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 맞는 간염부터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파상풍 등 기본 접종이 끝나는 초등학생까지는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꼼꼼히 챙기게 된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아이가 크면 이제는 다 컸다는 생각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성인이 되면 더욱 더 무심하게 된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성인이 돼서도 맞아야 한다. ‘남들이 맞는다고 나도 꼭 맞아야 될까’ 하고 의구심을 갖거나 심지어는 예방접종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신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생백신이니 사백신이니 하니까 잘못 맞아서 이 세상을 뜨는 경우도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간혹 신문에 집단 접종을 하거나 유아가 접종 후 부작용으로 사고가 나는 것을 보게 되면 더욱 의심하게 된다.
매일 먹는 음식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물며 모든 주사나 약에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고령이나 설사, 감기 증상, 이전 예방접종 시 주사 부위에 발적이 있었던 경우, 항생제를 먹고 있을 때, 병의 회복기에 있을 때, 고용량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았을 때는 의사와 상담 후에 맞아야 한다. 달걀노른자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에도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병을 미리 예방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부작용에 비해서 얻는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주의사항에 해당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맞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에는 독감 예방접종은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맞게 한다.
특히, 작년부터는 A형 간염이 유행하기 때문에 40세 이전의 성인이라도 모두 맞는 것이 좋고, 40세 이후에는 A형 간염 항체검사를 한 후에 면역이 없다면 맞아야 한다.
A형 간염은 수인성 전염병으로 간염환자와 물 컵을 같이 사용해도 전염될 수 있다. 갑자기 피로와 식욕 부진, 진한 소변이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다.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하면 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9세가 넘으면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유두종 바이러스는 종류가 많은데 이 중에서 암을 잘 일으키는 네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 면역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1, 2, 6개월 세 번 접종한다. 9세부터 26세까지 효과가 좋지만, 40세 이전이라면 자궁경부에 유두종 바이러스가 없을 경우 접종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자라게 되면 추가 접종해야 하는 파상풍과 디프테리아가 함께 있는 TD주사를 10년마다 맞춰야 한다. 또한 B형 간염 항체검사를 해서 면역이 생기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접종해야 한다.
임신 전 여성은 풍진 바이러스 항체검사를 해 항체가 없다면 최소 임신 3개월 전에 미리 맞아야 태아의 기형아 형성을 예방할 수 있다. 불행히도 C형 간염은 아직 예방접종 주사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는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승남(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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