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이름처럼 우아했던 그레이스 켈리는 금발머리에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배우였다. 영화 속 공주 같은 삶이 현실 속에서도 이뤄져 모나코의 왕비로 등극한 ‘현대판 신데렐라’다(사실 신데렐라는 언니들의 미움을 받고 고생하며 자랐지만, 켈리는 할리우드 스타로 살았으니 ‘신데렐라’란 말이 부적절할 수도 있겠다).


‘레이디 라이크’ 스타일


그레이스 켈리의 패션은 그가 할리우드 배우였을 때에도, 모나코의 왕비가 됐을 때에도 변함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시그니처 룩(signature look)이라면 ‘레이디 라이크 스타일(lady-like style)’을 꼽을 수 있다.

‘레이디 라이크 스타일’은 가장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웨이브가 진 금발과 매력적인 파란 눈, 하얀 피부 그리고 이상적인 비율의 몸매 등으로 대변된다.
[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영화 <이창>(Rear Window·1954)에서 파라마운트 수석 의상 디자이너 에디 헤드(Edith Head)가 디자인했던 360도로 펼쳐지는(풀 스커트) 블랙 & 화이트 드레스는 한 마리의 백조를 연상시켰다.
흰색 장갑을 끼고 흘러내리는 머리를 핀으로 살짝 고정시킨 채 단정하게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아한 숙녀 같은 켈리를 발견하게 된다.
[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그녀의 ‘웨이브 헤어스타일’은 수많은 여성들이 모방하며 붐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MBC TV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주연을 맡았던 김남주도 그중 하나다. ‘그레이스 켈리의 헤어’가 ‘김남주 헤어’로 재연된 셈이다.
[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켈리의 ‘레이디 라이크 스타일’의 정수는 모나코의 왕자 레이니에(Rainier) 공과의 약혼 발표 때 입었던 셔츠웨이스트 드레스(shirtwaist dress)랄 수 있다. 금색 도트가 그려진 로즈 샴페인 색의 실크 드레스, 7부 길이의 소매, 옷깃에 꽂혀진 금색 브로치, 네크라인을 따라 둘려진 베이지 스카프는 말 그대로 ‘그레이스풀(graceful)’했다. 그날 이후 해당 셔츠드레스 회사는 그 드레스의 이름을 ‘왕자의 마음 빼앗기(To Catch a Prince)’로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여성들의 꿈의 가방, ‘켈리’ 백
[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명품 가방 브랜드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스타의 이름을 따서 가방 이름을 짓는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재키가 애용했던 구찌의 더블 스트랩 버전 호보백은 고객들이 ‘재키 오가 들고 다니는 가방을 달라’고 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재키오’ 백이 됐다.

후에는 그녀의 중간 이름을 딴 ‘부비에’ 백으로 명명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애초부터 이름을 짓기도 한다.

프랑스 브랜드 셀린느는 한국 여배우 송혜교의 이름을 딴 ‘송혜교 백’을 내놓기도 했고, 국내 브랜드 빈폴은 가수 손담비 이름을 딴 ‘담비 백’을 선보였는가 하면 가수에서 디자이너로 변신한 임상아는 본인의 이름을 따 ‘상아 백’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모든 여성들이 꿈에 그리는, 하지만 주문을 해도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에르메스의 ‘켈리 백’은 다른 모든 백을 능가한다.

어쩌면 셀러브리티와 잇백의 결합은 이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1956년 라이프 표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은 에르메스를 단숨에 전 세계적 브랜드로 부상시켰다.
[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사진 속에는 당시 모나코 왕비가 된 켈리가 임신한 배를 빨간색 악어가죽 백으로 가리고 있었다.

사진 속 가방은 켈리가 들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작스런 유명세를 탔고, 에르메스의 사장 로베르 뒤마는 원래 ‘색 오트 크로와(Sac Haut Courroies: 에르메스가 1982년에 만든 최초의 가방으로 가죽끈이 달린 높은 가방이란 뜻)였던 백의 이름을 모나코 왕실의 승낙 하에 ‘켈리’로 바꿨다고 전해진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vs 모나코 왕비
[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1961년 5월 켈리는 모나코 왕비의 신분으로 고향인 미국 땅을 밟게 된다. 그때 모나코 왕실 부부가 비공식적으로 백악관에 방문을 하게 됐는데, 양대 패션 아이콘이랄 수 있는 재클린 케네디와 모나코 왕비 켈리가 만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이네크의 검정 드레스에 얌전한 진주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 재키와 밝은 초록색 지방시 드레스에 프린지가 달린 볼레로를 입은 켈리의 패션 대결의 현장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First Ladies’ Fashion] 이름처럼 우아한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
결과는 재키의 승리. 켈리가 쓰고 있던 우스꽝스러운 엉겅퀴 모양의 흰색 터번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미국 디자이너 옷만 입겠다는 백악관과의 약속으로 평소 지방시 마니아였으나 지방시를 즐겨 입지 못했던 재키로서는 내심 지방시 드레스를 입은 켈리가 부러웠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