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징후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하나가 자주 깜박깜박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손에 쥔 채 휴대전화나 리모컨을 찾거나 냉장고 속에 전화기를 넣어두는 경우가 잦아진다.
심지어 아이를(?) 두고 오는 부부도 있다. 이렇게 자꾸 깜박하다 보면 ‘혹시 치매에 걸린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된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85세 이상이 되면 전체의 약 20~45% 정도가 어느 정도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척되고 있는데, 2010년 기준으로 여성의 평균 수명이 83세로 늘어났다.
다음 사례는 실제 필자가 겪은 일이다. 어느 날 50대 여성 한 분이 필자의 병원을 찾았다. 수영으로 건강을 다지던 그녀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수영장을 찾았다. 샤워를 하고 모자와 물안경을 쓰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더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더란다.
수영복 입는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진료를 보며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녀는 물안경을 끼고 모자를 썼기에 망정이지 톡톡히 망신당할 뻔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의학적으로 건망증과 치매는 엄연히 다르다. 건망증은 깜빡깜빡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집을 찾거나 시간, 방향, 나이 등은 제대로 안다. 하지만 치매는 시간 개념, 방향성, 대소변 가리는 것에도 혼란이 온다. 건망증은 자주 잊어버리는 증상이지 병은 아니지만 치매는 뇌의 퇴행성을 일으키는 무서운 질병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사망에 이르게 한 병이 바로 알츠하이머 치매다. 치매는 그 원인이 굉장히 다양한데,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파킨스병, 뇌종양 등이 가장 흔한 치매다.
동양에서 가장 흔한 치매의 원인은 혈관성 치매다. 고혈압이나 당뇨, 동맥경화로 인해 뇌세포로 가는 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사멸돼 치매가 생기게 된다. 이 혈관성 치매만 예방해도 50% 정도의 치매를 예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체중조절, 식이요법,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일단 치매가 발생하게 되면 자꾸 진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예방이 최선책이다. 특히, 비만환자는 모든 병이 다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체중 조절을 꼭 해야 한다. 복부비만과 내장비만이 가장 위험하므로, 복부 피하지방은 지방 흡입술을 받아야 하고 내장비만은 꾸준한 치료와 운동을 해야 한다. 혈액순환 장애는 혈전 검사와 모세혈관 검사, 활성산소와 항산화 검사를 통해서 잘못된 사항을 알아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매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는 양파(하루 2분의 1~4분의 1개), 물(하루 2리터), 생청국장(한 수저), 등푸른생선(꽁치·고등어), 잣(하루 20개), 포도씨유나 올리브오일, 키위나 귤 등이다.
만성 중금속 중독에 의한 치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중금속 검사는 모발 분석을 통해서 납이나 알루미늄 중독을 알아낼 수 있다. 이승남(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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