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72GC 클래식 코스
스카이72GC에는 국내 골프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코스가 하나 있다. 골프 코스 디자인의 황금기였던 1910~40년대 설계 스타일이 적용된 ‘클래식 코스’가 바로 그곳이다.스카이72GC 클래식 코스는 2005년 9월 스코틀랜드의 전통 링크스 스타일로 문을 열었다. 깊은 항아리 벙커와 긴 러프, 모래언덕이 물결치듯 펼쳐진 곳이었다. 하지만 산악지대와 아기자기한 조경을 갖춘 한국의 골프장에 익숙한 골퍼들에게는 낯설고 완성되지 않은 느낌을 줬다. 따라서 2009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자연의 거친 느낌을 그대로 살린 ‘웨이스트 에어리어(waste area)’가 그린 앞까지 펼쳐져 푸른 페어웨이와 색감의 대조를 이루는 새로운 코스로 거듭났다.
김영재 스카이72GC 사장은 “클래식 코스는 미국의 명문 페블비치 골프장, 사이프러스 포인트 클럽 등을 연상시킨다”며 “벙커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 골프의 묘미를 더한다”고 평가했다. 핸디캡(90)이 비교적 높은 남태일 스카이72GC 코스관리실장과 클래식 코스를 돌아봤다.
일자 형태로 이뤄진 1번 홀(파5·화이트티 기준 495야드)에 남 실장이 친 드라이버 샷은 240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몸을 제대로 풀지 않았지만 골프장 근무자의 어드밴티지가 적용된 걸까.
250야드가량 남은 거리에서 우드를 잡고 두 번째 샷을 휘둘렀다. 그린 왼쪽 50야드를 남겨놓은 곳에서 세 번째 샷. 하지만 뒤땅을 치는 바람에 볼은 그린 주변에 멈췄다. 4온 2퍼트로 보기를 기록했다. 파와 보기를 넘나들던 남 실장은 7번 홀(파5·455야드)에서는 한참 동안 홀 자랑을 했다.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웨이스트 벙커가 길게 늘어져 있어 마치 벙커 속에 페어웨이가 있는 착각이 든다고 했다.
페어웨이 좌우로 벙커가 배치돼 있어 ‘잠깐 졸면 벙커’인 셈이다. 오른쪽으로 굽은 홀이어서 티샷으로 벙커를 넘기면 공략이 쉽지만 거리 부담이 있다.
8번 홀(파4·295야드)은 연못이 있고 다리를 건너 그린이 있다. 그린 주변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다. 남 실장은 “두 번째 샷을 한 클럽 더 길게 잡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벙커나 워터해저드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옆에 떨어져 보기로 홀 아웃을 했다.
후반 14번 홀(파3·150야드)은 비교적 무난한 홀이지만 앞바람이 많이 분다. 이 홀도 한 클럽 더 봐야 거리 조절이 쉽다고 했다. 그린 뒤쪽에 마운드가 있어 시각적으로 좀 짧아 보이는 데다 티샷 거리가 나지 않으면 벙커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 실장의 볼이 짧아 벙커에 빠졌다. 한 번 만에 벙커에서 나왔지만 핀과의 거리가 6m 남짓이어서 보기를 기록했다.
17번 홀(파3·160야드)은 핀이 그린 왼쪽에 놓여 있으면 아일랜드 홀처럼 느껴진다. 정확한 아이언 샷이 요구되는 홀이다. 내리막 형태여서 좀 짧게 잡는 사람들은 그린 앞의 벙커나 워터해저드에 퐁당하기 쉽다.
남 실장의 티샷은 그린 오른쪽 에지 부근에 떨어졌다. 과감하게 퍼트로 공략했으나 핀을 1.7m 지났다. 이번에는 꼭 넣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그린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언듈레이션(경사)을 살폈다. 그런 뒤 신중하게 밀어 친 볼이 그림처럼 홀로 빨려들어갔다. 파.
남 실장은 “뜻하는 대로 볼이 날아갈 때 골프가 재미있다”면서도 “친구들과 부담 없이 즐기는 골프가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골프”라고 말했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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