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

‘마법의 성’ 등 히트곡을 낸 그룹 ‘더 클래식’의 멤버로도 유명한 김광진 본부장이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는 최근 5년간 상위 1%에 들어가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 기업의 이익 수준이 급증한 2004년에 대형주 장세가 펼쳐진 뒤 2005년엔 전형적인 종목 장세가 나타났습니다. 40조~60조 원 수준이던 상장사 영업이익이 90조 원대로 크게 늘어난 올해도 대형 종목 위주로 상승했죠.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내년에는 올해와는 달리 중소형주 위주의 개별 종목들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광진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은 2000년대 초반 20조~30조 원 수준이던 상장사 영업이익이 40조~60조 원으로 한 단계 올라섰던 2004년에 대형주들이 강세를 보인 뒤 2005년에 중소형 종목들이 따라 오르는 ‘화려한 종목 장세’가 펼쳐졌다며 내년에도 이와 같은 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대형주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것을 모멘텀으로 대형주 장세가 펼쳐진 뒤에는 중소형주 중에서 실적이 호전되는 종목들의 주가가 치고 올라오는 장세가 과거 반복돼 왔다”며 “이 같은 추세는 최소 1년 정도 이어지므로 실적이 개선되고 기술력을 갖춘 유망한 중소형주를 선점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Market Leader] “내년 상반기 지수 2200,주식 비중 늘려야”
중소형주 화려하게 오를 것

김 본부장이 종목 장세가 올 것으로 보는 이유는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상승에는 항상 시간차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대형주는 시장의 많은 투자자들이 지켜보는 주식인 만큼 실적이 개선되면 바로 주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중소형주는 관심이 적다 보니 제때에 반영되기보다는 시간차가 생긴다는 것.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수준이 급격하게 좋아졌지만 중소형주는 소외된 만큼 내년에는 이런 소외된 종목들의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아가게 된다는 의미다.

그는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대형주를 이기는 구간에서는 상승 폭이 대형주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도 올해 수준으로 상장사들이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소형주의 성과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문사들이 많아진 것도 종목 장세를 예상하는 또 다른 근거다. 김 본부장은 “예전에 비해 자문사의 영향력과 규모가 커지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낮은 종목들에도 두루 조명을 받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성장 수혜를 입으면서도 자체 경쟁력을 쌓아온 회사들을 자문사들이 많이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지수대로는 2200선까지 예상하고 있다. 대형주가 오를 만큼 올랐으니 지수 자체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시가총액 비중이 낮은 종목들이 키 맞추기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자산운용은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등 코스피지수에서 비중이 높은 종목은 줄이고 비중이 낮은 종목은 차츰 늘려가고 있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유동성은 한계가 있는 만큼 금리를 적절히 인상해서 실질 성장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지금 시장은 유동성의 힘을 믿고 조금 편안하게 온 측면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상품 가격 상승 등을 기대해 샀던 주식들은 조만간 차익 실현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적완화 추세에 대한 부작용으로 내년 하반기부터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가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공급되는 대규모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기 회복을 하고 있는 상황이 인플레이션까지 치달을 것으로 보는 것.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 과정에서 진정한 경쟁력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우호적인 환율 상황에서 다소 편하게 시장점유율을 높여오는 전략이 통했지만 내년이 되면 우호적인 글로벌 환경이 상당부분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까지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기업들의 근본적인 경쟁력 덕분인지 환율 효과 덕분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진정한 경쟁력을 평가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유망
“주식 70%, 채권 20%, 현금10% 정도의 포트폴리오가 적합합니다.”
“주식 70%, 채권 20%, 현금10% 정도의 포트폴리오가 적합합니다.”
유망 업종으로는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꼽았다.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시장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미미해 향후 성장성이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약 개발이 까다로워 선진국의 글로벌 제약회사만 시장 확대의 수혜를 받았지만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인 제네릭의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기술력을 갖춘 국내 회사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 같은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해 증시에서 주목받기 시작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최근 외신을 보면 10년 후 가장 일자리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가 꼽혔다”며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바이오 관련 투자를 늘리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섹터 펀드 위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개별 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는 변동성이 커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펀드를 통해 분산투자하는 것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효한 투자 전략”이라며 “내수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보험주도 내년 상반기 유망 업종으로 추천했다. 일단 금리 인상 기조에 접어들면 투자 수익만 가지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는 종목 수 늘리는 것이 필수

내년 투자 전략으로는 종목 수를 늘릴 것을 조언했다. 종목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적은 종목에 투자했다가는 증시 상승의 효과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 본부장은 “관리가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10개 이하의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산 배분 기준은 주식 비중을 높일 것을 권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채권 투자 비중은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주식으로 갈아타라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주식 비중은 70% 이상, 채권 20%, 현금 10% 정도의 포트폴리오가 적합할 것”이라며 “투자 종목 중에는 애널리스트가 커버하지 않는 희귀한 종목을 찾는 투자자도 많은데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애널리스트가 커버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을 줄여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유 펀드의 환매 시점에 대해서는 펀드 자금 유·출입 추세를 따라가지 말 것을 조언했다. 경험상 펀드 환매가 대량으로 나온 뒤에는 증시가 상승했으며 펀드로 대량의 자금이 유입된 뒤에는 주가가 빠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광진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
삼성증권 하나경제연구소 장은투자자문
연세대 경영학과


글 박민제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