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adies’ Fashion] 심플과 우아함의 대명사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재클린 부비에 케네디 오나시스.’ 그녀의 이름 속에는 패션의 작은 ‘소사’가 들어 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녀의 룩이 제각각 이름을 갖고 변화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70년대 그리고 말년의 룩은 일명 ‘재키 룩’, ‘재키 스타일’로 불렸다.

그녀는 시대와 사회 변화를 잘 읽었고 이를 그녀의 삶 속에서 스타일로 만들었다. 재키는 타계한 지 오래지만, 마이클 코어스와 톰 포드 등의 패션 쇼에서 ‘재키 룩’은 지금도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다.


헵번적 스타일
[First Ladies’ Fashion] 심플과 우아함의 대명사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재키 스타일은 지극히 ‘오드리 헵번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그녀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지방시’이기 때문일 것이다(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까만 지방시 드레스를 떠올리면 알 수 있을 듯하다).

깨끗한 디자인과 실루엣, 장식이 거의 배제된 고급스러운 위베르 드 지방시의 디자인은 절제미와 도시적 감각을 추구하는 그녀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졌다.

재키는 헵번과 함께 1929년 대공황 시대에 태어났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케네디와 결혼하기 한 달 전에 개봉됐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로마의 휴일>,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오드리 헵번이었다.

헵번이 지방시를 진정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헵번적인 디자인의 지방시는 재키 스타일 그 자체였다. 백악관에 있을 시절 ‘미국산 외의 제품 구입 제한’에도 불구하고 그는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의 대표인 버그도프에게 물건을 배송시켜 행정상 문제를 피해서 구입했을 만큼 지방시의 광(狂)팬이었다.
[First Ladies’ Fashion] 심플과 우아함의 대명사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미국의 베르사유, 미국의 마리 앙투아네트

1960년대 미국은 세계의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했고, 이를 위해 모든 것들이 미국의 자신감을 강화하는 데 이용됐다. 재키는 백악관에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최초로 들여왔고, 만찬을 예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고품격의 매너를 보여주는 등 백악관에 미와 지성과 문화의 향기를 가져왔다.

한편, 그녀는 백악관 운영과 더불어 그녀 자신의 공식 의상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녀가 취임 무도회 때 입었던 ‘재키 케네디 룩’이라 불린 새틴 드레스를 기억하는가.

케네디 가(家)의 친구이자 파라마운트의 전 의상 디자이너인 올레 카시니의 디자인으로 탄생한 이 드레스는 심플한 라인과 강렬한 색채로 절제와 모던함을 강조했다.

재키는 지방시 등 유럽 디자이너의 옷을 좋아했지만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미국적이면서도 유럽풍 패션을 재해석할 줄 아는 프랑스 태생 미국 디자이너 카시니를 선택했고, 이는 탁월한 판단이었다.

발목 길이의 이브닝 드레스는 스위스 더블 새틴으로 만들어졌는데, 허리 부분의 리본 장식 외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절제와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재키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그리고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재혼 후 ‘재키 룩’이 탄생하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많은 쇼핑을 했을까. 국가 재정을 파탄 낼 정도로 사치가 심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재키도 지독한 쇼핑 광이었다. 물론, 케네디 가의 재산을 바닥낼 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옷은 많이 입어보고, 사보고 해야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재키의 핑계 속에 그녀가 얼마나 옷을 그리고 패션을 사랑했는지 지방시와 샤넬로부터 날라온 청구서가 어마어마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또 다른 가십거리를 선사한다.
[First Ladies’ Fashion] 심플과 우아함의 대명사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필박스 모자와 부팡 헤어스타일

1950년대와 60년대에 모자는 정치가의 아내가 갖춰야 할 복장의 일부였고, 신발처럼 의상의 마무리였다. 그만큼 모자는 패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재키는 머리가 큰 편이었고 60년대 초반에는 부팡(boofant: 볼륨이 잔뜩 들어간) 헤어 스타일을 선호해 모자가 불편했을 것이다.

버그도프굿맨의 모자 디자이너 핼스턴은 재키를 위해 작고 심플한 필박스 모자(pillbox hat: 챙이 없는 고전적인 둥근 여성용 모자로써 아무런 장식을 달지 않는 것이 특징.

둥근 약 상자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를 착안했는데 재키와 머리 사이즈가 같았던 핼스턴은 재키에게 보내기 전 자신이 먼저 모자를 착용해 볼 수 있어 편했을 것이다.


재키의 ‘잇’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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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대중 매체를 통해 셀러브리티들이 급부상하면서 대중은 이들의 패션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보통명사처럼 돼버린 ‘잇(it) 스타일’이란 말도 스타들의 패션을 본 대중이 ‘That’s it (바로 저거야)!’이라고 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재키가 만들어낸 잇 아이템은 2010년인 지금까지도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여성들에게 꼭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 영순위다.

그녀의 짙은 얼굴의 반을 가리는 선글라스, 대중의 눈을 피하려고 머리에 두른 스카프, 그리고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한 세 줄짜리 진주 목걸이는 시대를 불멸한 영원한 잇 아이템이자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