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속세는 “이미 세금을 낸 후 남겨 놓은 재산에 대해 또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과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높은 상속세 부담은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자본이 이동한다는 자본도피론을 주장하는 전직 장관의 발언도 이슈의 대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길 원한다. 사람들은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살아 있을 때 흥청망청 돈을 쓰는 풍조가 조장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RISK CARE] 국적과 내 재산의 소재지
해외 재산과 상속세

최근 부동산이나 금융상품 등 해외 투자가 활발해지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자산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해외 자산의 상속·증여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고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도 국적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국적에 따라, 증여세는 수증자의 국적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상속세는 피상속인(망자)을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피상속인이 국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따라 상속세의 크기와 과세 여부가 달라진다.

반면 상속인의 국적은 상속세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국적이 달라지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가족 또는 주된 재산이 국내에 있는 납세자를 의미한다. 반면 비거주자는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주로 생활하는 납세자를 의미한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외 모든 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매겨진다. 그리고 국외에 있는 재산이 해당 국가의 세법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했다면 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서 납부한 상속세를 우리 세법으로 계산한 상속세에서 공제한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도 우리나라 세법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다만 국내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계산된다. 국외에 소재하는 재산은 우리나라 세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상대 국가에서 상속세를 과세할 때, 해당 국가에서는 거주자 신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속재산까지 포함해 그 나라 세법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납부한 상속세는 이중과세 조정을 목적으로 그 나라에서 공제한다.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의 판단이 상속재산의 범위뿐만 아니라 상속공제에도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우리나라 세법이 허용하는 모든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초 공제, 기타 공제 또는 일괄 공제 5억 원을 받을 수 있고, 배우자 상속 공제는 최대 30억 원까지 받는다. 만약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이 있다면 최대 2억 원까지 공제받고, 가업과 관련된 재산이 있다면 최대 100억 원까지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반면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과세의 범위가 국내에 있는 재산으로 한정되지만, 공제금액도 그만큼 줄어든다.
[RISK CARE] 국적과 내 재산의 소재지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상속세 계산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도 있다. 시민권자이거나 영주권자이면서 주된 생활 근거지가 한국이 아니라면 국외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우리 세법으로 과세할 수 없다.

그리고 본인이 거주하는 국가에 상속세가 없다면 상대국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도 상속세는 없게 된다. 실제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와 같이 ‘유산과세형’을 택했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상속세를 없애는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재산을 물려받을 때 세금을 내지 않고 물려받은 재산을 팔 때 자본이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는 방식이어서 상속세와 비교하지만 부담이 적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상속받는 재산에 따라 세금을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취득과세형’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비거주자이면서 재산의 대부분이 국내에 있다면 국적 회복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재산이 국내에 있다면 어차피 상속재산에 포함되고, 상속세 계산 시 공제는 2억 원만 적용돼 적게 공제받는 셈이다. 사망 직전에 국적을 회복하면 상속공제는 거주자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상당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RISK CARE] 국적과 내 재산의 소재지
해외 재산과 증여세

해외 자산을 증여받아도 증여세를 낼 수 있다. 증여세는 수증자의 신분에 따라 달라지고, 증여자의 신분은 관계가 없다. 수증자가 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모든 재산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계산된다.

만약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 소재한 재산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과세된다. 증여공제도 상속세와 유사하게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따라 공제 금액이 다르다. 만약 수증자가 거주자일 경우에는 각종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우자는 6억 원, 직계비속은 3000만 원(미성년자 1500만 원), 기타 친족은 500만 원의 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거주자는 증여받은 재산의 소재지와 관계없이 증여공제를 받을 수 없다. 같은 논리로 수증자가 비거주자고 증여받는 재산이 국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해외 재산에 대한 증여는 우리나라 세법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에게 미국에 있는 주택을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 취업해 살고 있는 비거주자 자녀에게 미국에 있는 주택을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공제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국외에 있는 재산을 비거주자에게 증여한다고 무조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1조)’에 의해 재산이 소재한 국가에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면 재산을 증여한 사람이 국내에서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증여세가 없거나 증여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의 부동산을 비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재산의 소재지에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므로 거주자인 부모가 국내에서 증여세를 내야 한다.

물론 재산이 소재한 나라에서 증여세가 이미 과세(세액을 면제받은 경우 포함)된다면 국내에서 따로 과세될 여지는 없다. 그러므로 증여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낮거나 증여세를 면제해 주는 나라의 부동산을 비거주자에게 증여한다면 세율 차이만큼 절세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국적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실무적으로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판단이 모호한 상황에서 단순히 세금을 줄이기 위한 영주권 취득은 향후 적극적 조세 회피로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외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상황에서 재산의 소재지가 양 국가에 나뉘어 있다면 거주국에 따라 상속·증여세의 과세 범위와 공제가 각각 다르게 적용되므로 상황별로 다양한 상속·증여 유형을 살펴보고 미리 대비하도록 하자.
[RISK CARE] 국적과 내 재산의 소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