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고 돌리고!’ 노라조의 ‘슈퍼맨’에 나오는 노래 가사이자 망년회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12월이면 많은 이들이 망년회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한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망년회가 대부분은 과음으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필름이 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술을 마시고 자주 필름이 끊어진다는 것은 술을 해독하는 기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적인 과음은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알코올이 소장에서 비타민B군의 흡수를 방해해 신경세포에 필요한 비타민 부족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알코올이 간에서 해독될 때 비타민B군과 C를 소모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타민 부족을 가져오기도 한다.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에 비타민B군, 단백질, 지질(특히 레시틴), 트립토판, 미네랄 등 여러 영양소가 필요하다.
[Health Column] 망년회의 계절에 살아남는 법
레시틴은 달걀의 노른자나 콩에 많고, 트립토판은 바나나에 많으며, 미네랄은 해조류에 많다. 비타민B군과 C는 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특히 레몬은 술 마실 때 같이 첨가해 마시면 큰 도움이 된다.

비타민C는 빛이나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술을 마실 때 생 레몬을 가져다가 바로 잘라서 그 즙을 술이나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보다 지방 성분이 많고 수분 성분이 적기 때문에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남성보다 20~50% 정도 더 알코올을 섭취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여성일수록 술의 양을 줄이고 술을 마실 때 수분 섭취를 더 하는 것이 좋다.

지속적인 과음은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간세포 파괴와 지방간염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이를 방치하면 간경화로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술 접대가 많은 사람들은 반드시 매달 간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하고, A형 간염과 B형 간염 예방주사도 맞아야 한다.

3~6개월마다 하는 간 초음파 검사도 잊어서는 안 된다. 급성간염은 황달, 피로,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간경화나 간암은 아무 증상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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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그나마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2~3일은 음주를 피해야 한다. 또 과음한 다음날 알코올을 증발(?)시킨다고 사우나에서 과하게 땀을 빼는 것도 삼가야 한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 또는 노약자들의 경우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이 따른다.

탈수가 되면 혈액이 끈끈하게 변해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을 할 때는 10분 정도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는 것이 좋고, 반신욕 하기 전에 300ml의 물을 먼저 마시고 사우나 중에도 계속 조금씩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술 마신 다음날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과 간 해독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많은 조개, 굴, 물오징어 등의 음식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미네랄이 풍부한 미역, 다시마도 숙취 해소에 좋은 음식이다.

폭탄주를 마셔야 할 경우에는 가급적 노래방에 가는 것이 좋다. 폭탄주를 마시면 알코올 흡수가 빨라져 더욱 빨리 취하게 된다. 따라서 2차를 가게 되면 되도록 노래방으로 가서 음치더라도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는 게 좋다.

그래야 술도 덜 마시게 되고 땀으로 알코올이 배출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노래에 자신이 없다고 망설일 필요는 없다.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적잖이 도움이 된다.

망년회의 진정한 의미는 올해의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내년에는 새롭고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의미다. 너무나 많이 잔을 돌리고 돌리다가 자신의 건강을 해치지 말고 적당히 건강을 챙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술 마신 다음 날, 비타민은 반드시 챙기기를 바란다.

이승남(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