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창업으로 5억 명의 인맥을 구축했지만 결국 괴짜인 그를 이해해줬던 유일한 친구를 떠나보내게 된다. 영화의 말미에 그가 옛 여자 친구에게 친구 신청을 하고 새로고침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 나랑 일촌 맺자.” 10여 년 전 대학생 시절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꾸미는 이른바 ‘싸이질’에 매진했던 시기가 있었다. 자신의 온갖 일상을 사진에 담아 사진첩을 꾸미고 게시판에는 이곳저곳에서 끌어다 온 재미난 이야기들을 올려놓고 하루 방문자 수가 몇 명인지를 친구와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열을 올렸던 것은 일촌을 맺는 것이다.

일촌은 싸이월드 내에서는 자신과 특별한 관계임을 상호 동의하에 인정하는 ‘입증’ 절차다. 결국 수백 명과 일촌관계를 맺어 ‘온라인 마당발’이 됐지만 그 관계가 현실로 연결된 경우는 드물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친구야 보고 싶다’는 류의 낯간지러운 글을 방명록에 남기곤 했어도 그 사람과 정작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들었으며 만났다 해도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인간관계라는 것은 실제로 만나는 대면접촉의 산물이지 기껏해야 온라인상에서 안부 묻는 정도로는 자기 위안 말고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Money in Movie] 온라인 인맥, 그 이면의 모습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이 같은 싸이월드의 미국판 버전인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창업기를 속도감 있게 그려낸 영화다. 하버드대의 공부벌레인 주커버그는 어느 날 여자 친구인 에리카와 대화를 하다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녀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얘기만 떠든 데다 그녀의 학벌을 대놓고 무시했기 때문.

그날 밤 복수를 다짐한 주커버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여자 친구인 에리카의 집안은 엉터리며 그녀의 가슴 사이즈 역시 형편없이 작다고 놀려댔다. 한발 더 나아가 하버드대 모든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얼굴에 순위를 매기는 ‘페이스 매시’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학교에서는 근신처분을 받았지만 결국 이 기술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이라는 하버드 대학생들의 인맥 사이트를 만들고 이를 미국 전역 및 전 세계로 확산시킨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이 과정을 그린다.

페이스북은 가입자 수가 5억 명을 돌파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자리 잡았고 주커버그는 온라인 인맥의 황제로 등극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그의 삶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처음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윈클보스 형제가 제기한 소송도 소송이지만 창업 초기 사업자금을 대준 ‘절친’ 왈도 세브린을 사업 확장 과정에서 헌신짝 버리듯 속여서 내쫓아 결국 원수지간이 됐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대세라고 다들 얘기하며 온라인 인맥 쌓기에 열을 올린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메신저에 트위터 등등 우리는 온라인 인맥 구축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아무리 거대한 인맥을 구축했다고 해도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대면접촉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인맥이다.

온갖 인터넷 홈쇼핑이 범람하는 시대에도 웅진코웨이 등 방문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것도, 화상회의 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췄어도 굳이 본사에 모여 회의를 하는 회사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민제 한국경제신문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