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임금 근로자의 정년을 55세라고 볼 때, 2011년은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첫 은퇴를 알리는 시기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1953~63년생을 일컫는다. 이는 총인구 중 15%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68~74년생까지 포함한다면 향후 20년간 우리나라는 수많은 은퇴자의 출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인 입장은 물론 은퇴자의 입장에서 보면 준비되지 않은 은퇴라는 새로운 공포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 은퇴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평균 수명이 지금처럼 길지 않았고 고금리 등 경제환경, 그리고 자녀세대가 부모를 봉양한다는 사회적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변에서 흔히 회갑잔치를 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은퇴는 과거처럼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다.
의료기술 발전 및 식생활의 개선 등으로 인해 평균 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저금리시대의 도래 등 자산운용을 하기에 만만치 않은 현실이 됐다. 더구나 1~2자녀 가구가 대부분으로 이제는 자녀에게 노후를 기대는 것조차 어려운 시대가 돼 버렸다. 일반적으로 노후에 대한 대비를 이야기할 때, 3층 보장을 많이 말한다. 3층 구조란 사회보장, 기업보장, 개인보장이며, 이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가능하다. 직장 근로자의 경우에는 사회보장과 기업보장을 겸하고 개별적으로 개인보장을 추가하면 3층 보장구조를 어느 정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사회보장을 기본으로 개별적으로 개인보장을 추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보장은커녕 사회보장마저도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노후에 대비하는 3층 보장의 범위 내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은퇴 시점의 경제생활 수준을 가늠해보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물론 노후생활이 경제적 준비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적으로 볼 때 은퇴생활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꼽으라면 교사(또는 교수)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교사는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라는 임시적인 두 번의 은퇴 경험으로 인해 실제 장기간의 은퇴생활이 시작됐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은퇴는 재무적인 측면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한 축으로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여기에서는 재무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노후를 대비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안락한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필요할까. 이는 개인마다 영위하고자 하는 삶의 수준이 다르기에 일방적으로 ‘얼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살펴보면 월 150만~200만 원가량을 노후생활 자금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55세에 은퇴해서 약 25년간 은퇴생활을 영위한다고 가정해보자. 월 생활비는 150만 원씩 사용한다고 보면 총 필요생활비는 4억5000만 원(=150만 원×12개월×25년)이라는 금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금액은 향후 물가상승률(또는 투자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금액이므로 실제 필요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은퇴를 위한 필요자금이 4억5000만 원이라고 한다면 결코 만만한 금액은 아니다. 한정된 소득으로 주택을 마련하고 자녀를 교육시키면서 본인의 노후까지 준비한다고 했을 때 어쩌면 불가능한 금액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은퇴라는 것이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리적 시간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적은 금액일지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은퇴 준비를 이야기하면서 ‘생각하면 할수록 가난해진다’라는 말을 한다. 이는 준비를 망설이다 보면 결국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30세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결혼을 하고 자녀가 출생하고 내 집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40대가 훌쩍 넘어버린다. 이제 은퇴 준비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은퇴까지 고작 10년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이마저도 머뭇거리다 보면 더 줄어들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꿔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한정된 소득을 고려한다면 무작정 은퇴 준비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표에서는 단순화해 표현했지만, 소득이 발생할 때 은퇴 준비를 할 수 있으므로 소득 기간이 짧아질수록 은퇴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제가 은퇴 준비를 위한 가장 적기일까. 그건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적은 금액이라도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저축)를 시작할 때다. 55세에 3억 원(연복리 4.5% 가정)이라는 노후자금을 준비하려고 한다면 투자 시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55세에 3억 원을 만드는 데 30세에 시작하면 월 54만 원이면 되지만 10년 늦게 시작하면 40세부터 월 116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 이는 10년 늦게 준비한 대가로 무려 4766만 원을 더 저축해야만 똑같은 3억 원의 목표액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납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비 시기가 늦어질수록 늘어난 투자금액을 납부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은퇴 준비 자체를 포기한다는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자금과 국민연금, 그리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주택연금(역모기지론) 등을 활용한다면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재앙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은퇴 문제는 사회 문제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사회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후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앞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단순히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노후를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다. 은퇴, 고민할수록 나의 노후는 가난해질 뿐이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