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의 기본은 ‘3층 보장구조’라 불리는 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3층 보장구조는 공적연금(국민연금)과 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3층의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쌓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3층 노후 소득보장 체계는 1층 보장이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이며, 2층 보장은 퇴직연금, 3층 보장은 개인연금으로 이뤄져 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국민연금에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퇴직연금이 더해졌다.

충분한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소득공제 연금이나 변액연금 등 개인연금 상품을 추가로 가입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연금상품에 대한 이해는 은퇴전략 수립의 첫걸음이다.
[연금 A to Z] 국민·퇴직·개인연금으로 3층 노후보장 완성
노후 대비의 기본,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3층 노후 보장 시스템의 기본을 이루는 것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원래 1층의 목적은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 생계비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보장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세금을 걷어 고령자들에게 분배해 주는 게 본래의 취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보험의 원리를 도입해 소득에 따라 보험료와 연금액이 달라지는 소득비례 부분을 섞어 놨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낼 때 마치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마지못해 내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지금 쌓인 돈이 고갈되면 더 이상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국민연금이 세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도 낸 보험료에 비해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직장인은 의무가입 대상이고 만 18∼60세 사이 국민이면 누구나 임의가입을 할 수 있다. 민영보험의 경우 연금 수령액이 정해져 있지만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늘어난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조기에 사망하게 되면 유족에게 지급되는 연금액이 민영보험에 비해 적고 국민연금법 개정 등의 정책 변화에 따라 현재의 높은 수익률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른다는 게 단점이다.

2층 보장, 퇴직연금

국민연금의 역할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풍요로운 생활 수준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연금을 지급하다간 결국 국가 재정에 문제가 오고 그 부담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지워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칠레는 이미 공적연금의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국민연금을 민간에 위탁하는 연금 개혁을 실시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칠레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공적연금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령화 속도 세계 1위인 한국도 점차 국민연금의 비중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만큼 2층 보장 시스템인 퇴직연금 제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가가 전부 짊어질 수 없는 노후 보장 서비스를 기업, 즉 민간 부문과 나눠 감당하는 것이 퇴직연금 제도의 설립 취지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직장인이 재직 중 퇴직급여를 금융회사에 적립하는 것이다. 퇴직금은 직장인들에게 노후 준비자금의 유일한 목돈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는 경우,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아 온전히 목돈으로 수령할 수 있는 경우가 최근 크게 줄었다. 퇴직연금은 이런 위험을 없애면서 노후의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입 기간 10년 이상, 만 55세 이상이 돼야만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 담보제공이나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적립금 운용 책임에 따라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금을 계속 적립할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IRA)도 있다. 퇴직연금 가입은 회사 노사합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의 성향을 반영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임금 상승률이 투자 수익률보다 높다면 확정급여형을, 그 반대라면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3층 보장의 완결, 개인연금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각각 국가와 회사에 의해 마련되는 것이라면 개인연금은 개인이 직접 상품을 선택해 가입하는 것이다. 노후 연금을 받는 나이가 대부분 55∼65세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40대 후반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직장인에게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상품과 혜택이 없는 상품으로 나뉘어 있다.

세제적격 연금보험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대신 만 18세 이상으로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가 같아야 한다. 연간 납입 보험료 중 400만 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10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만 55세 이후부터 5년 이상 연금 형태로 지급받아야 한다. 만약 일시금으로 받게 될 경우 기타소득세와 해지가산세가 부과되고 연금 수령 때 연금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으며 45세 이후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변액연금 즉시연금 등의 상품이 있다. 여유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투자상품을 대신해 변액연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실적 배당 상품이지만 최저 수익률을 보증해 주는 상품도 있다. 연금 개시 시점에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100% 보장해주고 10년 이상 유지 때 비과세 혜택도 준다.

주택연금과 즉시연금에도 관심을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가 만 60세 이상이고 9억 원 이하의 1세대 1주택자면 신청할 수 있다. 부부 모두가 사망하기 전까지 자신의 집에서 평생 거주하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고 공적보증, 낮은 대출금리,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상연금 조회 및 신청 방법은 한국주택금융공사(www.khfc.co.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시연금은 비과세 혜택과 상속세 절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겨 두고 한 달 후부터 바로 평생 비과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은퇴자뿐 아니라 은퇴 예정자들에게도 적합한 상품이다.

연금을 받는 방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평생토록 나눠 받는 종신형, 운용 이자를 연금으로 받고 원금은 상속자금으로 남겨 두는 상속형, 일정기간(10·20년) 동안 연금을 받는 확정형 상품으로 구분된다.

종신형 연금은 계약자를 본인으로 피보험자를 자녀 또는 배우자로 선택해 연금을 수령하다 본인이 사망할 경우 상속인들이 연금을 상속할 때 앞으로 받을 연금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금액에 대해 세금이 계산돼 상속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상속형 연금은 원금을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며 10년 이상 유지 조건으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연금 A to Z] 국민·퇴직·개인연금으로 3층 노후보장 완성

연금 계산법

은퇴한 뒤 필요한 연금액은 어떻게 계산할까.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데다 은퇴 시점, 물가상승률, 투자수익률, 국민연금 수령 예상액, 기대여명 등을 모두 반영해야 하는 만큼 혼자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항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따져볼 수는 있다.

가장 먼저 희망하는 노후생활비 규모를 정해야 한다. 노후생활비는 식비, 주거비 등 기초생활비를 비롯해 경조사비, 문화생활비 등 사회활동비, 건강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현재의 생활방식과 바라는 수준을 고려해 적정한 월 생활비 규모를 정하면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대략 산출해 볼 수 있다.

우선 매달 필요한 생활비에서 공적연금(국민연금 등) 수령액을 뺀 뒤 부족한 금액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35세 회사원이 월 200만 원의 생활비가 소요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가치로 계산하면 은퇴시점에 연간 2400만 원의 생활비가 들어간다. 65세 시점에 국민연금은 월 100만 원(현재 가치 기준)가량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금액은 현재 가치로 연 1200만 원이 된다.

다음으로는 준비해야 할 금액을 은퇴시점에 일시금으로 계산한 후 준비 가능한 자산규모를 예측해 이를 빼는 것이다. 65세에 은퇴해 90세까지 산다면 노후 생활 기간은 25년이다. 현재의 1200만 원은 30년 후인 65세에는 2900여만 원(물가상승률 연 3% 가정)이 되므로 90세까지 생활 수준을 유지하며 활동하려면 6억5000만 원(물가상승률 3%·투자수익률 4% 가정)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금융자산, 퇴직금, 부동산 매각 등으로 준비할 수 있는 자산 2억 원을 확보한다고 가정한다면 부족한 금액은 4억5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산출된 부족 금액을 지금부터 준비하려면 매월 얼마나 저축(투자)해야 하는지 계산해야 한다. 35세 직장인이 65세 시점에 부족한 금액 4억5000만 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30년간 매월 45만 원, 연간 540만 원(연 수익률 6% 가정)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수익률이 이보다 높다면 불입액은 줄고 낮다면 불입액은 커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계산해 보면 내게 필요한 연금을 대략 산출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복잡한 데다 여러 변수가 많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