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외화 유동성과 금융변수를 중시하는 시각들은 이제는 대부분 금융변수가 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점을 들어 위기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실이 많고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점을 들어 위기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
이 논란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극복 경로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한 나라 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거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이 순서대로 부족한 유동성을 극복하고 위기를 낳게 한 체질을 개선하면 자연스럽게 실물부문에 자금이 들어가 경기가 회복된다.
‘위기극복 3단계론’으로 볼 때 현 시점에서 국가가 관장하는 유동성 위기는 극복됐으나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고 실물경기를 회복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첫 단계인 유동성 위기 극복과제는 이제는 출구전략을 시행하거나 논쟁이 거세지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정책당국이 관장해야 할 단계는 지난 상황이다.
위기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위기를 낳게 한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게 시스템을 마련하는 두 번째 금융시스템 정비단계도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위기 이후 모든 금융 활동에 준거의 틀이 될 미국의 금융개혁법이 발효된 데다 유럽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부실자산 처리를 통해 금융 중개 기능을 복원하고, 다른 한편으로 통화와 재정 양면에서 대대적인 부양책을 병행해 나감에 따라 글로벌 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지표 성격별로 볼 때 선행지표에 이어 동행지표까지 개선되기 시작한 실물경기는 한국 등은 후행지표인 실업률 등이 개선되고 있으나 고용지표 개선은 여전히 불확실한 단계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 형성 주목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됨에 따라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위기 후 형성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리라고 주문할 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세계 질서는 확실하게 ‘차이메리카’ 시대가 자리 잡았다.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인 차이메리카(Chimerica)는 갈등도 많지만 서로 생명줄을 갖고 있어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신 공생관계를 의미한다. 세계 질서가 변하면서 중심국도 변하고 있다. 특히 ‘브릭스(BRICs)’와 함께 ‘비시스(BICIs)’가 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비시스란 브릭스에서 갈수록 정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가 빠지고 부존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새롭게 가세된 용어다. 비시스 4개국 가운데 3개국이 아시아에 속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각국의 경제구조에 있어서도 대폭 개편되고 있다. 그중에서 수출에서 내수 위주의 경제구조 정책을 마치 유행처럼 모든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위기를 통해 한 나라 경제구조에서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글로벌 환경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이른바 ‘싱가포르 쇼크’로 대변되는 단점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더 급진전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시대에 있어서 특정국이 경제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내수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허쉬만(Hirschman)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주력하는 경제운용 방침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모든 것이 변하는 만큼 유행하는 화두어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부도’,‘파산’,‘CDS 프레미엄’,‘양적 완화’등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다. 최근에는 ‘임팩트 효과’, 중국어로 모순이라는 의미의 ‘마오둔(茅盾)’, 모든 것이 손 안에서 다 보인다는 ‘증강현실’등이 유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임팩트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는 점은 기업인들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순수재무 이론대로 너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반성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윤과 함께 기부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임팩트 효과의 핵심이다.
주력 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이번 위기 극복 중에 ‘주력 산업의 카오스(혼돈) 시대’라고 부를 만큼 과도기를 겪었으나 최근에는 증강현실 시대를 가져다준 모바일과 함께 녹색산업, 통합융합산업 등이 확실한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각국의 예산 편성과 기업의 경영 계획에 있어서 이들 업종의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뒷받침해 준다.
주력 산업 변화에 있어서 주목되는 것은 ‘알파 라이징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 α )’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그런 만큼 위기 이후에 형성될 미래 트렌드와 관련해 현재 연구·개발(R&D) 중인 새로운 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 R&D 중이거나 개발이 완성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다양한 제품 가운데 ‘알파 라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몇 개 든다면 첫째, 주인을 알아보는 카드, 둘째, 건강을 가져다주는 바이러스, 셋째, 기름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 넷째, 자전거 교통 천국 ‘벨로벤트(Velovent)’, 다섯째, 어떤 연료든 다 쓸 수 있는 자동차 등을 들 수 있다.
또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business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업종도 주목하고 있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약 72%인 40억 명에 이르며 시장규모도 약 5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BOP 계층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불리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경기 논쟁이 일 만큼 여전히 불안한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
위기를 맞은 지 3년이 되는 현재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미래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는 선행지수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협력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는 올해 초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 벌써 6개월째를 맞고 있다.
물론 국가별로 상당한 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기후행지수의 대표 변수인 고용지표도 갈수록 독립변수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고용창출계수가 낮은 정보기술(IT)과 같은 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고용지표가 경기와 따로 노는 정도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예측기관들이 앞으로 세계경기가 최근 우려대로 ‘더블 딥’ 국면을 피해간다 하더라도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분명한 것은 개별국 차원에서는 모르더라도 지금 당장 세계경기는 출구전략이 논의될 만큼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더 염려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금융의 네트워킹 효과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경기와 주가를 결정하는 데 이 두 요소의 힘이 더 커졌다.
조금만 호재가 나오면 네트워크를 타고 번져 곧바로 낙관론으로 격상되고, 반대로 악재가 나오면 순식간에 비관론으로 전환된다. 위험을 선호하는 사람보다 기피하는 사람이 많은 투자 세계에 있어서는 일단 비관론이 고개를 들면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진화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환율, 주가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이 두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순식간에 바뀌는 여건에서는 특정국의 경기와 각종 가격변수 흐름은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예측기관들의 예측력이 떨어지고 경제주체들이 각종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졌다는 것도 이런 연유에 기인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낙관론의 위기(crisis of optimism)’ 뒤에 이어지는 ‘비관론의 오류(error of pessimism)’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Wesley Mitchell)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문제인 것은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는 점이다.
새로 탄생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이번에는 또 다른 흥분상태로 비관론에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기 위해서는 위기 극복이 부진한 국가들의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위기 극복이 빠른 국가도 경기 회복을 취약계층에까지 확산시켜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과제의 해결이 늦어지면 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3년 주기설’에 따라 ‘더블 딥’ 우려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차기 위기가 어디서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지만 당초 예상보다 이번 위기가 빨리 극복됨에 따라 차기 위기는 어디서 어떤 형태로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10년 주기설’이다. 공교롭게도 10년마다 발생한 1987년 블랙 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이 가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위기의 시장별 발생 패턴, 즉 선진국 증시(블랙 먼데이), 이머징마켓 외환시장(아시아 외환위기), 선진국 주택 시장(모기지 사태)을 종합해 볼 때 다음 위기는 이머징마켓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머징마켓에서 발생했던 마지막 위기는 199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로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머징마켓은 공포의 기억이 잊혀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머징마켓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어떤 위기가 올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단기 통화방어 능력, 중장기 위기방어 능력에 해당하는 해외 자금조달과 국내 저축능력, 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 유입의 건전도 등으로 파악하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 지표가 동유럽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높게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장은 당장 붕괴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질 않는다. 이번처럼 이머징마켓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아직까지 이머징마켓의 버블이 극에 달한 상황이 아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처럼 금융시장 붕괴 직전에 극에 달하는 시장 모멘텀과 레버리지(차입 비율)는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의 강세 행진이 이머징마켓의 상황과 연결돼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머징마켓의 상품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이 매수에 치중(long-only)하는 자금 또는 국내 예금이라는 점은 이머징마켓 상품 시장의 과열 양상을 보여주는 증표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부존자원 싹쓸이에 나서면서 위기 이후 주도권 확보에 위협을 느낀 미국 등이 경쟁적으로 이 전쟁에 뛰어들 경우 차기 위기의 성격은 ‘상품위기’가 되고, 그 시기도 10년 주기설보다 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기 극복이 빠른 한국 경제…‘연착륙’ 달성에 주력할 필요
금융위기 3년간 실적과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대내외 여건을 감안한 예측기관들의 우리 경제 수정전망 작업이 마무리됐다. 정도 차가 있지만 국내 예측기관들이 수정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평균 5.6%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각각 5.9%, 5.8%로 비교적 큰 폭으로 올려 잡았다. 민간 예측기관들도 5.5% 내외로 내다봤는데, 각종 예측 시 정부기관에 비해 신중하게 보는 관행을 감안하면 성장률 면에서는 견해차가 없어 보인다.
해외 예측기관과 국제 금융사들은 국내 기관보다 더 낙관적으로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4월 전망 시 4.5%에서 이번에는 5.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 등 일부 투자계 국제 금융사들은 6%대 초반까지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을 놓고 본다면 한국이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올려 잡는 데에는 상반기 실적이 워낙 좋았던 데다 상반기 실적의 일등공신이었던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다른 국가와 달리 4월 이후 비교적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고용 사정도 하반기 이후에는 소비 증가로 연결돼 소득기여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성장률이 높을수록 좋다는 경제발전 단계 초기나 위기 극복 초반부의 선입견에서 보면 올해 우리 경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발전 단계와 위기 극복 정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거시경제면에서 보면 성장과 함께 물가와 고용, 대외수지와 같은 다른 정책 목표 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금리 인상도 이런 각도에서 봐야 한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금리를 올린 직후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경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불붙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어 그 실체에 대해 투자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의 궁금증이 더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기관별로 입장 차를 보이는 것은 하반기 예상되는 4%대 성장률의 의미와 금리 인상 효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 하반기 예상되는 4%대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견실하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상도 최근처럼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민간기관들은 상반기 7%대에서 하반기 4%대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인상한다면 경기 둔화를 가속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박한다. 일부 민간기관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를 의미하는 ‘더블 딥’과 성장률이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경착륙’ 우려까지 제기한다.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상 시차를 감안해 앞으로 예상되는 성장률이 잠재수준을 웃돈다면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활주로(잠재성장률) 위에 떠있는 비행기(실제 혹은 예상성장률)를 조종사(정책당국)가 승객(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연착륙(soft landing)’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경기 논쟁을 벌이는 두 주체가 연착륙 달성에 최종 목표를 두고 있다면 모두 일리가 있고 건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논쟁의 결론을 토대로 금리를 올릴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시장친화적’인 통화정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G2’경기 문제도 연착륙만 달성한다면 문제는 없다.
한 나라의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경기 과열에 따른 위험까지 줄여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더 강화되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이다. 2004년 6월 이후 미국이 연착륙 달성을 목표로 금리를 올려나간 이후 증시를 비롯한 자산 시장의 황금시대가 전개됐던 때가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 연착륙 달성’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올해 안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의외로 많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최악의 상황을지난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들이 올 7월 이후 비교적 큰 규모로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이런 시각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만큼 기준금리 인상 이후 벌어지는 경기 논쟁은 연착륙 달성에 모아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거나 민간기관들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다면, 우리 경기는 더블 딥(혹은 경착륙)에 빠져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국민이 느끼는 경제 고통은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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