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 그중에서도 주식시장은 각종 불확실성과 위험이 존재한다. 문제는 불확실성과 위험의 복잡 다양성으로 인해 완벽하게 측정,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워런 버핏 등과 같은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투자에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는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대응이 의외로 심플하다. 이를 요약하면 위험자산 시장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쏠림에 휘둘리지 않고 내재가치에 기반해 충분한 호흡을 가지고 사이클이 아닌 추세에 따라 투자한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주식시장도 불확실성과 위험이 작지 않았지만 심플하고 상식적인 대응은 오히려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이뤄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지난 2007년이나 금융위기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던 2008년의 경우를 보면 ‘쏠림’에 휘둘리지 말아야 함을 잘 보여 준다.

펀드 열풍과 함께 거의 모든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쇄도하는 시기에 주식시장은 정점을 기록했고, 사상 초유의 불확실성으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부터 멀어졌을 때 주식시장은 최악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섰다.

불과 2년이 안 되는 기간에 두 방향의 쏠림을 경험한 것이다. 쏠림에 휩쓸리지 않고 내재가치에 주목했다면 성과를 만드는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다.

충분한 호흡을 기반으로 사이클이 아닌 추세에 투자했다면 역시 일련의 불확실성과 위험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이 변동성이 큰 경기 사이클을 경험했다.

이머징으로 집약되는 경기 호황 사이클과 금융위기로 인한 급격한 위축 사이클이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이머징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추세적인 측면에서 유효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해 이후 글로벌 경제, 기업이익, 주식시장의 빠른 회복은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이머징 경제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머징 국가의 성장 경로를 고려할 때, 향후에도 글로벌 경제, 특히 이머징 경제의 추세적 성장은 상당 기간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추세적인 흐름은 우호적이다.

관건은 그러한 추세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호흡을 갖는 것이다. 금융위기라는 함정 속에서도 추세를 보고 좀 더 여유 있는 호흡을 가졌다면 현재 성과는 실패를 딛고 기대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우리 주식시장은 일정한 틀 안에 갇혀 움직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둔화’라는 순환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아울러 상승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편향과 쏠림도 부담이 되고 있다. 순환적인 불확실성이 있지만 경제의 추세적인 흐름이 여전히 우호적이고, 기업이익 역시 예상을 넘어서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일시적인 둔화와 감속이 있을지언정 추세의 유효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후 상승 과정에서 나타난 편향 역시 2007년과는 상당히 다르다.

순환적 경기 둔화 우려가 작용하고 있지만 기대나 예상이 아닌 실제 기업이익이 뒷받침되고 있어 상승의 토대는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경기 둔화라는 순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국면에서는 추세가 가지고 있는 견고함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충분한 호흡이 관건이다. 사이클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위험이 아닌 추세를 따를 수 있는 호흡이라면 현재 우리 주식시장은 기회요인이 많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아직은 남아 있지만 추세라는 상식에 근거한다면 현재 우리 주식시장의 흐름을 그리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CEO칼럼] 상식과 추세로 풀어 본 주식시장
김호경

산은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