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to Buy House?

‘지방에서 불기 시작한 부동산 훈풍이 수도권으로 북상할 수 있을까?’

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드는 현상이 수도권에서도 나타날지 관심이다. 부산, 대전, 대구, 울산, 광주 등 지방 광역시 주택 매매가는 지난 9월 현재 18개월째 전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9월에는 부산 0.8%, 대전 0.5% 등 상승률도 만만치 않았다. 건설사들이 1~2년 전부터 지방 아파트 공급을 줄여왔고 미분양 아파트를 많게는 20~30%까지 할인 판매한 게 효과를 낳고 있다. 갈수록 낡게 되는 기존 아파트에서 새 집으로 이사 가려는 교체 수요는 생겨날 수 밖에 없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악 상황 지난 부동산 시장, 불씨 지펴지나?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정이 다르다. 전반적으로 거래에 숨통이 트인다든지, 신규 분양이 잘 된다든지 하는 징후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말한다면 요즘 분양현장 사무소에 문의전화가 예전보다 많이 걸려오는 건 다행”이라며 “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 시장 회복 선행하는 전셋값 상승

시장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이 주택 시장 회복에 선행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김 사장은 “고양이나 파주, 용인 등지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봤는데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이들 지역 미분양 아파트에 세입자들이 몰리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세 거래라 해도 사람이 입주하면 일단 미입주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니 상황이 호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악 상황 지난 부동산 시장, 불씨 지펴지나?
실제로 파주 교하 신도시 아파트들의 입주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파주시 교하읍 LBA대원효성공인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입주를 시작한 벽산한라와 남양휴튼 아파트 입주율은 벌써 80% 이상 높아졌다”며 “남양휴튼 전용 101㎡ 전셋값은 지난달 초 9000만 원에서 현재는 1억2000만 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고양시 식사동 일산자이 아파트도 매매와 전세 모두 많이 늘었다. 전용 101㎡ 매매가는 4억5000만~4억6000만 원으로 최근 한달 사이에 3000만 원가량 올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졌다. 전세 매물이 모자랄 정도다. 전용 101㎡ 전세가는 지난달 초보다 2000만 원 오른 2억 원 선이다. 대출 비율이 높은 물건이 많지만 그래도 거래는 되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미분양 물건이 속속 나간다는 소식도 일부 지역에서 나온다. 안양 석수동 하늘채 분양 관계자는 “주로 158.7㎡와 161.9㎡가 미분양으로 남았는데 이전에 한 달에 10채도 판매하기 힘들었지만 지난달에는 20채를 팔았다”며 “용인 송전리 등에서도 132.2㎡대를 할인 분양, 이자지원책을 펴 하나 둘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막차 심리가 발동하는 것 같다’, ‘관망세를 보이던 대기 수요자 가운데 일부가 움직이는 것 같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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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상황 지난 부동산 시장, 불씨 지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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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다지는 분양·기존 주택 시장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단지에 불이 속속 켜지는 것과 달리 기존 아파트나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에는 아직 찬바람이 분다. 그러나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분위기는 아니다. 바닥을 다져가는 모습이란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기존 아파트 시장은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요즘 늘고 있다. 8·29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강남 3구의 9월 한 달간(신고일 기준) 아파트 거래량은 556건으로 전달에 비해 29%가량 증가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최근 반짝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요 덕에 지난 9월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신규 분양 시장은 지난 추석 명절 이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순위 내 마감된 분양 단지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른 소식이 들릴 것이란 징후가 감지된다. 남양주 별내지구 등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몰리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바닥을 친 것 같다”며 “더 이상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대구, 포항, 울산, 광주 등 지방 중소형은 미분양, 미입주 물량이 이제 거의 없다”며 “올 겨울에도 전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 분양 시장과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도 동시에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매 시장 ‘성황’, 외국 자본도 ‘기웃’

수도권 경매 시장은 이미 성황이다. 3억 원 이하 중소형·중저가 아파트는 나오자마자 금세 낙찰된다. 전셋값 급등으로 ‘전셋값+α’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 때문이다. 전셋값이 이미 많이 오른 지방은 투자 차원에서, 수도권은 실수요자들이 중소형 위주로 문건을 찾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지방은 지난 6월부터, 수도권은 9월부터 경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며 “전세 난으로 빌라 다세대·다가구 경매에도 투자자들이 몰린다”고 전했다. 또 “대형은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지만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매수세가 생기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값이 많이 떨어진 국내 부동산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흘러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한 빌딩거래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부동산 시장 ‘큰손’들은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데 반해 일본, 미국, 영국, 홍콩 등 제로금리 국가들의 투기자본과 연금 등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상품 중에선 여전히 빌딩이 인기다. 지역은 강남권과 을지로 등 도심권, 뉴타운지역 내 상업 지역, 수도권 신도시 지역 등으로 타깃을 좁힌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개발사업도 눈여겨본다고 한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는 투자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선자금 투입을 해주고 나중에 회수하는 방식을 희망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저금리 기조 유지도 긍정적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에서 동결한 것도 위안거리다. 환율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 당분간 금리가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은 적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

한꺼번에 0.5%포인트를 올려버리면 심리적 충격은 물론 실제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 0.25%포인트는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특히 최근 3개월간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일수 씨티 프라이빗뱅크 팀장은 “금리 인상이라는 요소가 점진적, 제한적 인상으로 결국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미분양 해소 속도가 관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회복세를 언제 보이느냐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해소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부산이 침체를 딛고 회복되는 데 약 4년이 걸렸다”며 “미분양 아파트가 급감하는 시점부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미분양이 지금 물량의 3분의 1 정도 판매되면 시장 회복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가격 움직임에 앞서 거래량 변화가 분명히 나타나야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방향성을 명확히 잡게 된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누가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본부 부동산팀장은 좀 더 명확하게 얘기한다. 그는 “연말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하며 가격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내년 초반까지 이런 상황이 유지되면 상반기가 지나면서 전반적으로 상승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팀장은 현재의 시장 가격은 다소 높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급매물이 많지 않아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이경국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