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이곳 로스앤젤레스(LA) 소재 한인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학원에서 증권 투자 강의를 하고 있다. 멀리는 라스베이거스나 샌디에이고에서 수강하러 오는 분들도 있는데 한국에서 고향이 어디라는 것과 상관없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성향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 LA와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 지역에서 동시에 강의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뚜렷하게 발견할 수 없었던 차이점을 확실하게 비교해 볼 수 있었다.

한국 영역 밖에서 한국 교민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이곳 남가주의 한인 밀집 주거지역은 크게 LA와 오렌지카운티로 나뉜다. LA 북쪽의 샌퍼난도 밸리(San Fernando Valley)나 남쪽으로 샌디에이고(San Diego) 시에도 많은 교포들이 살고 있지만, 아직 개별적인 커뮤니티라는 인식보다는 LA의 일부로 간주된다.

샌디에이고처럼 큰 도시라 하더라도 슈퍼마켓이나 은행 등 규모가 큰 교포 대상 한인 사업체들은 해당 지역에서 성장한 지역 업체보다는 주로 LA에 본사를 둔 기업이나 업체의 지점들이 대부분이다.

주관적 판단이기는 하나 LA에 사는 교민들은 강의 진도가 빠르게 나가는 걸 원하고 엉뚱한 질문이 나오거나 해서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반해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 오는 분들은 여유롭게 수강을 듣고 다른 수강생이나 강사의 실수에 조금 더 관대한 면이 있다.

LA 한인타운의 덜컹거리는 부실한 도로와 비좁은 주차장에 비해 오렌지카운티의 넓고도 한가한 도로와 주차장처럼 단편적으로 나타나는 환경적 차이가 사람들의 평소 마음가짐까지 변화시키는 듯하다. 이는 투자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 시세를 보고 있노라면 뒤에서 바짝 쫓아오는 차가 있는 것처럼 급한 마음이 들게 된다. 설사 매매를 해야 하는 특정 주식이 없이 그냥 증시를 관망하는 입장이더라도 깜빡깜빡 움직이는 주가를 보고 있노라면 LA의 한인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앞으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는데도 뒤에서 누군가가 자꾸만 발뒤꿈치를 큰 카트로 밀어대는 것 같은 압박감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계획이나 원칙 없는 투자를 할 때 많이 나타난다. 그냥 무작정 그때 상황에 따라 기분으로 매매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여유로운 마음가짐도 문제가 된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혹은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말기 때문이다. 증시에 대한 신속하고도 정확한 ‘감’이 그래서 중요하다 하겠다.

증시에는 항상 악재도 있고 호재도 있는 법이다. 예전에는 증시에 크게 영향을 주는 큰 사건들이 가끔 하나씩 터져서 거기에 맞춰 포트폴리오 조정도 하고 투자 계획도 수정하며 대처해 나가는 것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큰 사건들이 계속해서 뻥뻥 터지면서 몇 가지나 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응을 해야 될지 도무지 판단이 안 된다.

부동산 시장 하락, 미국과 유로권의 금융 위기와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 정책의 부작용으로 야기될 통화량 증가, 피하기 어려운 물가 상승, 중동의 정정 불안 등 논리적으로 따져서 계산에 넣으려면 세계지도를 앞에다 펼쳐놓고 해야 될 판국이다.

여기에 홍수, 가뭄,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일반 주식뿐만이 아니라 원자재, 곡물 등의 투자도 같이 병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전문가들 나름대로, 실제 투자자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다채로운 예상 시나리오와 시의적절한 판단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만약 투자자 자신의 취약점이 특정 성향에 치우쳐 있어 돌변하는 증시에 우왕좌왕하며 대응하고 있다면 뚜렷한 계획을 세우고 나름대로의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야 깜빡이는 컴퓨터 스크린에 휩쓸려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우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Up-Front in US] 투자에 앞선 마인드 트레이닝
김세주

베어스턴스(Bear Stearns) 투자 컨설턴트
찰스슈왑(Charles Schwab) LA 한인타운점 지점장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투자 컨설턴트
현재 엑셀랑스 애셋 매니지먼트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