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창 CJ GLS 대표이사
김홍창 CJ GLS 대표이사는 제일제당에 입사해 CJ선물, CJ투자증권, CJ홈쇼핑 등을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이다.충무공의 ‘사즉생, 생즉사’ 정신이면 안 될 것이 없다고 믿는 김 대표는 매일 아침 전 직원들에게 e메일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CJ GLS를 글로벌 톱10 물류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하루하루를 전장에 임하는 장수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많은 기업들이 기록적인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CJ GLS의 상반기 실적은 어떻습니까.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연초 설정한 경영 목표에 비해 초과 달성하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CJ GLS 임직원들이 ‘원 보디(One Body) 정신’으로 뭉쳐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경영 환경이 상반기에 비해 다소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물류업계 현황과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만족할 만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계속 공격적인 마케팅과 내실 경영을 강화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원 보디 정신’은 김 대표가 주창하신 거라고 들었습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가 어려운 회사에 많이 다녔어요. CJ투자증권(현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제일투자신탁도, CJ홈쇼핑도 생긴 지 얼마 안 돼 급성장한 곳이었습니다. CJ GLS도 마찬가지고요.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다 보니 직원들의 출신이 다양해 학연이나 지연에 따라 파가 나뉘는 거예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고(故) 이병철 회장께서 ‘그룹 내에 학연, 지연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셨거든요. 그 가르침에 따라 ‘끼리끼리 문화’를 없앤 겁니다.
조직원이 각자 딴 마음을 먹으면 회사 경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에서 중요한 건 마음을 한 데 모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메일 경영’으로 유명하신데, 그것도 직원들의 마음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e메일을 쓰기 시작한 건 CJ투자증권에 있을 때부터였습니다. CJ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초기에는 직원 수가 70~80명에 불과해서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습니다. 그때는 매일 사무실을 한 바퀴씩 돌며 직원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고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표이사가 직원들을 매일 찾아가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색함과 불편함을 많이 느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터놓고 대할 수 있게 됐고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이후 점점 조직이 확대되면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e메일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차츰 익숙해지면서 답장을 보내오는 횟수도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e메일 보내기가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돼서 해외 출장 중에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으려고 하고, 밤늦게 귀가하더라도 반드시 집에서 e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또 직원들에게도 고객사나 파트너 회사,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e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잘 활용하도록 적극 당부하곤 합니다.”
최근 받은 e메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글쎄요, 다 소중해서. 그중에 굳이 고르라면 해외에서 보낸 e메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할까요. 우리 회사는 모두 24개 해외법인이 있는데, 현지 직원들한테도 e메일을 보냅니다. 제 e메일을 받은 현지 직원들이 가끔 답장을 보내옵니다. 그들이 보낸 e메일을 보면 회사를 위하는 마음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메일을 잘 쓰는 사장님만의 요령이 있는지요. “가장 중요한 건 진심입니다. 진심이 담겨 있어야죠. 저는 의례적인 단체 메일이 아니라 직원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전한다는 생각으로 e메일을 보내곤 합니다.
이모티콘까지 포함해서 타자도 직접 제가 입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직원들도 차츰 익숙해지면서 거리감도 많이 좁혀지고 직원들과의 스킨십도 많이 강화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또 평소 좋은 글귀나 사진, 재미있는 이야기 등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소재들이 있으면 빠짐없이 모아두고 있습니다. 경영 목표를 상기시키고 독려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생의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나 좋은 격언도 있고 때로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넣어 보낼 때도 있습니다.
멋진 음악이나 사진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직원들이, 알고 있는 좋은 이야기나 소재들을 e메일에 써 달라고 보내오기도 합니다. 가끔은 주변에서 받은 선물 등을 상품으로 걸고 퀴즈를 내서 직원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는데, 매우 호응이 좋습니다.”
회사를 경영하자면 회사의 전체적인 비전도 중요한 듯합니다. 올 1월 부임 후 CJ GLS에 대해 어떤 경영진단을 내렸으며, 최대 현안으로 어떤 것을 상정하셨는지요.
“제가 이전에 근무했던 식품, 홈쇼핑, 제약 등의 사업은 물류보다는 영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물류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CJ GLS 부임 전에는 규모도 작고 제조업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단순한 물류회사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실제 부임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사업영역과 큰 규모에 놀랐습니다.
CJ GLS는 국내에서 선도적인 위상을 확립한 데다 11개국 24개의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섭니다.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고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 역시 매우 큰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2020년 글로벌 톱10 물류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고 봅니다.
우선 회사의 차세대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국내외 사업 현장을 방문해 많은 임직원들을 만났으며, 특히 많은 해외 법인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일에 가장 주력했습니다.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법인과 미주 지역 등 해외 법인을 두루 돌아보며 사업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글로벌 경영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업종을 경험하셨는데요, 회사를 옮기면서 경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을 듯합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가 ‘능력’입니다. 전략적인 판단력과 추진력, 업무 추진 능력 등이 리더의 필수 덕목입니다. 경영인은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수많은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빠른 판단이 필요하고, 여러 대안의 장단점을 신속하게 분석해 결정을 내렸으면 자신의 결정을 믿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직원이 자신의 결정을 믿고 따라올 수 있고 회사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스포츠나 다양한 취미생활 등도 능력에 포함됩니다. 잘하는 것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둘째는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진심으로 부하직원들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다면, 부하직원들도 이를 느끼고 진심으로 따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J투자증권 대표 시절, 한 지점 여직원이 저에게 ‘나인브릿지에서 골프를 치고 싶다는 시아버지와 남편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이를 해결해 주고 난 다음주에 그 여직원에게서 작은 선물이 왔습니다.
대표이사에게 이런 부탁을 하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저는 이렇게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e메일을 적극 활용하는 편입니다. 매일 빠짐없이 전 직원에게 경영 목표나 독려,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이야기, 격언, 유머에 이르기까지 여러 내용을 담아 e메일을 보내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열정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설혹 결과가 나쁘더라도 함께 협력하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 경험은 이후에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취미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경영하느라 힘들 텐데, 취미생활은 언제 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종종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치거나, 지인들과 바둑을 두는 등 취미생활을 즐기곤 합니다.
놀 때도 일할 때도 항상 지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관리도 이루어지고 여러 특기도 생겨났습니다. 골프는 싱글 스코어에 바둑은 아마 5단, 당구도 한때 500까지 치는 등 다양한 취미에 즐기는 편입니다.”
하나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성격 같습니다. 지고는 못 견기는 편이시죠.
“잘 보셨네요.(웃음) 제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바둑을 뒀어요. 바둑은 그 자리에서 승패가 판가름 납니다. 그러다 보니 남다른 승부욕이 생긴 것 같아요.”
싱글을 친다고 하셨는데, 골프도 죽기 살기로 매달리신 건가요. 골프 잘 치는 비결 좀 가르쳐주십시오.
“골프도 처음에는 오기로 쳤습니다. 초보일 때 아는 분이랑 골프를 나가 내기를 했습니다. 그분이 워낙 깐깐하신 분이어서, 초보라고 봐주는 법이 없었어요. 결국 적잖은 돈을 잃었죠.
그 뒤로 일주일에 4일은 연습장, 토요일은 퍼블릭 골프장으로 나갔죠. 물론 일요일은 골프장으로 나갔고요. 그렇게 2년을 하니까 싱글이 되더군요. 골프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매달리는 수밖에요.”
CJ GLS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큰 목표를 세우셨다고 들었는데, 향후 계획을 밝혀주십시오.
“현재 물류업계의 공통적인 화두는 ‘글로벌 진출’입니다. 국내 물류 시장은 규모가 작은 데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여기에다 택배, 3자물류(3PL) 모두 지나치게 저단가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는 무분별하게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 큽니다. 그래서 물류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CJ GLS의 최대 강점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CJ GLS는 국내 물류기업 중 글로벌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기업입니다. 국내 3PL 기업 중 최대 네트워크인 11개국 24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액도 지난해 약 3000억 원으로 역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경영방침을 통해 ‘글로벌 도약의 원년’으로 정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지난 3월 ‘2013년 매출 3조 원, 총 매출의 52%를 해외에서 달성하는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이라는 비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서 2020년에는 글로벌 톱10 물류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에 제 2의 CJ를 만들겠다는 CJ그룹의 전략에 발 맞춰 중국 시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이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진출해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영업을 실시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미주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해 아시아, 중국, 미주·멕시코 등 3대 중심지역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럽, 남미, 러시아, 중동, 인도 등 다른 지역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확장해 현재 11개국 24개 법인을 빠른 시일 내에 16개국 30개 법인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좋은 기업이 나타날 경우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홍창
CJ GLS 사장
CJ 제일제당 부사장
CJ 투자증권 대표이사
서울대 경영학과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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