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Column] 오피스 시장의 양극화 전망
최근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라는 서울 용산 국제업무단지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부동산개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호황 국면을 지속하던 오피스 시장도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1%대였던 서울지역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이 5%를 넘어서고 있고, 공실 장기화 현상까지 생겨 건물주들을 괴롭히고 있다. 설마 하던 강남 테헤란로에도 빈 사무실이 늘고 있고,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다.

실물경기 회복, 취업자 수 증가 등 경제지표상 개선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장기 오피스 공실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신규 공급이 크게 늘 것이라는 예상 등을 감안하면 오피스 시장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대기업과 주요 금융기관들이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당분간 투자 확대보다는 비용 절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이후 도심, 여의도 등의 대형 빌딩들이 앞 다투어 준공될 예정이어서 오피스 시장의 조기 회복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오피스 시장의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현재 오피스 시장의 공실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나 절대적인 수준에서는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요 지역의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10%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고, 우리와 비슷하던 일본 도쿄(東京)의 공실률도 9%대로 상승했다. 한국은 불과 1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의 연쇄 도산 등으로 서울시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이 20%대까지 치솟은 뼈아픈 경험이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구로와 가산 디지털단지 등에 서울시 오피스 연면적의 10%에 달하는 아파트형 공장이 신규 공급되면서 강남 등지에 입주해 있던 벤처기업들이 대거 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와는 달리 서울시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3% 내외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 오피스 시장은 경제성장과 함께 수요가 충분히, 그리고 빠르게 증가하며,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충격 위험이 크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최근 오피스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산업은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금융·보험 산업의 성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이러한 산업의 투자가 크게 확대될 경우 주요 핵심 오피스 시장의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잠재력이 충분하다.

물론 최근 여의도 및 도심 오피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빌딩의 준공이 예정돼 있고, 이로 인한 일시적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판교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오피스 개발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거나 예정돼 있어 특정 시점,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침체 가능성은 피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핵심 오피스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도심, 여의도, 강남의 차별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일 지역에서도 신용도가 높은 임차인이 선호하는 빌딩과 그렇지 않은 빌딩 간 차별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향후 오피스 시장은 평균적인 시장 변화의 모습보다는 핵심지역의 차별성이 커지는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김병욱

미래에셋증권 상무
부동산컨설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