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프랑케티 이탈리아 천재 와인 메이커

[Spot Interview] “와인 만드는 일은 여전히 나를 흥분시킨다”
안드레아 프랑케티(Andrea Franchetti)는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천재이자 괴짜 와인 메이커로 통한다. 이탈리아 귀족 가문의 자제로 40대 초반부터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한 그는, 카베르네 프랑으로 위대한 와인 ‘테누타 디 트리노로(Tenuta di Trinoro)’를 선보였다. 장 뤼크 튄느방(Jean-Luc Thunevin), 피터 시섹(Peter Sisseck)과 함께 레드 와인계의 야망가 3인방으로 불리는 프랑케티를 만났다.

마흔이 될 때까지 와인 수입업체, 레스토랑 등을 경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자기 와인 메이커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있나.

“토스카나 남단 발 도르시아 지역을 여행하다 사르테아노(Sarteano)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곳에서 겨울을 나게 됐다. 그것이 인연이 돼 그곳에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만들게 됐다.”

와인 메이커로 변신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그게 어떤 와인인가.

“사르테아노에서 느낀 아름다움, 그걸 그대로 표현한 와인이다. 내가 느낀 사르테아노에 대한 이미지를 와인에도 투영시키고 싶었다.”

손이 무척 투박하다. 농부의 손을 연상시키는데, 아직도 포도밭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이전까지 사르테아노는 포도의 불모지였다. 마을 노인 2명과 함께 돌을 치우고 포도밭을 만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포도밭에 여러 일꾼들이 있지만 지시만 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내 스타일의 포도밭을 만들 수 있다.”

트리노로의 포도밭은 일반 포도밭에 비해 포도나무가 촘촘한 걸로 유명하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일반 포도밭에 비해 포도나무가 2~3배 많은 게 사실이다. 포도나무를 촘촘하게 심으면, 자기들끼리 경쟁을 한다. 가끔은 적자생존의 동물 세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같은 포도나무라도 밭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에서 딴 포도는 즙도 많고 송이도 크다.

반면 밭 가운데 있는 포도나무는 일본 분재처럼 키는 작지만, 포도 알이 단단하다. 수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껍질도 더 두껍다. 레드 와인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포도로 영그는 것이다.”

비료는 안 주는 것으로 안다. 밭을 가꾸는 특별한 비법이 있나.

“비료는 안 준다. 먹을 것을 주면 포도나무가 더 이상 긴장을 하지 않는다. 자연 포도도 좋지 않다. 대신 철가루를 뿌린다. 좋은 철을 밭에 뿌려주면 10년 정도 밭은 기운이 북돋워진다. 단, 기름이 묻지 않은 철이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트리노로 와인이 특별한 이유를 말해 달라. 어떤 노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했나.

“재능(talent)이다. 나는 포도나무를 키우는 법도, 와인을 만드는 법도 학교 같은 데서 배운 적이 없다. 그럼에도 와인을 만든다. 내가 아는 와인 메이커 중에는 나처럼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재능이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나. 재능이 있기 때문에 와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만드는 일이 좋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