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이대목동병원 위암·대장암협진센터장
이대목동병원이 지난 7월 6일 위암·대장암협진센터를 개설했다. 센터장에는 그간 대장암 전문의로 명성을 쌓은 김광호 교수가 맡았다. 푸근한 인상의 김 센터장을 만나 평소 건강관리법과 위암·대장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에 대해 들었다. 이대목동병원은 요 몇 년 사이 큰 변화를 겪었다. 이대동대문병원을 2년 전 이대목동병원으로 통합했고, 지난해 3월에는 여성암전문병원을 개원했다. 개원 1년 4개월째 접어드는 여성암전문병원은 초기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유방암·갑상선암 환자는 200% 증가했고 부인암도 100% 늘었다. 지방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찾고 있어 전국병원화가 됐다는 것이 병원 측 평가다.
이대목동병원은 여성암전문병원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위암·대장암협진센터의 문을 열었다. 초대 센터장은 대장암 분야에서 오랜 명성을 쌓아온 김광호 교수. 김 센터장은 위암·대장암 분야의 의료진 18명을 주축으로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과의 협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도 안 된다 “암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때가 많았어요. 그중 하나가 잘못된 정보입니다. 암환자들은 병원에 오기 전 이미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습니다. 개중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그릇된 정보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혹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고기가 암에 나쁘다는 정보를 접한 이후 채식 위주의 식사만 고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만 고집하다 보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고기를 드시되 가급적이면 직접 불에 구운 고기보다는 수육 등의 고기를 권하고, 쇠고기보다는 닭고기를 권합니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올해로 쉰 살이 된 그는 대장암 수술을 시작한 지도 벌써 15년이 됐다. 15년간을 암 환자들과 늘 함께 하면서 그는 삶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건강의 첫째 조건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든다.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에 가장 나쁜 적이다. 스트레스는 정신뿐 아니라 신체에도 해를 끼친다. 누구나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설사를 하거나 복통을 경험한 적이 있을 터이다. 이는 장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부조화로 장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암 환자들 중에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요. 직장암 환자 중에는 항문 없이 여생을 보내야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죠.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그걸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굉장히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문제는 자신의 상황을 힘들게 받아들이는 환자들이 재발의 빈도도 높다는 겁니다. 그런 환자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죠.”
색깔 채소와 과일, 삶은 닭고기 챙겨
음식도 정신 건강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잘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은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얻고,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따라서 먹을거리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색깔 있는 과일과 채소를 골라 먹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그는 아침에 신경을 많이 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그도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밖에서 해결한다. 이렇다 보니 본인이 식단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때가 아침이다.
토마토는 그가 가장 즐기는 채소다. 토마토는 항암효과가 있는 리코펜이라는 물질이 풍부하다. 그는 잘 익은 붉은 토마토를 살짝 데쳐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아침마다 한두 개 꺼내 먹는다.
붉은 당근과 붉은 고구마 등도 즐겨 먹는다. 고구마는 변을 부드럽게 해 변을 잘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통째 썰어서 먹기도 하고, 때로는 땅콩 등의 견과류와 함께 갈아 생식으로 먹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아몬드,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는 동맥경화 등의 순환계질환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붉은색 먹을거리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채소는 붉은색이 대체로 건강에 이롭지만, 붉은색 육류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색 육류는 닭고기와 같은 흰색 육류에 비해 대장암을 발생시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육류에 함유된 헤모글로빈 성분이 암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저는 수술을 끝낸 환자들에게 닭백숙을 권합니다. 수술 환자들은 장 회복이 우선이거든요. 장 회복을 위해서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요. 단, 껍질 같은 지방은 제거하고 먹으라고 하죠.”
마지막으로 그는 유산소운동을 권한다. 따로 시간을 내어 매일 30분 이상 걷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운동을 챙길 필요가 있다. 그도 진료와 학회, 회식 등으로 운동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활동량이 훨씬 늘었다. 전철 안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재미는 덤으로 찾아왔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산행도 빠뜨릴 수 없다. 등산은 초등학교 시절 산을 유달리 좋아하던 담임선생님의 영향으로 시작했다.
그는 병원 일이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오른다. 현재 병원 산악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학교 동창들과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른다.
자연에 온 몸을 맡기고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진다. 4~5시간 산행을 마치고 산 아래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산행에도 철칙은 있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긴 산행에 나섰더라도 몸이 허락하지 않으면 도중에 돌아온다고 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 왕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편안하고 긍정적인 자세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결혼 20년 차인데요, 요즘은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편하고 좋더라고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 느끼는 편안함과 여유, 그것만큼 삶을 건강하고 여유롭게 하는 게 또 있을까요.”
김광호
이대목동병원 위암·대장암협진센터장
고려대 대학원 의학 박사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교수
대한대장항문학회 기획위원장
대한임상종양학회 교육수련위원장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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