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슬리 나인브릿지CC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은 그린 아래에 첨단 시설이 깔려 있다. 응달진 부분의 그린 생육을 돕기 위해 공기를 통하게 하는 ‘서브 에어(sub-air)’와 냉난방 시설인 ‘하이드로닉스(hydronics)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하이드로닉스 시스템은 여름철에 그린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에는 언 그린을 녹여 볼이 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 경기도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18홀)’다. 2009년 9월 26일을 문을 열어 두 차례 겨울을 지냈는데 눈 오는 날에도 그린이 파랗다. 서브 에어는 여름철에 많은 비가 와도 그린에 물이 차지 않게 말리는 기능도 한다.

해슬리는 오거스타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티잉 그라운드에도 냉난방 시스템을 깔아 겨울철 티가 잘 꽂히지 않는 단점을 보완했다. 티박스와 그린에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한 골프장은 전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설치비로만 50억 원이 투입됐다. 해슬리는 해가 뜨는 마을이라는 ‘해승리’를 발음하게 편하게 바꾼 말이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올 때 해가 뜨는 동쪽으로 온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클럽하우스도 동향이다.
[In and out] 티박스 그린에 냉난방 시스템 설치
코스 설계는 제주 나인브릿지를 세계 100대 골프장에 올려 놓은 데이비드 데일이 맡았다. 무조건 어렵게 만들거나 보기에만 화려한 골프장을 추구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생각을 하며 전략적으로 코스를 공략해야만 좋은 스코어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해 놨다.

세계 명문 코스답게 별다른 코스 명칭 없이 전반은 아웃 코스, 후반은 인 코스다. 초반 3개 홀은 파4, 파3, 파5로 몸을 풀듯이 임하게 만들지만 4번 홀부터 어려워진다. 그린 옆에 워터해저드(waterhazard)와 벙커가 정확한 샷이 아니면 온그린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린까지 가는 길이 길면 그린이 쉽고 가는 길이 짧으면 그린이 어렵게 조성돼 있다. 리듬을 타듯이 어려운 홀을 만나면 다음 홀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한눈에 보여주며 달래준다.
[In and out] 티박스 그린에 냉난방 시스템 설치
인 코스 10번 홀은 페어웨이와 그린이 모두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스타일이다. 코스에 자리한 바위들은 인공암들이지만 건설 당시 생겼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마지막 3개 홀이 승부처다.

잘 치고 왔다가 여기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16번 홀의 ‘테이블 그린’은 공이 어디로 흐를지 예측불허다. 17번 홀은 파3 홀임에도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 18번 홀은 그린이 두 개다.

어떤 회원이 왔느냐에 따라 핀을 달리한다. 왼쪽 그린이 더 어렵다. 18번 홀 그린 앞에는 ‘19번 홀 티박스’가 있다. 종종 회원들끼리 그날 남은 ‘스킨스(홀당 상금)’를 걸고 18번 홀 오른쪽 그린을 향해 ‘승부 샷’을 한다.

여기서는 주말에도 1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전동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이 허용된다. 1번 홀로 나가기 전에 몸을 풀고 나갈 수 있도록 드라이빙 레인지를 조성해 놨고 회원 전용의 골프 아카데미도 있다.

여주=글 한은구 한국경제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