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제 본사 CEO 필립 레오폴드 메츠거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만들어지는 세기의 타임피스들 사이, 유난히 눈에 띄는 시계 브랜드 피아제(PIAGET)가 있다. 화려한 주얼리 제품들과 독창적인 기능을 탑재한 시계들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는 피아제의 필립 레오폴드 메츠거(Philippe Leopold-Metzger) CEO가 한국 지사 설립 1주년을 맞아 중간 평가를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피아제에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것은 1년여 전인 2009년 11월 1일이었다. 지사 설립 1주년을 기념하며 중간 평가를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는 필립 레오폴드 메츠거 피아제 최고경영자(CEO)를 10월 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한국 시장을 둘러볼 계획을 세운 참에, 마침 제주도 매장(롯데 제주 면세점)도 둘러보고 왔다는 그는 빡빡한 일정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피아제 ‘수장’이 된 것은 1999년 12월. 처음 리치몬트(Richemont) 그룹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까르띠에 프로덕트 매니저로 부임하면서부터다. 1992년 피아제 본사 부사장으로 임명된 이래 세일즈, 개발 및 마케팅을 중점으로 관리하면서 동시에 피아제의 첫 부티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1999년 피아제 CEO로 임명된 이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피아제를 럭셔리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로 탄탄하게 자리매김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소감이 궁금하네요.
“한국 지사 설립 1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직접 듣고 보기 위해 재방문을 계획했어요. 마침 새로운 피아제 매장을 오픈했다는 소식에 어제 제주도에 들렀다가 새벽에야 서울에 도착했답니다.(웃음) 제주도는 마치 사이즈 작은 중국에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화려한 제주도를 보면서 한국 시장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전망과 큰 희망을 품게 됐어요.”
한국 진출 1년간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었다는 뜻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지난 1년간 한국 시장에서 피아제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확립시켰다고 생각해요. 크게 두 가지 성과를 들 수 있겠네요. 피아제에는 ‘포제션 셀러브레이션(Possession Celebration)’과 같이 품질 좋고 품격 높은 주얼리들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투르비옹 기능이 탑재된 고기능 하이 주얼리 시계들을 생산하는 명품 브랜드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고 봅니다. 일반 주얼리부터 하이 주얼리 시계, 기계식 시계에까지 피아제의 다양한 제품군을 인정받게 됐다고 생각해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피아제만의 특별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요.
“피아제는 현재 전 세계에 70개가 넘는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부티크 4개, 면세점 9개 등 총 13개의 매장이 있습니다.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가장 크게 성장한 시장 중 하나죠.
한국 시장이야말로 피아제의 전 세계 시장 중 톱 5 안에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아제를 사랑하는 고정 고객을 위해 베스트셀러 아이템들을 강화시키고자 합니다. 피아제 제품을 구입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시계 제작부터 고객이 직접 제품을 받는 데까지의 유통 시간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1999년 피아제 CEO로 임명된 후 10여 년간, 피아제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공들인 노력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피아제만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 세계 피아제 매장의 볼륨과 레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첫째는 피아제만의 특별하고 독보적인 포지셔닝 유지, 둘째는 피아제의 전 공정을 자체 제작하기 위한 통합 시계 제조 메뉴펙처(Manufacture de Haute Horlogerie Piaget) 구축, 셋째는 28개의 새로운 무브먼트를 제작하면서 투르비옹 퍼페추얼 캘린더 등 피아제만의 하이 퀄리티 무브먼트 재정립, 넷째는 아시아 시장 내에서의 확고한 위치 확립, 다섯째는 전 세계에 70개가 넘는 피아제 부티크 오픈과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관리 등 모두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강력한 통합 시스템 구축 등입니다.”
시계 제작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아제는 지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초박형 무브먼트 영역에 전문성을 보여 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두께 2.35mm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얇은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선보이기도 했죠. 이제 ‘초박형’이라는 단어는 피아제만의 대표 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피아제만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담긴 시계가 바로 ‘울트라 신(Ultra thin)’인 것이죠. 피아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시계 제작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폴로 스포츠에 영감을 받은 피아제 폴로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스포츠 경기와 결합시킨 시계들을 선보일 계획인가요.
“1979년 피아제 폴로 컬렉션을 출시했을 당시 귀족의 경기라는 폴로와 피아제는 굉장히 닮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폴로 경기 이상으로 피아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스포츠 경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더 이상 스포츠와 결합시킨 시계를 제작할 계획은 없습니다.”
피아제를 말할 때 아름다운 주얼리들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피아제야말로 굉장히 행복한 브랜드라고 말하고 싶네요.(웃음) 1874년 창립 이후 계속해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고, 고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특히 2001년에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플랑레와트의 메뉴펙처 드 오트 오를로제리 피아제에 최고급 파인 주얼리 공방을 세우고, 매년 색다른 주얼리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피아제는 ‘피아제 = 우아함’이라는 공식을 유지하기 위해 시계와 주얼리를 융합시켜 만들어내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더불어 포제션 셀러브레이션 주얼리와 같이 중저가 주얼리들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고객의 층을 넓히고자 합니다.”
2011년 스위스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를 통해 선보일 피아제의 새로운 테마에 대한 힌트를 주신다면요.
“피아제에서는 매년 색다른 주제의 컬렉션을 출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요. 2010년 피아제 주얼리 컬렉션의 주제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을 더할 아름다운 시계와 주얼리로 탄생시킨 ‘라임라이트 재즈 파티(Limelight Jazz Party)’였어요. 2011년에는 싱그러운 ‘가든 파티(Garden Party)’를 주제로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웃음)”
글 김가희 기자 holic@hankyung.com·사진 전호성(NOV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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