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회 KTB자산운용 부사장

안영회 부사장은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2009년 58조 원에서 2010년 100조 원으로 커진 것에 걸맞게 증시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의 상승 폭이 큰 상고하저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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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경기부양책인 양적완화라는 안전판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무리 긴축을 하더라도 한 해 9% 이상 성장을 할 수 있는 나라죠.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양대 경제권이 2011년에는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유럽 재정위기 및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력도 약화될 것입니다. 코스피지수는 이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연말 상승랠리를 펼쳤습니다. 2011년에도 이 같은 성장세에는 큰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안영회 KTB자산운용 부사장(45)은 2011년 국내 증시의 상승 전망에 대해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미국의 소비 회복 여부, 중국의 긴축 우려, 유럽 재정위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2010년 한 해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제한했던 네 가지 요인들이 2011년 장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부사장은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개발을 하지 않으면 빈부 격차를 줄일 방법도 없기 때문에 긴축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온 문제인 데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 재정위기도 아일랜드, 그리스 등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데다 스페인 등 규모가 큰 나라도 제조업 기반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특히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독일같이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나라는 유로화 약세로 인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권에서도 2011년에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0조 원대 상장사 이익 수준에 걸맞은 재평가 이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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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부사장이 증시 상승세를 낙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한 단계 높아진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9년 58조 원 수준이었던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2010년 100조 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2011년에도 10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지수가 높아진 기업의 경쟁력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2011년 증시에서 지켜봐야 할 특성으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 선진국의 재정지출 축소 문제, 2012년 선거를 앞둔 주요국들의 경기순응적 정책 기대감 등을 꼽았다.

그는 “영업이익의 증가 폭은 크지 않더라도 과거 40조~60조 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긴 것에 걸맞게 증시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코스피지수가 2300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의 상승 폭이 큰 상고하저 장세가 나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이 상반기 중에 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해당 이벤트를 기점으로 국내 증시는 새로운 모멘텀을 갖고 상승랠리를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증시는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하느냐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IT·은행·화학·자동차가 4대 주도 업종

유망 업종으로는 2010년 들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정보기술(IT)·은행 업종과 올해의 주도주였던 화학, 자동차를 꼽았다. IT는 업황이 바닥을 친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간 반도체 부문의 재고를 상당부분 털어낸 데다 가격도 매력적인 수준까지 하락한 만큼 반등할 시점이 왔다는 분석이다.

은행 업종도 2010년 부진하기는 했지만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만큼 2011년부터는 이익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부사장은 “ IT는 반도체 부분에서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도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필두로 하는 스마트폰과 갤럭시탭을 앞장 세운 태블릿PC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만큼 상승 여건이 무르익었다”며 “화학과 자동차주는 2010년 많이 올라 크게 증시를 주도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는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상승 가능성이 높은 테마로는 중국 소비와 관련한 주식들을 권했다. 안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중국 소비 관련 주식은 상품이나 소비재 등에서 찾지만 IT나 자동차, 화학도 크게 보면 중국 소비 관련주이므로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넓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대표주 투자가 유망

투자 전략으로는 4대 주도 업종의 대표주를 골고루 살 것을 권했다. 추세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종목을 들고 있어야만 단기간 하락 폭이 크더라도 결국에는 플러스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부사장은 “알지 못하는 종목에 섣불리 투자하면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되는 만큼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거나 일반 액티브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한 투자 방법”이라고 권했다. 하지만 2010년 각광을 받았던 압축투자전략 펀드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봤다.

해외 증시에 대해서는 중국 본토를 유망하게 전망했다.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다른 신흥 국가들은 긴축을 크게 안한 상태에서 2010년 증시가 전고점을 경신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국이 상대적으로 유망하다는 의미다.

그는 “중국은 2010년 집요하게 긴축을 하는 통에 다른 신흥국만큼 오르지 못했다”며 “기본적으로 경제규모가 크게 뻗어나가고 있는 국가이니만큼 유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배분 기준으로는 최소한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은 주식으로 갖고 갈 것을 권했다. 나머지는 은행과 부동산 적금을 적절한 수준에서 분산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금리 수준과 부동산 경기를 보면 투자할 곳이 주식시장밖에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3년짜리 예금 가입하고 10년짜리 보험 가입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에도 장기간 여유자금을 묻어둔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영회
현 KTB자산운용 주식운용 담당 부사장
현대투신운용 운용3팀 선임 펀드매니저
조흥투신운용 주식형 펀드매니저
조흥증권 증권부


글 박민제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