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70세가 넘은 노(老)부부가 재무 상담을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았다. 노부부는 강남에 월 임대료 8000만 원 정도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산 이전을 고민하던 노부부는 건물 매각을 결정하고 양도소득세를 알아보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노부부는 건물 가격을 350억~4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재 임대수익 등을 기반으로 추정해본 건물 가격은 250억~300억 원 수준이었다. 노부부가 생각하는 대로 건물 가격을 400억 원으로 추정했을 때 양도에 따라 물어야 하는 세금은 약 90억 원이다.

정작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노부부의 매각 이후 자금 활용 계획을 들은 후였다. 그들은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해 건물 매각을 계획했다고 한다. 아는 세무사가 현금으로 상속하면 상속세를 적게 낸다고 조언해 건물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이들 노부부처럼 증여나 상속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자산가들이 많다. 이 경우 매각 후 상속을 하면 400억 원의 매각자금에서 양도세 90억 원을 납부하고, 310억 원의 현금 중 최대 상속공제액 37억 원을 제하더라도 남은 273억 원에 대해 50%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400억 원대의 건물을 매각해 자식에게 돌아가는 자산은 고작(?) 137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자녀에게 보다 많은 자산을 물려주려면 세무당국 몰래 현금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텐데, 그럴 방법은 거의 없다. 현재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일정 금액 이상, 혹은 일정 연령 이상의 고액자산가들의 자금 움직임을 거의 모두 과세당국이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상속세는 어느 정도일까.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상속가액은 임대보증금과 1년 치 임대료 총합에 8.33을 곱한 것이다(상증법 시행령 50조 7항과 시행규칙 15조 2항). 이 규정에 따라 노부부의 자산을 평가해 보면 상속가액은 100억 원 수준이다. 다시 말해 노부부가 건물을 보유한 상태에서 사망했을 때 자녀가 물어야 하는 상속세는 약 30억 원(다른 자산이 없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상속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노부부가 가진 건물의 지분을 두 자녀에게 미리 30억 원씩 사전 증여하면자산 이전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자녀들 명의로 각각 30억 원을 증여하게 되면 각 8억 원 미만(임대보증금 포함, 부담부증여)의 증여세를 부담하면서 부동산 지분의 30%씩을 자녀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 자녀에게 부동산 지분을 증여함으로써 임대료 약 3000만 원 정도를 자녀의 소득으로 귀속시키는 효과를 보게 된다. 소득이 분산돼 종합소득세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자녀의 입장에서는 5년 동안 분할해 증여세를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이자율 4.3%)를 활용해 현재 발생되는 임대료를 통해 증여세를 납부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에게 각각 30억 원씩 증여한 후 노부부의 보유지분은 크게 줄어서 향후 노부부가 10년 이상 생존한다고 가정할 경우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은 크게 감소한다.

또한 증여를 통해 자녀에게 매월 3000만 원이 이전됨에 따라 자녀 명의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 해결된다. 만약 매년 발생하는 임대료 3억6000만 원(매월 3000만 원)을 연 5%로 재투자할 경우 10년 후 45억 원 상당의 자금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자산 이전은 어떤 전략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가져온다. 따라서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은 자녀들과 충분한 대화와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상속세를 줄이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최근에 상속세보다 증여세 납부액이 더 많은 이유도 사전에 철저한 증여를 통해 절세하고자 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재산은 모으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는 자산가라면 지금부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부동산 칼럼] 수익형 부동산의 효율적인 증여



박인섭


교보생명 광화문재무설계센터장ㆍ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