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보통 직장인은 60세 내외에 은퇴를 해 30년 이상 근로소득 없는 ‘실버기’를 보내야 한다. 남은 30년을 빈곤하게 살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빠른 준비다. 기간을 두고 복리 효과를 극대화해 최대한 은퇴자금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은퇴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프라이빗 뱅커(PB)들은 노후에 자산 기준으로 5억∼10억 원, 매월 200만∼300만 원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금액을 준비하기 위해선 20, 30대 중반부터 은퇴 설계에 나서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에 있다.
60세에 은퇴자금 5억 원을 만들기 위해 30세부터 준비한 사람과 10년 후인 40세부터 준비한 사람의 저축금액 차이는 상당하다. 매년 연 6% 복리로 저축할 경우 30세는 매달 약 50만 원, 30년간 총 1억8000만 원을 납입하게 된다.
반면 40세는 매월 약 110만 원, 20년간 총 2억6000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 은퇴를 10년 빨리 준비하면 8000만 원을 아끼게 된다. 저축을 10년씩 미룰 때마다 필요한 은퇴자금을 모으기 위해선 매달 거의 두 배나 많은 저축을 해야 하는 셈이다.
20, 30대 중반은 상대적으로 40대나 50대보다 소득은 많지 않지만 결혼자금부터 주택자금, 자녀양육비까지 나가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은퇴 준비를 위해 목돈을 투자하지는 않더라도 5만∼10만 원씩 소액이라도 꾸준히 불입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때 자금 마련 목적에 따라 별도 주머니를 만들어 관리하면 효율적이다. 목돈마련 자금, 비상금, 노후자금, 자녀교육비 항목을 만들어 소득을 나누는 것이다.
은퇴자금은 부동산보다 연금이 유리
적정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구조를 보면 부동산 비중이 약 70∼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젊은 인구가 줄면서 중·장기적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부동산에 노후를 의지하기엔 불안하다.
은퇴자금은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부동산은 유동성 및 관리상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만일의 경우 현금흐름이 일시에 중단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연금이 정기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평균 수명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종신형 연금을 준비하는 게 좋다. 현재 종신형 연금상품은 생명보험사에서만 팔고 있다.
물가 상승을 뛰어 넘을 수 있어야
1960년대 자장면 가격은 15원이었지만 2011년 현재 가격은 4000원 정도다. 260배가 넘게 올랐다. 매년 평균 11.8%씩 자장면 값을 높인 것은 바로 물가다. 물가가 높아질수록 화폐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은퇴 후 생활이 길어질수록 물가가 은퇴자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물가 상승에 대비하지 않으면 은퇴자금은 모두 소진돼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낮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도 장수에 따른 구매력(화폐가치) 하락의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은퇴자금을 마련할 때에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자금준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후자금을 마련할 때는 고정이율이 적용되는 상품보다는 변동이율이 적용되는 상품이 적합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물가 상승 이상의 수익을 원한다면 투자수익에 따라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변액연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계속 투자해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상품도 나왔다. 상품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홀로 남는 배우자 명의의 상품 준비해야
부부 중 누가 더 오래 살까. 2010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수명은 76.4세, 여성은 82.9세로 7년 정도 여성이 더 오래 산다. 남편이 부인보다 보통 3세 연상인 점을 감안할 때 여성은 10년 정도 혼자서 은퇴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은퇴자금인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은 대부분 가장인 남편 명의로 가입돼 있어 지속적인 연금 확보가 어렵다. 또 일반적으로 사망할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병을 앓기 때문에 병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입이 매달 있어야 한다. 배우자를 위한 종신형 연금보험은 배우자가 홀로 됐을 때 큰 힘이 될 수 있다.
의료비와 장기 간병비 지출은 은퇴 설계를 할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은퇴 설계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고가의 장비 사용으로 의료 관련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데다 예방 및 미용 관련 지출도 증가 추세다. 의료비와 장기 간병비 지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은퇴자금을 의료비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은퇴 생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연금상품에도 들어야
연금상품은 소득공제를 받는 세제적격 연금과 비과세 혜택을 받는 세제비적격 연금으로 나뉜다. 두 상품을 구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저축’이란 단어가 상품명에 들어가면 세제적격 연금이고 아니면 세제비적격 연금이라는 것이다.
세제적격 연금은 연 400만 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대신 연금을 받을 때 5.5%의 원천징수를 하고 일정 연금액 이상이 되면 종합소득 과세대상에 포함돼 세금을 더 내야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시금으로 한꺼번에 받을 때에는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원리금(원금+이자)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세제비적격 연금은 소득공제는 받을 수 없지만 10년이 지나면 연금으로 받든 일시금으로 받든 세금이 전혀 붙지 않는다.
많은 직장인들이 소득공제 때문에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생각하는 소득공제 금액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자신의 연봉금액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게 아니라 과세표준에 맞춰 소득공제를 해주기 때문이다.
과세표준은 ‘총급여액-근로소득공제-종합소득공제’다. 그러므로 연봉에 비해 과세표준 금액은 상당히 낮아지게 된다. 연봉이 약 8000만 원 이상이 돼야 과세표준이 4600만 원을 넘어선다. 연봉이 8000만 원을 넘는 사람은 소득공제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기에 소득공제를 위해 세제적격연금 상품 선택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통상적으로 연소득이 80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지금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금액보다 미래에 납부할 연금소득세가 더 많다. 소득이 높을수록 적용되는 기본세율이 높아져 소득공제 효과가 커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