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첫선을 보인 ETF가 8년 만에 순자산 규모 5조 원을 돌파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편리한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주가지수나 채권지수는 물론 다양한 원자재나 해외 지수에 연계된 ETF가 출시되면서 ETF만으로도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ETF의 활용 방법과 투자 전략을 소개한다.
ETF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주식처럼 거래가 편리하면서도 개별 종목보다 리스크는 작기 때문이다.
ETF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주식처럼 거래가 편리하면서도 개별 종목보다 리스크는 작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ETF 시장

2002년 10월 14일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덱스200 ETF’가 국내 최초로 증시에 상장된 지 올해로 꼭 8년이 됐다. 그동안 ETF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8일 현재 12개 운용사가 62개 ETF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의 순자산 규모는 5조7952억 원에 달한다. 2006년 말 214억 원에 불과하던 ETF 순자산 규모는 2008년 말 3조3994억 원으로 160배 넘게 급증한 뒤 올 들어서는 5조 원을 돌파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일일 거래대금도 급증하고 있다. 2006년 230억 원에 불과했던 일일 거래대금은 지난해 1238억 원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105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arket Issue] 펀드와 주식의 장점 다 갖춘 ETF 투자 매력
이는 ETF가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고루 가졌기 때문이다. 즉 일반 펀드와 달리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주식처럼 증권거래 계좌만 있으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언제든 수익률을 보면서 매매 타이밍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보수도 저렴하다. 일반 주식형 펀드(2.5∼3.0%)는 물론 인덱스펀드(1.5% 내외)보다도 낮은 0.2∼0.5% 수준이다. 반면 코스피200지수 등 지수와 연계된 인덱스펀드인 만큼 개별 종목 투자보다 리스크는 작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에는 주가지수에만 국한됐던 투자 대상이 상품, 채권, 통화 등으로 확대돼 ETF만으로도 자산배분이 가능해진 것도 강점이다. 지난달에는 금선물에 직접투자를 하는‘삼성코덱스골드선물특별자산 ETF’가 선보였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나스닥시장 주요 100개 상장 종목에 투자하는 ETF도 지난 18일 상장됐다.

조선·자동차·화학 ETF 올 들어 30∼60% 수익

올 들어 성과도 양호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10월 8일 기준)은 11.87%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10.11%)을 웃돈다. 특히 올 들어서 상승 탄력을 받은 조선·자동차·화학 업종 등에 투자한 ETF는 고수익을 올렸다.

‘삼성코덱스조선주 ETF ’가 65.37%나 수익을 냈고, ‘삼성코덱스자동차 ETF ’(47.87%)와 ‘대신자이언트현대차그룹 ETF ’(40.47%)가 나란히 40%대 수익을 올렸다. ‘삼성코덱스에너지화학 ETF ’(30.62%)도 선전했다.

코스피지수의 상승세에 힘입어 ‘한국투자킨덱스200 ETF ’(11.48%), ‘유리트렉스200 ETF ’(11.4%)도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 반면 올 들어 IT주와 금융주는 하락곡선을 그렸던 탓에 ‘우리코세프IT ETF ’는 0.17% 손실을 냈고, ‘우리코세프Banks ETF’(0.69%)와 ‘삼성코덱스은행 ETF ’(0.58%)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채권형 ETF 중에서는 ‘우리코세프국고채 ETF ’(7.04%), ‘KStar국고채 ETF ’(6.94%), ‘삼성코덱스국고채권 ETF ’(6.87%)가 선두권에 섰다. 올 들어 금값이 급등하면서 금 펀드‘현대HIT골드특별자산 ETF ’가 15.93%나 수익을 거뒀다.

연초 이후 잇따라 출시됐던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희비가 엇갈렸다. 레버리지 ETF는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코스피200지수의 일일수익률의 두 배로 움직이는 반면 인버스 ETF는 지수 수익률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환위험 노출·배당소득세 감안해야

전문가들은 다양한 ETF 중에서 투자 성향에 맞게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소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지녔다면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ETF보다 코스피200지수 등 시장을 따라가는 ETF가 낫다는 설명이다.

다만 파생상품 거래를 활용한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의 투자는 다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기초지수의 일일수익률을 누적 합계해 최종 수익률이 결정되는 만큼 지수 방향을 바르게 선택하더라도 손실을 낼 수 있어서다.

만약 개별 종목에 투자하고 싶다면 저평가 돼 있는 업종에 집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조선이나 자동차보다는 저평가 돼 있는 IT나 금융, 건설, 철강 등에 관심을 두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국고채, 통안채 등 채권 ETF나 이미 가격이 급등한 금 ETF는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ETF 투자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ETF도 거래가 부진하면 상장폐지 될 수 있는 만큼 벤치마크 지수를 잘 추적하고 유동성 공급이 원활한 ETF를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다. 즉, 추적오차율(이론 NAV와 추적 NAV의 차이)이 적고, 괴리율(추적 NAV와 거래 가격의 차이)이 낮은 ETF가 바람직하다.

또 해외 ETF는 모두 환위험에 노출돼 있는 탓에 원화가 강세이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주식형을 제외한 해외 주식형·채권형·파생상품 ETF에는 환매 시 매매차익의 15.4%가 ‘배당소득세’로 부과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식 거래 없이 ETF 투자

ETF도 일종의 주식인 만큼 기본적으로 증권거래 계좌를 트고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거래하면 된다. 그러나 주식 거래가 부담스럽다면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하면 된다. 은행의 ETF 신탁상품에 가입하면 투자자가 원하는 날짜에 지정된 금액을 은행이 대신 투자해준다.

다양한 ETF를 활용해 자산관리를 해 주는 증권사 ‘ETF랩’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한중일ETF랩’은 글로벌 투자 환경에 따라 ‘삼성코덱스200 ETF ’,‘삼성코덱스차이나H ETF ’,‘삼성코덱스재팬 ETF ’등을 편입해 한·중·일의 우량주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내세운다.

또 원유, 농산물 등 주요 원자재에 고루 투자하는 ‘글로벌원자재 ETF랩’도 출시했다. 하나대투증권의 ‘써프라이즈 ETF랩’은 시황에 따라 시장지수·섹터·원자재 ETF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투자자가 다양한 자산을 최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적립식 펀드처럼 투자할 수 있도록 약정일에 자동으로 ETF를 매수해주는 증권사 서비스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ETF 적립식 자동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주문체결 시 온라인 매매수수료만 내면 매달 약정일에 ETF를 사준다.
[Market Issue] 펀드와 주식의 장점 다 갖춘 ETF 투자 매력
서보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