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창 프랭클린템플턴 주식운용팀 부장

“올해는 뚜렷한 주도업종이 없는 종목장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수익을 제대로 내려면 좌판(종목 수)을 넓혀야 할 것입니다.” 이해창 프랭클린템플턴 주식운용팀 부장(37)은 “자동차, 화학 등 주도주가 뚜렷했던 2010년과는 달리 올해는 업종별 상승 여력이 대부분 비슷해진 만큼 같은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로 극명하게 수익률이 차이나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2010년 20~30개 종목에 압축투자를 했지만 올해는 30~40개로 종목 수 를 늘려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에는 주도업종의 대표주를 편입하면 대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하기 편한 장세였지만 올해는 더 많은 종목을 편입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 부장은 2010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평균 수익률 20.74%)에서 수익률 1위(49.22%)를 차지한 ‘FT포커스’ 펀드의 펀드매니저다. 이 펀드는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소수정예 우량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로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년 수익률은 142.19%에 달한다.
[Market Leader] “코스피 2400까지는 무난히 상승”
2400까지는 무난하게 상승

이 부장은 코스피지수가 2400 선까지는 무난하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0 선을 가뿐히 넘어 안착한 코스피지수대가 전혀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2002~2003년도에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시장에 버블이 전혀 없는 상태의 주가가 800 선이었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현재 그 정도 지수대는 1800 선 정도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수준이 한 단계 올라선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지수대가 높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식의 리스크프리미엄(투자자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데 따른 수익)이 현재 6.5~7% 선인 점도 추가 상승을 낙관하는 근거다. 무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이 3.5% 선이며 국내 주식의 평균 리스크프리미엄이 6%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에서 10~20% 정도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부장은 “2400 선까지는 무난하게 상승할 수 있으며 유동성 장세의 특징인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론적으로는 2800~3000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형 펀드로 향했던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올해부터 증시에 본격 유입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랭클린템플턴의 본사 기준 자산규모는 2010년에 1026억 달러가 늘었는데 이 중 75%인 765억 달러가 채권형 펀드였다.

2010년 코스피지수의 상승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증시에 몰린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증시보다는 채권시장으로 돈이 쏠렸던 만큼 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럽·중국 악재는 힘 못 쓸 것
“중국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2010년 국내 증시의 상승 폭을 제한했던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우려는 올해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일랜드, 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이 안 좋다고는 해도 EU 전체로 보면 재정건전성이 오히려 미국보다 좋은 만큼 EU 국가 간 공조를 통해 무난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부장은 “일부 국가의 악재가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고 유럽 전체적으로 보면 제조업이 강한 독일 등 규모가 큰 국가는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만약 EU의 공조가 깨진다면 크게 문제가 불거질 수 있겠지만 현 상태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긴축문제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중국 정부가 통제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중국의 긴축은 위험요인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하면 체력적으로 여러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통제하지 못할 상황에 치닫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과열을 막는 건전한 긴축인 거죠. 이런 현상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단기간은 주가가 좋을 수 있어도 2~3년 뒤에는 정말 극복할 수 없는 큰 위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손해보험·자동차 업종 유망

유망 업종으로는 우선 손해보험을 꼽았다. 손해보험 업종은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승 폭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해보험 업종은 2010년 저금리 기조의 유지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는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경기가 회복국면에 확실하게 접어들면 저평가돼 있는 손해보험 업종의 상승 폭이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2010년 많이 올랐지만 자동차 업종도 유망 업종으로 추천했다. 과거에는 내수 위주 산업으로 성장률이 3% 안팎으로 크지 않았지만 신흥시장 국가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산업 자체가 연간 5~6%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가파르게 절상될 경우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환율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볼 것을 권했다. 이 부장은 “1050원 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브랜드 인지도 강화로 글로벌 점유율이 늘어나는 부분이 환율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므로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은행주도 유망 업종으로 분류했다. 2010년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자산건전성이 강화됐고 경기확장 국면에서 이익개선 폭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식 비중 높이는 투자전략 필요

투자전략으로는 주식 비중을 높일 것을 권했다. 풍부한 유동성 장세에서 인플레이션을 즐길 수 있는 자산이 채권 등 안전자산보다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종목장세의 진행에 따라 어느 한쪽에 극단적으로 자산을 배분할 경우 위험이 크므로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을 권했다. 이 부장은 “펀드로는 압축펀드와 가치주펀드, 대형 성장주펀드를 동일 비율로 투자하는 게 적절하게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투자기간이 짧다면 코스피지수 대비 플러스알파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창

현 프랭클린템플턴 주식운용팀 부장
서울대 경제학과
교보증권 철강·제지·기계 애널리스트
한누리(KB증권) 조선·자동차 부품 애널리스트
프랭클린템플턴 조선·자동차·운송·기계 애널리스트


글 박민제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