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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펀드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해외 펀드의 투자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 펀드 수익률의 기대를 낮추고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유망 펀드로 갈아타는 발 빠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해외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선전했던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돌아선 반면 투자자들이 외면하던 미국 등 선진국 펀드는 올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펀드 자금의 재분배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펀드 자금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신흥국에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로 접어든 선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각국의 증시가 출렁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금의 이동 속도가 다소 둔화된다 하더라도 재분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흥국에 편중된 해외 펀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인플레 우려가 적고 성장 잠재력이 큰 러시아 등 일부 신흥국에 대해선 여전히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미국 펀드가 톱픽
선진국 펀드 중에서도 미국에 주로 투자하는 북미 펀드가 올해 톱픽으로 꼽힌다.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펀드 자금의 상당수를 흡수하면서 다우지수가 2년 7개월 만에 12000 선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미국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싸고 펀더멘털이나 인플레 리스크가 거의 없다”며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의 모멘텀이 가장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펀드는 올 들어 5.36%(2월 29일 기준)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해외 지역펀드 중 가장 뛰어난 성과다. 해외 주식형은 올 들어 평균 2.34%의 손실을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AB미국그로스 A’가 연초 이후 6.19%로 수익률 1위에 올랐다. 이 펀드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미국 성장형 포트폴리오에 재간접투자를 하고 있다. 뉴욕증시나 제3국가에 상장된 미국 기업에 자산의 70% 이상을 투자하는 ‘삼성미국대표주식 1_Cf ’도 4.63%의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피델리티미국 A’(4.6%),‘신한BNPP봉쥬르미국 (H)A1’(4.38%),‘KB스타미국S&P500인덱스 A’(4.28%) 등도 나란히 4%대 수익을 냈다.
지난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 일본 펀드도 올해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증시가 워낙 저평가 돼 있는 데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1%대 수익에 그쳤지만 올 들어선 이미 4.32%의 수익을 내고 있다. ‘하나UBS재팬 (H)1A’가 7.04%의 수익을 올렸고, ‘KB일본블루칩셀렉션 2A’(6.85%)와 ‘미래에셋재팬글로벌리딩 1A’(6.16%) 등도 두각을 나타냈다.
유럽 펀드도 올 들어 3.95%로 선전하고 있다. 그중 ‘KB스타유로인덱스 C ’(9.02%),‘ING유로배당 A’(7.42%), ‘푸르덴셜유로증권전환형 (H)A’(7.76%), ‘템플턴유로피언A’(6.21%) 등이 수익률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재정문제를 떠안고 있어 미국·일본 펀드보다는 수익률 변동성이 클 것으로 지적됐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은 미국의 경기회복에 수혜를 볼 수 있는 데다 엔화에 대한 투자도 가능해 유럽보다 유망해 보인다”며 “유럽은 재정 리스크가 있고, 유로를 쓰기 때문에 국가별로 환율정책을 펼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펀드는 비중 확대, 중국은 유지
신흥국 펀드라고 해서 모두 버릴 필요는 없다. 인플레 우려 없이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러시아 펀드가 다수 전문가로부터 올해 가장 유망한 펀드로 꼽혔다.
원자재가 풍부해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데다 경기회복도 다른 신흥국에 비해 뒤늦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머징마켓의 높은 성장가능성과 상승 탄력을 감안할 때 차별적으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며 “그중에서도 경기회복에 대한 민감도가 큰 러시아 지역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펀드 중에선 올 들어 ‘KB러시아대표성장주 A’(7.41%),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 1C1’(6.6%),‘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 1A1’(6.42%) 등이 6~7%대 고수익을 내고 있다.
유가가 풍부해 인플레 압력을 덜 받는 중동·아프리카나 동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중동·북아프리카(MENA) 펀드도 양호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집트 사태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이들 펀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등은 여전히 성장세가 견조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높은 수익을 낸 데다 최근 인플레 우려의 진앙지로 여겨지는 동남아시아 펀드는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인도(-13.79%), 친디아(-5.66%), 신흥아시아(-1.85%)가 줄줄이 손실을 기록 중이다.
중국도 지난해부터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에 대한 걱정이 여전하지만 증시가 바닥을 지나고 있고 경기성장세가 뚜렷해 ‘현상유지’ 전략을 권했다.
김용희 팀장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지난해에 증시가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인플레 위험도 있어 정리할 필요가 있고, 환율 등 자본통제가 심한 브라질도 리스크가 있다”며 “다만 중국은 1분기까지는 금리인상 리스크가 이어져 지금 가입이 부담스럽다고 무리하게 환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펀드 10∼15% 수익 나면 갈아타야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 펀드 수익률의 기대를 낮추고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유망 펀드로 갈아타는 발 빠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철 연구원은 “올해는 기본적으로 지난해 고수익을 안겨줬던 신흥국 펀드에서 유출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수익률이 계속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10∼15%의 수익이 나면 일단 차익실현을 한 뒤 전망이 밝은 펀드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정국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투자 지역이 분산되면서 상품 가격 수혜도 누릴 수 있는 원자재 펀드도 투자해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윤재현 연구원은 “이머징 경기 반등으로 글로벌 실물경제의 완만한 회복이 예상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고, 투자심리 개선에 따른 위험자산으로서의 메리트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해외 펀드 중에선 선진국 펀드와 함께 원자재 펀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보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bm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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