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같은 12%의 성과를 올렸다고 하더라도 A라는 펀드가 소득세를 그대로 내는 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세후 수익률은 8.5%로 떨어진다. 반면 거의 비과세에 해당되는 B펀드는 12%의 수익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펀드는 은행 예·적금 등에 비해 세금과 관련해 유리한 점이 많다. 이는 각종 비과세 또는 세금우대 상품이 다양하거니와 주식형 펀드의 경우 상당부분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매년 자동적으로 세금 납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펀드에서 부담하는 세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펀드에서 발생하는 소득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펀드의 대표적인 소득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주식을 사고팔아서 얻는 이익에 대한 주식자본소득, 주식 소유에 따라 기업에서 분배받은 이익에 대한 배당소득 그리고 채권을 사고팔아서 얻은 이익에 대한 채권자본소득, 채권 보유에 따라 얻게 되는 채권이자소득 등이다.
원칙적으로 이들 소득에 대해서 소득세 14%, 주민세 1.4%를 합쳐 총 15.4%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중 주식 매매를 통해 얻은 주식자본소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배려에 따른 것이다. 다만 대주주가 주식 거래를 하거나 개인이 상장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할 때는 자본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비상장 주식을 매매할 때 역시 마찬가지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펀드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과세 대상 수익(주식배당소득, 채권자본소득과 이자소득 등)만 별도로 계산해 이를 모두 ‘배당소득’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15.4%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과세 대상 수익과 투자 기간 등에 따른 세금을 손쉽게 계산하기 위해 펀드 기준가와 별도로 과표 기준가를 산출해 매일 발표하고 있다.
이 과표 기준가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을 계산해 환매 시 세금을 제외한 수익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게다가 1년에 한 번씩 펀드의 결산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즉 1년 동안 펀드에서 올린 수익을 정리해 세금을 내고 나머지 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펀드 수를 늘려준다. 환매하지 않고 몇 년 동안 투자하더라도 매년 자동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게 돼 있는 셈이다.
절세 혜택 가장 큰 것은 주식형 펀드
앞서 설명했듯이 펀드에서 발생하는 여러 수익에 따라 세금 부담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펀드의 유형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다르다. 펀드는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주식형,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그리고 나머지 유형 중 주식에 최대 50% 이상 투자하는 주식혼합형, 주식에 최대 50% 이하로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등으로 나뉜다.
주식자본소득에 대해 비과세되기 때문에 가장 혜택이 높은 절세 상품은 바로 주식형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에 90% 이상 투자하는 펀드라면 수익의 대부분이 주식자본소득으로 구성되므로 비과세 혜택이 매우 큰 셈이다.
주식형 펀드는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주식배당소득이나 채권의 자본소득과 이자소득 등이 전체 수익에서 아주 미미할 수밖에 없다. 같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세금 부담은 채권형> 채권혼합형> 주식혼합형> 주식형의 순이 될 것이다.
결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일수록 세제 혜택도 커진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비과세 상품이 아닌 한 반드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은행의 예·적금 상품과 비교하면 주식형 펀드의 세제상 매력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금융소득이 4000만 원 이상이어서 자칫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기 쉬운 고액투자자라면 절세를 위해 주식형 펀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 소득 규모에 따라 8~35%의 누진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면서 세금 부담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펀드의 세금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 모두에 고루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의 경우 주식 매매에서 크게 손실이 나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도 채권자본소득과 이자소득이 있다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끝으로 지난 2009년 말로 한시적인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면서 해외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 10월 13일까지 무려 7조 원 가까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익률 부진에다가 세제혜택 종료로 세금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투자자의 경우 조금만 수익률이 높아도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외 펀드 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최근 정부가 손실 중인 해외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으로 세제개편안 수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해외 펀드에서 수익이 났더라도 2007년 6월부터 2009년 12월까지의 세제혜택 기간 동안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 손실을 제외한 순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대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올 들어 해외 펀드 성적이 여전히 신통치 않자 이 기간을 2011년까지 1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 펀드 투자는 비단 세금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펀드는 국내에는 없는 투자 기회와 분산투자 차원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낙관론자들의 승리>를 저술한 엘로이 딤슨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 16개 국가의 주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대표적인 1개 국가에 투자했을 경우 29.1%에 이르던 표준편차가 16개국에 고루 투자할 때 17.3%로 크게 떨어졌다. 또 해외 분산으로 얻는 예상 수익 역시 16개 모든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나라마다 서로 수익률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투자에서의 손실을 해외 투자가 메워주거나 반대로 해외 투자에서의 손실을 국내 투자가 상쇄해 준다.
특히 상당수 개인투자자의 경우 금융소득이 4000만 원 이상에 해당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라면 해외 펀드 투자를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효율적인 자산운용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 jymin@asset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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