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투자자문 김상백 대표

[Hot Trend in Stock Market] “펀드매니저 출신 1호 투자자문사의 저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여의도 증권거래소 별관에 있는 레오투자자문을 찾았을 때 김상백 대표는 직원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직원을 보내고 자리를 권하며 그는 오늘 탐방을 다녀온 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이라고 했다.

“요즘 일이 부쩍 늘었어요. 많은 은행과 증권사에서 설명회를 요청하고 있거든요. 며칠 전에도 자문형 랩 때문에 증권사에 들어가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결국 한국도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외국처럼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황, 유행을 따르지 않는 역발상 투자

올해로 창립 4년을 맞은 레오투자자문 김 사장의 말이다. 투자자문 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 그는 누구보다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였다. 특히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었던 2006년 그가 내놓은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 펀드는 2년여 만에 누적수익률 약 125%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거꾸로 펀드’는 역발상 투자의 전형을 보여준 펀드였다. 시황과 유행을 따르지 않고 철저히 종목에만 집중해 인기 주식의 뒤에 가려진 저평가주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거꾸로 펀드’는 머리가 아닌 발품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김 대표는 기업 탐방을 기업 분석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벌써 6년도 더 된 일이네요. 2006년 한국투신운용을 그만두고 한동안 쉬었어요. 주변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그만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좀 쉬고 싶었어요.”

별다른 계획 없이 쉬고 있을 즈음, 현대증권에서 투자자문사 설립을 제의했다. 당시만 해도 투자자문사가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때라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기관에서 투자를 제안했기에 크게 망설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펀드매니저 출신이 설립한 1호 투자자문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레오투자자문의 출범 이후 잘나가는 증권사 펀드매니저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자문사 설립에 나섰으니, 그가 투자자문 업계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다행히 자문사를 설립한 후 주식시장이 좋아 큰 무리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9년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자금은 증권사 등 기관을 통해 들어온 것이었다. 전체 수탁고에서 개인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몇 달 사이 개인 수탁액이 10배 이상 불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로 은행의 PB(Private Banking)나 증권사 지점을 통해 레오투자자문과 연을 맺는다. 자문사 입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오투자자문도 늘어나는 고객에 맞춰 직원 수를 늘렸다.

“자문사를 설립하면서 제가 꿈꿨던 세상이 4년 만에 열리고 있는 거죠. 저희 입장에서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1세대 투자자문사와 신생 자문사 사이에서 저희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야 하니까요.”

자문사 발전을 위해서는 종목 쏠림 현상 경계해야
[Hot Trend in Stock Market] “펀드매니저 출신 1호 투자자문사의 저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레오투자자문의 장점으로 운용 인력의 질을 강조한다. 그 스스로가 10년 이상을 펀드매니저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 덕에 레오투자자문은 중소형보다 중대형 종목에 강점이 있다. 그는 운용 인력의 질만 보면 자산운용사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많은 고객들이 펀드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수익률이지만, 그 이면에는 천편일률적인 포트폴리오에 대한 실망감도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면 투자자문사들도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른바 칠공주가 대표적인 사례죠.”

칠공주란 투자자문사가 선호하는 LG화학, 하이닉스, 기아차,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등 7개 종목을 지칭한다. 최근 자문형 랩에 자금이 몰리면서 투자자문사가 선호하는 이들 종목에 대한 쏠림현상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쏠림현상을 경계했다.

레오투자자문은 종목 선정에 앞서 거시경제와 업황을 본다. 거기서 새로운 트렌드를 찾고 해당 종목을 선정한다. 그런 다음 최종적으로 기업 탐방과 리포트, 펀더멘털을 확인한다. 그는 그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다. 그런 점에서 펀드매니저는 고독한 직업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실 조직에서 독립한 후 심적 압박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살도 좀 빠졌고요. 주가가 빠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입이 마르죠. 아직은 큰 무리 없이 운영해왔지만요. 앞으로도 저희 레오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금융과 조선, 석유화학, 기계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그는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발표가 있은 후에는 모멘텀에 변화가 적어, 시장이 재미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 없이 글로벌 유동성이 뒷받침된다면 시장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투자자문사 선별에 대한 주의도 잊지 않았다. 그는 투자자문사의 선별 기준으로 두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투자자문사를, 둘째는 펀드 운용 경험이 많은 펀드매니저가 있는 곳을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펀드매니저의 경험이 많을수록 운용 리스크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