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 갯벌을 메워 국제도시 ‘신화’를 창조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인 송도국제도시. 1990년대 후반부터 전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오피스텔의 청약 열풍을 몰고 오면서 청약불패 신화의 진원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청약 열기가 식어가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매매 시장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등 침체 국면에 빠져 있었다. 이런 송도에 최근 메가톤급 대형 호재가 터졌다.

삼성전자가 송도국제도시(5공구)에 2조1000억 원을 투자해 바이오제약 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겨울잠에 빠져 있던 송도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송도는 지금 ‘삼성의 투자’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동안 발길을 돌렸던 외지인의 발길과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업계의 얘기다.

2003년 8월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는 일반 신도시와 달리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과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첨단 명품 일류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비즈니스센터, 지식정보산업단지, 첨단바이오단지 등의 투자를 유치해 국제 업무와 지식기반사업을 특화한다는 것이 IFEZ의 전략이다.

면적은 여의도의 7배인 5330만 ㎡(1611만 평)에 이르고, 계획 인구는 25만 명이다. 2009년까지 1단계 사업인 도로, 센트럴파크(대공원), 컨벤션센터, 국제학교, 인천대교, 송도테크노파크, 지식정보산업단지, 지하철 등 주요 도시기반 인프라시설을 마무리하고 지난해부터 주거시설, 상업·업무용 시설, 오피스 등의 조성을 활발히 추진 중인 가운데 첨단 산업과 외국 기업, 대형 쇼핑몰 유치 등 2단계 사업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송도 주거용 부동산] 미분양 아파트해소되는 조짐, 매매 시장은 여전히 냉랭
송도 미분양 아파트 삼성 ‘투자 효과’ 톡톡

요즘 송도국제업무단지 대로 옆에 자리 잡은 주상복합 대우 푸르지오와 캐슬&해모르 모델하우스 등에는 삼성전자의 투자 발표 이후 미분양 물량에 관심 있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모델하우스 건물 위에는 ‘삼성 바이오단지 투자’, ‘존슨앤드존슨 의료기 이노베이션센터 건립’, ‘롯데 송도복합쇼핑몰 2014년 오픈’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모델하우스 주차장엔 차량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한동안 한산했던 주차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3월 12일 오후 모델하우스에 들어서니 10여 명의 분양 상담원들 앞은 100여 명의 중년 남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분양 상담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거나 의자에 앉아 팸플릿을 보며 삼성이 투자할 부지를 확인하고 있다.

분양대행회사인 세원플래닝 계동욱 대표는 “삼성의 송도 투자 발표 다음날부터 하루에 500여 명, 주말에는 1000여 명 정도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하루에 가계약을 포함해 10건 안팎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도 많지만 분당, 목동, 강남 등 서울서 온 손님들도 투자 목적으로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 침체로 관망을 하다가 삼성 투자라는 대형 호재에 끌려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바로 옆에 위치한 ‘캐슬&해모르’(시행: 송도국제화복합단지(주)·시공: 롯데, 한진중공업) 모델하우스와 코오롱 프라우 등 다른 미분양 모델하우스에도 삼성 투자 발표 이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우 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 방문객이 더 많이 몰리는 추세다. 푸르지오 건설 현장이 삼성의 송도 바이오제약단지와 인접해 있는 데다 평형에 따라 미분양 물량에 한해 분양 가격을 3000만∼4000만 원씩 인하해 주고, 발코니 확장은 물론 천장 에어컨도 설치해주는 등 파격적인 분양 조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 푸르지오는 지난 5월 94㎡(39평), 101㎡(42평), 115㎡(47평), 134㎡(55평) 규모 1703세대를 3.3㎡당 1300만 원 선에 분양했지만 상당수 물량의 미분양이 속출해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표적인 주상복합단지로 꼽히고 있다. 대우 푸르지오 외 대부분의 미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계약금 5%, 중도금 이자 후불제’라는 분양 조건을 내걸고 있다.

캐슬&해모르 모델하우스도 분위기는 비슷한 상황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방문객이 크게 늘어나 지금 분위기라면 오는 6월 이전에 잔여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도 주거용 부동산] 미분양 아파트해소되는 조짐, 매매 시장은 여전히 냉랭
분양 물량 45개 단지 2만1284세대. 미분양 물량 9개 단지 5600세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금년 3월 현재 지금까지 송도국제도시에 분양된 아파트는 센트럴파크 Ⅱ, 웰카운티 등 45개 단지에 2만1284세대다. 이 중 입주된 아파트는 더 샵 포스트월드 등 32개 단지 1만3216세대이며, 분양된 아파트 중 미분양 물량은 코오롱 프라우 등 9개 단지 5673세대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미분양 아파트단지는 대우 푸르지오와 포스코 더 샵 센트럴파크 Ⅲ 등이다. 더 샵 센트럴파크 Ⅲ의 경우 분양 시기가 훨씬 지났지만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신축되고 있는 동북아트레이타워(NEATT)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더 샵 센트럴파크 Ⅲ의 부지가 채무담보로 제공된 관계로, 담보로 제공된 사업부지의 저당권 해지가 선행돼야 분양이 가능하다는 게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년에는 ‘송도 더 샵 그린스퀘어’ 등 8개 단지에 총 5293세대가 분양될 계획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현재 1개 단지 380세대만 분양이 계획돼 있다.

송도에는 현재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센트럴파크 Ⅰ(750세대)이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며 GS자이 하버뷰가 최근 입주를 시작했다. 센트럴파크 Ⅱ는 오는 8월 입주할 예정이다.

“송도 부동산 매매 시장은 아직 변화 없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송도국제도시 투자 발표 이후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입주를 앞둔 분양권 매매 호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으며 매도인과 외지인의 문의와 방문은 크게 늘어나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의 입질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어 부동산 매매 시장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송도국제도시의 대표적인 아파트 대단지인 웰카운티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대화 공인중개사사무소 이강헌 대표는 “삼성의 투자 발표 이후 서울 등 외지인의 문의와 발길이 늘어나 분위기가 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의 경우 그전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데 비해 매매 시장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삼성의 투자라는 호재가 매매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송도국제도시 내 기존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와 현재 시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얘기다. 회수된 분양권과 매도 물량의 경우 삼성의 투자 발표 이후 그전보다 1000만∼3000만 원 정도 오른 가격에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는 그전과 다름없이 썰렁하다는 것이다.

기존 아파트 시세는 최근 분양 가격 수준

“2년 전만 해도 한때 수억 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었던 송도의 기존 아파트 매매 시세는 현재 미분양이 많은 아파트의 분양 가격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나마 분양권 및 기존 아파트 매매는 잘 이뤄지지 않아 매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7년 전 캠퍼스타운역 인근에 위치한 한진 해모르 아파트 220㎡를 5억2000만 원대에 분양받았던 주부 김현숙(53) 씨는 “송도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2년 전 만 해도 프리미엄이 10억 원대까지 올라갔지만 지금은 현재의 분양 가격 수준인 10억∼12억 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3년 전 코오롱 프라우 182㎡를 2000만 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샀는데 현재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당시 분양 가격보다 1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기존 초고층(64층) 주상복합인 ‘더 샵 포스트월드’ 130~170㎡의 경우도 분양 가격보다 5000만∼1억 원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중대형 아파트 및 주상복합은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태다.

포스코건설이 국제업무단지에 분양한 주상복합 ‘더 샵 센트럴파크 Ⅰ’(분양 가격 1600만 원 선)은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201㎡(61평)의 경우 프리미엄이 5000만 원에서 1억 원 미만이다. 재작년 상반기만 해도 프리미엄이 3억 원대에 형성됐다가 매기(買氣)가 없자 차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단지는 2007년 6월 청약 당시 39.44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전 평형이 마감될 만큼 수요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던 곳이다. 한때 수억 원대까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현재는 분양가 대비 약 5000만 원 정도 올랐으며 호가로는 1억 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는 상태다.

더 샵 센트럴파크 Ⅰ은 지상 47층, 3개동에 전용면적 77~283㎡, 총 729세대로 이뤄진 주상복합 아파트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보통 5000만~7000만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들은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 중심에 위치하고 지식정보단지역 등 인천지하철 역세권에 둘러싸여 주거단지로 인기가 있는 웰카운티 아파트(시행: 인천도시개발공사)는 108㎡(32평)의 경우 매매시세가 4억4000만 원에서 4억8000만 원 선, 165㎡(49평)의 경우 6억5000만 원에서 7억5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웰카운티 단지가 다른 아파트단지보다 가격이 다소 높은 것은 지하철 역세권은 물론 주변에 송도 바이오단지와 롯데 복합쇼핑몰의 투자 유치가 성사된 상태이며, 중심 상업지와 인천대 캠퍼스가 근접 거리에 있는 등 입지적 여건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곳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양경찰청 뒤편에 자리 잡은 송도국제도시 내 첫 주거단지로 꼽히는 풍림아파트 1·2단지는 110㎡(33평형)의 경우 3억7000만 원에서 4억2000만 원대에 매물 가격이 형성돼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소업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부터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조금씩 살아나다가 올 들어 중형(108∼148.5㎡) 위주로 매수가 조금씩 이뤄져 왔는데 삼성의 투자 발표로 실수요자 위주의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러나 “대형 아파트 매매 시장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근 입주하는 자이 하버뷰의 경우 99㎡(30평형)대는 프리미엄이 3000만 원에서 1억 원 미만으로 매매 물량이 나와 있는데 반해 132㎡(40평형)대 이상부터는 프리미엄 없이 분양 가격대에 물량이 나와 있는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2013년에 입주 예정인 연세대 송도캠퍼스 인근 한진아파트 112㎡(34평형)도 프리미엄이 5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전세 물량은 약간의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입주가 시작된 송도 1공구 GS자이 아파트 112.2㎡의 전세 가격이 1억7000만∼1억80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송도 주거용 부동산] 미분양 아파트해소되는 조짐, 매매 시장은 여전히 냉랭
삼성 투자로 아파트 분양 시장 청신호

삼성의 바이오단지 투자는 향후 신규 분양 시장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지역 부동산업계는 크게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중단됐던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 청약불패 신화를 재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첫 수혜 대상으로 조만간 분양할 포스코건설의 ‘송도 더 샵 그린스퀘어’ 아파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시 주택협회 산하 9개 업체가 시행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할 이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40층에 총 12개동으로 건립되며 전용면적 64∼126㎡, 1520세대다. 이 아파트단지는 송도 5공구 삼성의 바이오단지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삼성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실수요자 중심의 전용면적 84㎡ 주택형 754가구를 비롯해 최근 실속형 중대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용면적 98㎡ 주택형 398가구까지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택형으로 구성돼 있어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송도 1공구 내 D11·D16·D17 블록의 아파트 1500세대도 오는 6월과 9월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당초 3월에 분양할 예정이었던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앞 부지인 F21·F22·F23 블록의 1600세대도 송도 아트센터 건립에 필요한 사업비 충당문제가 해결되면 올 하반기에 분양할 예정이다.

금년 역시 포스코건설이 신규 분양 시장을 대부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삼성 투자가 포스코건설의 분양 시장에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연세대 복합화단지 내 M1 블록의 주상복합 980세대도 오는 9월 또는 10월께 분양할 계획이어서 ‘삼성 효과’를 간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송도국제도시 5공구 내 27만4000㎡에 2017년까지 2조1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5개 신수종 사업의 하나인 바이오시밀러(신약 복제) 생산과 연구·개발(R&D) 시설을 지어 송도를 바이오제약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송도 BT·IT·교육 중심도시로 육성

한편 인천시는 삼성의 바이오제약 시설 및 R&D 시설의 유치에 이어 세계적인 의료기업인 존스앤드존슨의 의료기기 이노베이션 건립이 가시화됨에 따라 송도국제도시가 세계적인 바이오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은 지난 3월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송도를 바이오기술(BT)·정보기술(IT)·교육 중심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시장은 또 “송도에 투자키로 한 시스코가 송도에 추진 중인 U-시티(U-City)사업과 관련, KT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등 국내 대기업 유치에도 주력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문을 열 송도 글로벌 캠퍼스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주립대 분교와 유럽의 벨기에 켄트대, 러시아·중국 대학들이 속속 유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삼성의 투자 확정 이후 입주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개교를 계기로 침체돼 있던 송도국제도시가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