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디나 워싱턴대 생명공학과 교수의 ‘브레인 룰’

[Education Issue] 부모와 대화 많이 하는 아이, IQ 높다
자녀 양육에 관한 한 누구나 시행착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양육에 있어서는 과학자의 조언도, 수많은 경험을 축적한 선배 부모들의 팁도 100% 정확하기는 어렵다.

과연 어디까지가 본성이며, 어디까지 양육의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할까.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부모, 또는 예비 부모에게 존 메디나

(John Medina) 워싱턴대 의과대학 생명공학과 교수가 시원한 해답을 알려준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인 <브레인 룰스>(Brain Rules)의 저자 존 메디나 박사는 실제 두 아들을 둔 아버지다. 그는 두뇌과학과 심리학의 성과를 활용해 다음 세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미국 시애틀퍼시픽대 두뇌응용학습연구센터를 이끄는 동시에 워싱턴대 의과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 시대 부모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그가 주장하는 ‘브레인 룰’의 기저에는 아이의 두뇌 법칙을 이해하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그 룰(rule)을 이해하게 된다면 부모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두뇌 발달용’ 장난감을 구입하는 오류를 더 이상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똑똑하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메디나 박사의 코칭 내용을 정리한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녀양육서 안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0~5세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IQ, 세월이 갈수록 변한다

유명 여배우의 다이어트에 따라 옷 치수가 변하듯 지능지수(IQ) 역시 바뀔 수 있다. 메디나 박사는 IQ는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환경에 놀라울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IQ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이가 들거나, 다른 문화를 체험하면서 바뀔 수 있고, 특히 아이의 IQ는 가족의 영향도 받는다. 예를 들어 한 가정에서 성장하는 형제자매 사이에는 IQ가 비슷한 속도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들보다 현격하게 IQ가 낮은 경향도 있다.

또 저소득층 자녀들은 중산층 자녀들보다 경제적 요소들이 IQ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아이는 IQ가 평균 12점에서 18점 높아졌다.

갓 태어난 아이는 ‘세계시민’이다

언어는 한 번 익히기 시작하면 빨리 발달하는 경향을 띤다. 1년 반이면 대다수 아이들은 단어 50개를 말하고, 100개 이상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수치는 36개월이 되면 1000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여섯 살이 되기 직전에는 6000개에 달한다.

태어날 때부터 계산한다면 하루에 3개씩 새 단어를 익히는 셈. 영어를 하려면 약 5만 개의 단어에 숙달해야 하는데, 놀라운 것은 이 수치에 관용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어휘 외에도 언어의 소리와 단어들의 감정적인 ‘의도’까지 배워야 하는 복잡한 학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유아들은 언어의 그러한 특징들을 놀라울 만큼 어린 나이에 탐지한다. 아기는 태어나면서 모든 언어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워싱턴대 학습 및 뇌과학 연구소 공동소장인 패트리샤 쿨 교수가 발견한 현상으로, 그는 그 나이의 아이들을 ‘세계시민’이라 부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은 계속 유지되지 않고 첫돌을 맞을 무렵이면 아기들은 더 이상 지구상의 모든 언어의 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쿨 교수는 그 ‘인식의 문’이 생후 6개월째부터 닫히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대화를 나누면 IQ가 올라간다

어려서부터 대화를 많이 한 아이들은 소득수준 같은 중요한 변수를 차치한다고 해도 IQ가 높다. 3세 무렵에는 부모와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부모와 필요한 말만 주고받은 아이들보다 IQ 점수가 1.5배나 높다. 하지만 아기의 두뇌에 이로운 것은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부모들은 아기와 대화할 때 ‘다른 말’을 쓴다. 이를 ‘부모어(parentee)’라고 하는데, 이런 말투는 아기들의 귀에는 매우 매력적으로 들린다. 부모어의 특징은 높은 어조와 모음을 길게 늘이는 것,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에 있다.

부모가 늘 의식하고 그렇게 말하진 않지만 이는 아기의 두뇌가 학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음은 갓난아기가 어른의 이야기를 모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성도(vocal track) 크기가 4분의 1밖에 되지 않으므로 몇 가지 소리만 낼 수 있는데, 처음엔 오직 고음으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말하기는 언제 시작해야 할까. 간단하다.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시작하면 된다. 한 연구 결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키운 아이들의 수학과 과학 성적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입증됐다.

똑똑함보다 ‘노력’을 칭찬하라
[Education Issue] 부모와 대화 많이 하는 아이, IQ 높다
“너는 참 똑똑해”라는 칭찬으로 일관하며 키운 아이는 실수를 ‘실패’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성공이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고정된 능력에서 온다고 부모가 설명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받아온 아이에게 부모가 “네가 자랑스럽다. 넌 정말로 똑똑한 아이야”라는 칭찬 대신 “네가 자랑스럽단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겠구나”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이처럼 변치 않는 재능보다는 통제할 수 있는 노력에 호소하는 것을 ‘성장 마인드세트(growth mindset)’형 칭찬이라고 한다.

30년 이상 지속된 연구는 성장 마인드세트가 강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고정된 마인드세트를 가진 아이들보다 학업 성적이 시종일관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성장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들은 실패를 대할 때도 활기찬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실수를 놓고 고심하지 않는다. 실수란 그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음악교육은 10년쯤 계속하라

음악은 아이가 말의 정서적인 측면을 파악하는 능력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카고의 한 연구진은 음악교육을 받아본 아이들, 어떤 악기든지 7세 이전에 시작해서 최소한 10년 정도 꾸준히 배운 아이들은 아기 울음처럼 감정으로 꽉 찬 신호에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까지도 번개 같은 속도로 응답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과학자들은 아기의 울음소리 안에 담긴 박자와 소리의 높이, 음색의 변화를 추적, 음악가의 뇌간(두뇌에서 가장 먼저 생긴 부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엿들었다.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은 “음악을 하는 아이들의 두뇌가 음악을 하지 않는 아이들의 두뇌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다른 환경에서도 감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지각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한 아이를 원한다면 어려서부터 음악 여행을 보내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Education Tip

“모차르트 음악과 수학 점수는 상관없다”

메디나 박사가 밝히는 자녀 양육의 진실 혹은 거짓

1. 근거 없는 믿음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면 아기의 미래 수학 점수를 올릴 수 있다.

진실 출생 후 아기는 그저 모차르트의 음악을 기억할 뿐이다. 아기가 커서 수학을 잘하길 원한다면 어려서부터 충동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2. 근거 없는 믿음 젖먹이나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언어학습용 DVD를 보여주면 어휘력이 향상된다.

진실 경우에 따라 언어학습용 DVD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의 어휘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부모가 아기와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하는 다양한 단어와 숫자가 아기의 어휘력과 IQ 향상에 도움이 된다.

3. 근거 없는 믿음 끊임없이 아이에게 “너는 똑똑해”라고 말해 주면 자신감이 커진다.

진실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란다면 똑똑하다는 말 대신 아이가 노력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말자.

4. 근거 없는 믿음 아기의 지적 능력을 높이려면 세 살쯤에는 프랑스어 수업을 듣게 하고, 두뇌 친화적인 장난감과 교육적인 내용이 담긴 DVD 시리즈로 방을 가득 채워주어야 한다.

진실 유아의 두뇌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기술은 평범한 마분지 상자, 크레용 한 상자, 그리고 2시간일 것이다. 최악의 기술은 새로 산 평면 TV다.

5. 근거 없는 믿음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행복을 찾아낸다.

진실 행복의 최고 예측인자는 친구를 갖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친구를 만들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가.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을 잘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악기 다루는 법을 배우면 50%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


정리 장헌주 기자·참고 도서 우리 아이 두뇌성장 보고서 베이비 브레인 <프런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