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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기업실적이 예상보다는 선전하면서 1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나고 있다. 고유가, 고금리, 원화 강세 등 이른바 ‘3고(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시 발목을 잡고 있지만 3고 현상이 당장 펀더멘털(경기)을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유럽 신용위기 등 외부 악재에 대한 내성이 생긴 가운데 기업실적 전망치 조정이 이루어지는 ‘프리 어닝시즌’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차 1분기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1분기 이익 전망치는 올 들어 꾸준히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고유가와 금리 상승이 호재가 되는 보험·정유·화학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덕분이다. 완만한 인플레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들의 이익 전망치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가시고 난 뒤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미리 저가매수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기대되는 1분기 이익
고유가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보험·정유·화학 업종의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유가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보험·정유·화학 업종의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금융업을 제외한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말 21조 원에서 2월 말 21조6000억 원으로 3%가량 상향 조정됐다.

정유, 화학을 포함한 에너지 업종 이익 전망치가 1조6300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27.5% 늘어나 주요 업종들 중 두드러진 증가세를 나타냈다.

소재(4.5%), 반도체·장비(3.8%), 자동차·부품(3.9%), 전자전기(1.7%) 등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대표적인 업종이다.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 우려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한 데 이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불확실한 증시 여건 속에서도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분기 이익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는 데다 작년 4분기 기업실적이 예상보다는 선전하면서 1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의 1분기 순익이 24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작년 3분기(24조5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익 모멘텀이 여전히 살아있음이 확인되면 낮아진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주목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석유화학 업종이 어닝시즌 주인공

대형주 중에서는 케이피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크게 늘었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말 489억 원이었던 케이피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는 올 들어 971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올 들어 면화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체재인 폴리에스테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유영국 KTB투자증권은 “케이피케미칼이 생산하는 폴리에스테르 원료 테레프탈산(TPA)과 파라자일렌(PX) 가격이 뛰고 있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에 면화 작황까지 부진을 나타내고 있어 당분간 폴리에스터 등 대체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에쓰오일, GS, 금호석유 등 다른 석유화학주들도 이익 추정치가 30% 이상 상향 조정됐다. 유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고, 석유화학업체들은 제품가격 강세가 유지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는 최근 LG실트론과의 장기공급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생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말 3014억 원에서 5848억 원으로, 동양종금증권의 예상 이익은 460억 원에서 807억 원으로 각각 98%와 94% 급증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플레 우려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주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증권사들은 주가 상승으로 거래가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중국 소비 성장 수혜주로 꼽히는 락앤락과 롯데삼강, 농심 등 내수주들의 1분기 실적이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어 이들 종목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인플레 우려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주 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증권사들은 주가 상승으로 거래가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인플레 우려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주 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증권사들은 주가 상승으로 거래가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
중소형주도 이익 모멘텀 부각

중소형주들 중에서는 IT 부품주들의 실적이 돋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부품 수요가 늘고 있고, 대형 IT업체들이 새해 들어 투자를 늘리면서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전자에 인쇄회로기판을 공급하는 이수페타시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억 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전자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로 통신장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호재다. HMC투자증권은 스마트 디바이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 중 최선호주로 이수페타시스를 꼽았다.

코스닥 부품업체들 중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탑엔지니어링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1분기 2억 원에 불과했던 탑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이 올 1분기 54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348억 원과 43억 원으로 예상했다.

유진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 탑엔지니어링은 LG디스플레이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투자의 최대 수혜주”라며 “작년 4분기부터 늘기 시작한 신규 수주가 올해 18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에프에이와 휴대전화 케이스 모듈 생산업체인 피앤텔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삼성전자에 LCD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에스에프에이는 최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계열사들의 설비투자가 본격화되면 장비 공급이 늘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피앤텔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케이스를 공급하는 업체로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란 분석이다.

모두투어, 하나투어, 파라다이스 등 여행 관련주들도 해외 여행객의 한국 방문 증가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전망산업의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설비투자 수헤 기대감이 더해져 중소형주의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대형주보다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중형주들은 주가도 대형주 대비 덜 올라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강지연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