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식 자유투어 대표이사

여행 전문기업 자유투어가 올 상반기 높은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던 이 회사가 실적과 수익성, 모든 면에서 좋아진 데는 방광식 대표이사의 힘이 크다. 부동산 디벨로퍼 출신으로 부동산 개발과 리조트사업 등을 발판으로 여행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그를, 강원도 평창 로하스파크에서 만났다.
[CEO Interview] “해외 리조트 인수해 글로벌 체인 만들 것”
리조트 규모가 굉장합니다. 언제부터 리조트를 개발하신 겁니까.

“자유투어를 인수한 게 2008년 4월인데,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한 겁니다. 한 4년 전쯤입니다. 아직도 개발 중인데, 위쪽에 7동을 먼저 지었습니다. 그 뒤에 식당과 매장, 어린이 체험관인 와카푸카 등을 지었죠.

향후에는 산 위쪽에 수영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수영장이 들어설 곳에 올라서면 시야가 트여서, 저 멀리 치악산까지 보입니다. 체험관 옆으로는 사계절 이용 가능한 썰매장을 만들 겁니다. 이곳의 지리적인 특성을 살려서 차차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 땅은 언제 사 두신 겁니까.

“그전에 삼성물산에서 디벨로퍼로 10여 년을 근무했습니다. 삼성을 그만두고 나와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했는데, 그때 사둔 땅입니다.”

사업이란 게 말처럼 쉽지가 않잖습니까. 더구나 대기업이면 나오기 힘들었을 텐데요.

“1993년 말 삼성물산에 입사해서 2002년까지 근무했으니까 거의 10년 있었네요. 제가 입사할 때가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시기였죠. 그때는 회사 변화의 주역이 되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대리, 과장을 달고 나니까 제 인생의 끝이 보이더라고요. 죽어라 하면 임원까지는 올라갈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장이 되기에는 더 필요한 것이 있겠다 싶었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사장이 되려면 집안이 좋거나 배경이 필요한 게 한국 사회잖아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슬프고 기가 꺾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시(詩)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 편안하기는 하겠지만 끝까지 가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았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길을 가보자고 결심했죠.

보이지 않는 길, 새로운 꿈을 향해 나가기로 한 거죠. 그때는 안 하면 정말 후회할 거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재지 않고 사표를 던졌는데, 한 달 동안 사표 수리를 안 해줬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인수인계하고 나와 버렸습니다.”

이력을 보면 바로 독립한 건 아니고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들어가신 걸로 돼있던데요.

“2002년에 H&B자산운용에 파트너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파트너로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가끔은 삼성이라는 큰 우산이 그리울 때도 있었고요. 거기서 2년 정도 하다 독립을 했습니다.

이왕 회사 나온 거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보자고 한 거죠. 개인적으로는 잘 풀린 케이스죠. 사람에게는 운세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의 성패는 80, 90%가 거기 달렸다고 봅니다. 전 그런 흐름을 잘 탄 셈이죠.”

독립을 하고 처음 개발사업을 하신 게 장지지구였죠.

“네. 장지동 땅을 살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전체 분양한 게 6필지였는데, 입찰보증금이 부족해 그중에 세 개를 찍었습니다. 10여 년을 개발만 했으니까 지도만 봐도 어디가 좋겠다는 답이 나와요.

시뮬레이션 시트를 만들어 세 개를 선택한 후에 입찰에 나섰죠. 그런데 앞서 발표한 두 개에서 모두 2등을 한 거예요. 입찰에서 2등이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필지에서 1등을 한 거죠.

입찰할 때는 3등부터 부르는데, 나보다 금액이 낮았어요. 2등을 부르는데 저보다 1억을 덜 썼더라고요. 70, 80억 원짜리 땅이 1억 원 차이로 저한테 떨어진 거죠. 그때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직원하고 얼싸안고 좋아라 했죠.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그 땅이 개발 후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려줬죠.”

많은 곳 중에서 장지지구를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까.
[CEO Interview] “해외 리조트 인수해 글로벌 체인 만들 것”
“계획된 도시의 상가라는 점 때문이죠. 계획된 도시의 상가는 인허가 기간이 짧고, 건설 기간도 짧습니다. 전체 사업 기간이 짧으니까 그만큼 리스크도 낮은 거죠. 요즘은 예상 인구에 맞춰 도시개발을 하기 때문에 편의시설 등 상가가 딱 맞게 나옵니다.”

로하스파크도 그때 시작하신 건가요.

“장지지구 개발할 때 일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죠. 2금융권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리조트사업이란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수백억 원을 일시에 투자한 리조트 중에 수익이 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로하스파크는 그런 곳과 다릅니다.

저는 리조트가 장치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휴양과 에듀테인먼트가 있어야 하고, 거기서 리프레시를 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만큼 중장기 계획이 필요한 거죠.

로하스파크는 여전히 진행 중인데 이처럼 긴 안목이 필요한 거죠.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은 몇 년 안에 마무리를 짓지만, 리조트는 바뀌는 트렌드를 계속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끝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땅은 어떻게 찾은 곳입니까. 나무도 울창하고 경치도 무척 좋은데요.

“삼성물산과 부동산 투자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정말 많은 땅을 봤습니다. 지금도 어디라고 하면 땅의 특징을 죽 읊을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은 상수도 땜에 허가가 안 나고, 어느 곳은 종중(宗中) 땅이라 누구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는 걸 꿰고 있습니다. 택지개발도 지도만 보면 어디가 유망한지 금방 눈에 들어와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리조트사업은 대기업들도 쉬 나서지 못합니다. 개발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일단 여기가 수도권 근교의 비싼 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곳이잖습니까.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 않아서 자금 압박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곳과 차별화되죠.

어린이 체험관인 와카푸카 하나에만 한 해 10만 명이 찾아옵니다. 올해 사업이 일부 마무리되면, 프로방스 스타일의 테마파크와 미로공원, 사계절 썰매장 등이 들어섭니다. 와카푸카까지 합쳐서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늘게 돼요.

꼭 숙박이 아니더라도 놀이시설을 위해 관광객들이 로하스파크를 찾을 겁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평창을 찾지만 정작 가볼만한 곳은 없거든요. 저는 로하스파크를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한 곳으로 만들 겁니다.

국내 리조트는 해외 리조트와 달리 1년에 몇 번이고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요. 강원도와 주변 피닉스파크 등과 연계한 사업도 구상 중입니다.”

자유투어를 인수한 계기는 뭔가요.

“리조트를 개발하면서 여행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개발사업은 상가가 됐건 리조트가 됐건 공간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공간을 만들다 보니까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비즈니스가 뭐가 있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어요. 그게 여행업이었던 거죠.

해외 리조트도 눈여겨봤는데, 각 지역의 리조트를 연결하는 데도 관심이 있었어요. 리조트에서 정말 중요한 게 공간을 채우는 거거든요. 자유투어는 1년에 동남아로 1만~1만5000명을 보냅니다. 동남아 관광객들은 현지 리조트에 묵게 되죠.

그곳에 우리 리조트가 있다면, 관광객들이 거기서 골프도 치고 식사도 할 거 아닙니까. 또 하나의 장점은 우리 리조트니까 우리 직원이 직접 서브를 할 수 있는 거죠. 조만간 해외 리조트를 인수할 계획인데, 거기다 ‘코리아 자유투어에서 운영하는 리조트입니다’ 이렇게 크게 걸 겁니다.

리조트 내 쇼핑센터에는 ‘여기서 판매하는 제품은 대한민국 자유투어가 보장합니다’라고 할 거고요.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투어가 가능하게 되는 거죠. 조만간 그렇게 될 겁니다.”

인수하고 나니 어떻던가요. 올해는 상황이 좋은 듯한데요.

“올해 여행업에서만 40억 원 정도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유투어의 비즈니스 모델이 괜찮습니다. 저희가 매출 대비 수익률이 15% 선인데, 다른 여행사들은 10%가 못되거든요. 여행업만 봐도 저희가 유리한 조건에 있는 거죠.

다른 데와 달리 중간 마진이 없으니까요. 거기에 자유투어만의 색깔과 서비스가 있고, 그것을 알아주는 몇십만 명의 고객이 있잖아요. 그것만 있어도 어떤 비즈니스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저희가 해외 리조트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다. 글로벌 리조트 체인을 갖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라면 누가 믿지 않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부가가치가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그렇다고 무리할 생각은 없습니다. 무리하게 경쟁하다 보면 오히려 무리수만 두게 되거든요.”

실제 눈여겨 둔 해외 리조트가 있나요.

“필리핀 세부나 태국 푸껫, 일본이나 유럽의 몇몇 핵심 관광지역의 리조트들이죠. 1000억 원 수준의 리조트들을 보고 있습니다. 1000억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100억만 있으면 되거든요.

투숙객의 50%는 자유투어가 채우고 일정 수준의 수익률만 보장하면 금융권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대신 그 전에 조건이 붙죠. 자유투어가 안정적으로 경영될 때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단순히 꿈은 아닙니다. 지분을 요구하면 좀 줄 수도 있는 것이고요.”

지역을 좀 더 세분화한다면요.

“동남아가 되겠죠. 중국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중국의 성장세를 보면 하루 빨리 동남아 쪽에 투자해야 합니다. 중국의 해외 자유화가 시작되면 그 수요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 여행업도 국내 비즈니스에만 국한해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올 상반기 매출을 보면 여행업 외 부동산 개발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데, 어떤 개발이었습니까.

“자유투어를 인수한 후에도 부동산 쪽은 지속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판교에 땅이 나왔어요. 3필지가 나왔는데 그중 2필지를 받았죠. 금융위기 때 선착순으로 나온 땅이었습니다. 필지당 원가만 100억 원이었는데, 아마 입찰에 붙여졌으면 200억 원은 써야 받을 수 있는 땅입니다.

그때 고민을 했죠. 여행업이 좋지 않을 때였는데 ‘사서 망하나, 안사서 망하나 똑같다’는 생각에 덜컥 샀습니다. 가격만 보면 판교의 다른 상업지보다 반값이었으니까요. 그걸 사고 1년이 채 안돼 가격이 올랐습니다. 2

008년 말에 제가 경영하는 L&S플래닝과 자유투어 한 필지씩 샀죠. 거기에 지은 상가가 큰 이익을 안겨준 거죠. 현재 80% 정도 분양됐는데, 잘 마무리 될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올해 장사는 4분기만 남았는데, 큰 변화는 없을 듯합니다. 여행업은 12월 중순부터 성수기에 접어드니까 지금부터 내년 상품을 잘 팔아야죠. 내년에는 여행업의 매출을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저희가 온라인 예약이 국내 1위인데, 이 부분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로하스파크인데, 올해 공사를 마무리하면 내년부터는 수익이 나올 걸로 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해외 리조트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해외 리조트 가격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아마 내년이 매입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창=글 신규섭·사진 김기남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