상의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환율 하락 속에서도 수출 실적을 유지할 정도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졌다.

국내 기업의 수출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도 위안·달러 환율이 같은 폭으로 하락한다면 환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현재 한국의 수출은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상수지 이상으로 국내 외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식 및 채권시장의 외국인 동향이다.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장률과 재정건전성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튼튼하게 유지되는 한 외국인 투자자가 단기간에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종료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이 역시 금융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영향력은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QE2 이후에도 만기 도래 채권의 재매입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 변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 상승 요인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단순히 구제금융 지원이나 채무 만기 연장 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산업 기반이 약해 향후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구제금융 등을 통해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갚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빚을 안 지고 살 수 있는 구조로 탈바꿈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긴축을 비롯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될지도 불확실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돼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은행들이 채권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거나 손실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중국의 긴축정책이 지속되는 등 주요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 불안 심리 확산과 함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도리어 상승하는 역설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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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1000원대 초반 전망도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국내외 경제동향 외에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외환당국의 스탠스와 북한의 군사 위협으로 나타나는 지정학적 위험이다.

지난해 외환당국은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시로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 환율 하락 속도를 늦췄다. 올 들어서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대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외환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 환율 급락기에 확인된 것은 여전히 외환당국은 급격한 환율 하락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반기에도 당국은 환율 변동 폭이 커질 때마다 시장에 개입해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언제든지 서울 외환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흔히 지정학적 위험은 국내 금융시장에 내재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을 통해 북한 변수가 내재된 것 이상의 영향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모든 변수를 종합한 전문가들의 하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050~1080원으로 수렴된다. 하락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단숨에 1000원대 초반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CD금리 상승…대출금리 높아질 듯

한은은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 인상했다. 하반기에도 한두 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채권 매입 수요가 넘치면 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3.38%에서 5월 말 연 3.59%로 0.21%포인트 상승,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 폭인 0.5%포인트에 못 미쳤다. 같은 기간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08%에서 연 3.87%로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데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 수요도 여전해 시장금리 상승 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3분기 말부터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면서 시장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7~8월을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4분기 중에는 연 3.8~4.2%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91일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상반기 중 0.8%포인트 가량 상승, 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안겼다. 하반기에도 CD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폭과 비슷하게 올라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