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라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와인의 전 제품을 알고 있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그만큼 와인이라는 범주에 속한 제품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와인의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지난 명절 LG상사 임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와인 선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와인을 선물하는 이들은 50% 이상이 대부분 가격을 고려해서 제품을 택한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선호하는 브랜드나 맛이 아닌 단지 가격이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조금 씁쓸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물론 가격도 그 제품의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한 여러 종류의 와인 선택을 가장 쉽게 만드는 것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 따라서 와인시장 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외래어로 된 어려운 와인 이름과 정보들을 소비자들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단순한 가격 할인, 판촉물 제공 등의 마케팅 및 판촉 전략은 단기간의 이익을 가져다줄 진 몰라도, 장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주요 전략이 될 순 없다.

학창시절 암기과목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잘 외워지지 않는 어려운 부분을 자기 나름대로 이야기를 지어서 암기하는 방법 말이다. 다시 기억해내려 할 때, 그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쉽게 연상돼 비교적 빠르고 정확하게 암기할 수 있다.

소비자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 잡아 되뇌어지려면 이제 와인도 스토리를 입을 때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스토리텔링은 문학 용어에서 비롯됐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케팅의 한 기법으로 더욱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공사례가 많은 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되는 와인이기 전에 와인의 브랜드 및 가치에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스토리텔링화해 고객들의 심리를 자극해 나가는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이러한 스토리텔링으로 유명세를 탄 와인들이 간혹 있다. 유명인사가 특별한 자리에서 마신 와인이 아무개의 와인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지며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직 와인시장 내 전략적으로 스토리텔링을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트윈와인의 목표는 와인의 대중화다. 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진 와인 만들기’를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2009년 12월, 요리만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과 함께 2010년을 앞두고 ‘호랑이 와인’을 출시했다. 허영만 화백이 2010년 호랑이해의 근하신년 메시지를 전하는 와인 레이블을 손수 그린 것이 특징이다.

국내 와인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사례로 많은 관심을 모으며 첫선을 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예술을 제품에 접목시킨 컬래브레이션, 띠 마케팅의 사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져 1만2000병 전량이 매진됐다.

2010년 12월에는 호랑이 와인에 이어 2011년 신묘년을 겨냥한 토끼 와인 3종을 선보였다. 역시 허영만 화백이 직접 그린 토끼 레이블이 새겨져 있다. 권토중래, 다산다복, 경청 등 토끼의 특징으로 풀어낸 신년인사를 담아 한층 풍성한 스토리를 담았다. 현재, 뜨거운 관심 속에 곧 매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와인, 더 저렴한 와인을 선보이겠다는 말은 우선 접어두고, 더 재미있는 와인을 선보이겠다는 것을 약속하고 싶다. 2011년도 와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전하는 와인 대중화의 길잡이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한 해로 기억되길 바라며, 국내 와인시장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토끼처럼 힘찬 도약을 다짐해본다.
[CEO칼럼] 와인, 이제 스토리를 입을 때
김수한 LG상사 트윈와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