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분기가 끝난 어느 날, VIP 고객과 포트폴리오 리뷰를 위해 미팅을 가졌다. 당시 증시는 최악의 상황으로, 2007년 10월 1560대를 찍었던 ‘S&P500 지수’가 2009년 3월 666까지 떨어졌었다.

보통 하락장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보이거나 주가가 과평가됐다는 판단이 서면, 현금 비중을 높이고 주식 비중을 줄이게 된다. 또 하락장이 시작되면 보유 주식도 제약주 등 방어주의 비중을 높인다.

사상 최대의 위기설이 나도는 만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로 2007년 하반기부터 늘려온 현금 보유 비중을 추가로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자연히 주가가 폭락할 당시, 이 같은 보수적인 투자전략은 진가를 발휘했고 표준지수보다 월등히 나은 투자 결과가 나왔다. S&P500 지수가 40% 하락하는 동안 우리 계좌는 20%밖에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날 미팅에서 내세운 우리 측의 성과였다.

그러나 필자의 설명을 듣던 VIP 고객은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제가 전문가에게 투자관리를 맡기는 이유는 지수보다 손해를 덜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 말에 섭섭하면서도 짜증과 화가 났지만, 점차 고객을 이해하게 됐다. 실제로 헤지펀드들이 해왔듯이 미국에서의 투자는 점점 ‘절대 수익(absolute return)’을 목표로 한 투자관리가 자리를 잡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 현금 보유를 늘려 때를 기다리는 방어적 대응 방식이 아니고 수익 실현이란 공격적인 자세로 투자대상에 선물과 파생상품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투자관리 방식은 공매도나 파생상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양화된 상장지수펀드(ETF) 덕분에 과거에 비해 훨씬 수월해졌다. 금값이 오르면 상승하는 펀드, 금융주들이 떨어지면 값이 오르는 펀드, S&P500 지수가 떨어지면 오르는 펀드 등 시장 흐름의 양쪽 입장을 모두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ETF가 상장돼 있다.

‘절대 수익’ 전략의 보편화를 반영하듯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뮤추얼펀드 이름에 ‘앱설루트(absolute)’란 단어가 포함된 펀드 수가 2005년 5개에서 현재 22개로 늘어났다. 뮤추얼펀드 평가기관인 모닝스타(Morningstar)도 ‘절대 수익’을 지향하는 펀드가 90개를 상회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펀드들은 대부분 역사가 짧아 장기적 안목에서 평가하기는 곤란하지만 지난해 이후 성적은 전통적인 펀드에 비해 좋지 않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 1분기까지 12개월 동안 전통적인 펀드가 평균 56.88%의 수익률을 올린 데 비해 절대수익형 펀드는 17.34%에 그쳤다.

물론 전통적인 펀드는 지난해 3월 이후 강력한 주가 반등세의 덕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반등세를 두고 금융위기를 해소해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시장원리’를 왜곡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이후 올 5월까지의 주가 상승세를 떠받칠 만큼 경제가 호전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의 연속선상에서 유럽 재정위기로 위축됐던 뉴욕 증시가 장세를 반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과거 직장 동료의 말대로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보다 많아서’ 주가가 오른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할 뿐이다.

필자뿐 아니라 적지 않은 펀드매니저들이 ‘정직하지 않은 증시’의 움직임 때문에 전통적인 투자전략과 절대수익 전략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


[Up-Front in US] 전통적 투자 vs 절대 수익 투자
김세주


베어스턴스(Bear Stearns) 투자 컨설턴트
찰스슈왑(Charles Schwab) LA 한인타운점 지점장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투자 컨설턴트
현재 엑셀런스 에셋 매니지먼트 (Excellence Asset Management)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