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계기로 헤지펀드 시장의 활성화 계획을 밝히자 헤지펀드가 시장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라고 하면 국경을 넘나들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통념과 다르게 헤지펀드는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투기적인 기회를 찾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스타일의 헤지펀드도 있지만 시장 방향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스타일도 있다. 헤지펀드에 대해 명확하고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일반 펀드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운용상 특징이 있다.
[Market Insight] 다가오는 헤지펀드 시장, 성공할 수 있을까?
헤지펀드의 운용상 특성

첫째, 헤지펀드는 투자 대상이나 자산운용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다. 차입(레버리지)과 공매도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자유롭다. 헤지펀드는 절대적인 수익 창출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장 여건의 변화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으며 투자 대상의 범위도 광범위하고 투자전략도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 투자 금액을 늘리지 않고 투자가치나 수익을 잠재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차입을 활용한다. 직접 자금을 빌리기도 하지만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계약을 통해 차입하기도 한다. 차입은 투자수익을 확대하기도 하지만 투자손실을 증폭시켜 헤지펀드를 파산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투자전략에 따라 차입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셋째, 중요한 투자전략 요소로서 공매도를 활용한다. 공매도란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기관투자자에게 빌려서 매도한 다음, 이후 시장에서 같은 증권을 매수해 상환함으로써 그 차익을 추구하는 거래를 말한다. 헤지펀드는 향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을 사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을 공매도하는 ‘매입매도 전략’을 구사한다.

헤지펀드의 또 다른 특징은 사모형태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헤지펀드의 투자 위험을 알고 그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판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투자자는 초기에는 개인자산가가 주를 이루었으나 헤지펀드 산업이 발전하면서 기관투자자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는 이렇게 투자자가 소수 특정인으로 국한되다 보니 투자자를 제외한 외부인에게는 투자 성과와 같은 정보를 알릴 의무가 없어 폐쇄적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헤지펀드의 특징을 고려할 때 헤지펀드의 개념 속에는 높은 차입비율과 전문 투자자, 감독기관의 약한 감시 등 세 가지 요소가 본질적으로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Market Insight] 다가오는 헤지펀드 시장, 성공할 수 있을까?
헤지펀드의 역사와 성장세

헤지펀드는 1949년 호주 출신인 알프레드 윈슬로 존스(Alfred Winslow Jones)가 자신의 돈 4만 달러를 포함한 10만 달러를 모아 A.W. Jones & Co.라는 펀드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 펀드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합자회사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포트폴리오에 있어 최대한 자유와 유연성을 발휘했다.

존스의 전략은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하는 식의 결합으로 이뤄졌다. 1950~60년대 존스의 모델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으며 수년간 시장지수를 능가했다. 존스의 성공적인 투자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큰 인기를 모았다.

헤지펀드가 본격 성장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등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헤지펀드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998년 374억 달러에 불과했던 헤지펀드 운용자산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조8684억 달러로 10년 만에 6배가량 성장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수익률 하락으로 운용자산이 1조400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으나 2009년부터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1조6477억 달러로 늘었다.

수익률은 주식, 변동성은 채권에 가까워

헤지펀드는 일반적으로 투자전략, 투자자산, 투자지역, 투자자 등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투자전략은 시장중립형, 방향추종형, 기타로 구분하며, 투자지역은 미국, 유럽, 선진국, 이머징마켓 등으로 나뉜다.

헤지펀드의 주요 투자전략을 보면 우선 가장 널리 알려진 롱숏 에퀴티(long/shot equity) 전략이 있다. 이는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고(long),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공매도(shot)하는 것이다. 방향 예측만 맞으면 주가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롱숏 에퀴티 전략과 유사하지만 시장 등락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시장중립 전략(equity market neutral)도 있다. 이는 매니저가 제어할 수 없는 시장위험을 최소화하는 대신 매니저가 자신 있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요인에 대해서는 위험을 노출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얻도록 설계한다.

롱숏 에퀴티 전략 다음으로 많이 활용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이 있다. 이는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그 정보가 자산가격에 효율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찾아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 아시아 경제위기와 같이 굵직한 경제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거시경제 변수들 간의 불일치 현상을 이용해 투자하는 글로벌 매크로(global macro) 전략 등이 있다.

아직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사모펀드 형태로 헤지펀드에 간접투자를 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규제 완화 등으로 헤지펀드가 본격 등장할 경우 헤지펀드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따라서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헤지펀드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수익 고위험(high risk-high return)을 떠올리지만 실상 대부분의 헤지펀드 성과는 저위험-저수익, 저위험-중수익에서 온다. 따라서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주식에 가깝고 변동성은 채권에 가까운 특징이 있다.

둘째,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전략과 투자 자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펀드와 다른 독특한 성격이 있다. 이런 특성으로 다른 펀드와의 상관관계가 낮다. 따라서 헤지펀드 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투자자의 다양한 성향에 맞는 투자전략을 구성할 수 있다.

향후 헤지펀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관만 할 순 없다. 과거 헤지펀드의 역사를 볼 때 레버리지 등 고위험 전략의 구사로 시장상황에 따라 막대한 손실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헤지펀드의 투자전략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데 반해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등 헤지펀드와 유사한 형태의 상품을 판매했으나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결국 막연히 안정적인 고수익만 기대했다가는 되돌릴 수 없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 jymin@asset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