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秋風落毛의 계절
가을철은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등 6가지 기운 가운데 조의 기운이 지배하는 계절이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만물의 수분이 말라 건조해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따라서 나무가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듯 우리 몸도 외부 기온과 수분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모발의 탈락이 본격화되는 계절이기도 하다.환절기에 일어나는 탈모는 생리적 탈모라고 해서 계절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지만,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사람의 경우 탈모의 진행이 급진전되기도 하므로 가을이 깊어지면 탈모 고민도 깊어지게 된다. 그럼 탈모는 어떤 기전으로 진행되며,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머리카락은 두피에서 생겨나고 자라나는 두피조직 중 일부다. 기름진 토양에서 튼튼한 나무가 자라듯이 두피 환경이 좋아야만 건강한 모발이 자랄 수 있다.
그런데 두피 환경, 즉 두피의 순환과 영양 상태, 노폐물 배출 기능 등을 결정짓는 것은 몸 내부의 건강 상태다. 즉 몸의 건강 상태가 두피 환경을 결정짓고, 두피 환경이 모발의 성장과 영양을 결정짓는 것이다.
나무의 성장이 더디거나 나뭇잎이 시들면, 잎이 아니라 뿌리에 물을 주고 영양분을 준다. 머리카락도 같은 이치다. 머리카락이 얇아지거나 힘이 없어지고 머리숱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모발이 뿌리내리고 있는 두피와, 두피에 영향을 끼치는 오장육부의 순환과 기능 상태를 점검해서 치료해야 한다.
치료를 할 때는 증상이 즉시적으로 좋아지는 데만 급급해하지 말고, 근본 원인 치료로 건강이 회복되면서 증상이 개선돼야 치료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특히 남성형 탈모는 꾸준히 진행되며, 유전적인 요인으로 평생 관리를 받아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탈모의 발현을 늦추고 탈모의 진행 정도를 낮추는 것을 1차 목표로 해서 내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발에 영양을 주는 두피 환경을 개선시키는 두피 관리와 육모침 치료, 모발을 잡아주고 모근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약침요법 등 탈모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탈모 유형에 따른 구체적인 치료 방법
탈모의 유형은 대체로 원형 탈모와 M자·C자형 탈모, O자형 탈모 등으로 나눈다. 먼저 원형 탈모는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나 영양 장애가 주원인이다. 건강 상태를 바로 잡으면 자연 치료율이 30% 이상이지만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다발성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난치성으로 발전되므로 발병한 지 1개월 이내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건강 상태와 순환 장애를 개선시키는 한약 치료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M자·C자형 탈모는 두피조직이 얼굴조직으로 바뀌고 모근이 위축돼 성모가 자라지 않는 경우다. 이 경우는 모두 유전적 성향으로 이마가 벗겨지는 양상으로 발전하며, 치료 효과가 더딘 난치성 탈모에 속하므로 그만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 경우는 어깨와 후두부의 경직이 수반된 경우가 많으며 이마, 두피모상건막, 후두부 근육의 경결과 순환 장애를 풀어주는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O자형 탈모는 대부분 두피에 열이 많은 경우에 진행되는 탈모 유형으로, 머리에서 가장 높은 부위, 즉 뚜껑에 해당되는 두정부에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힘이 없어지고 빠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 경우는 내적으로 열이 오르는 근본 원인을 치료해서 열 균형 회복에 중점을 두고 치료를 하며 두피염증이나 각질을 수반한 지루성피부염이 병행된 경우가 많으므로 한약 복용뿐만 두피 트러블 치료와 약침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O자형 탈모는 일반적으로 M자나 C자형 탈모보다는 빠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탈모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가운데 의외로 20대가 많다. 그만큼 스트레스와 피로, 불규칙한 생활 등이 조기 탈모에 악화인자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탈모 과정은 모발이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면서 탈모로 진행되는 만큼, 탈모를 악화시키는 인자를 배제하면서 모발 변화와 탈모 증상이 시작될 때 조기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러스트·이경국
박진미 존스킨한의원 압구정본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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