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쥐베르 파크 하얏트 서울 총지배인
지난 6월 서울의 강남대로는 남아공 월드컵 응원단의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이 16강을 치르던 날 삼성동 거리는 응원전으로 장관을 이뤘고, 그 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파크 하얏트 서울 호텔’은 전 객실이 예약됐다.전면이 통 유리창으로 된 객실의 인기 덕분이다. 올해로 창사 5주년을 맞은 파크 하얏트 서울의 ‘필립 쥐베르(Philippe Zuber)’ 총지배인을 만나 파크 하얏트 서울의 ‘진정한 호텔 명품 서비스’에 대해 들어봤다. 파크 하얏트 호텔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일정 조건들을 충족한 곳에만 들어선다. 도시의 핵심지역이면서, 쇼핑과 레저, 그리고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 요건. 그래서 파크 하얏트 서울도 강남 교통의 요지인 삼성동에 들어섰다.
2005년 4월 15일 개관한 파크 하얏트 서울 호텔은 한 층에 수십 개의 작은 룸들이 즐비한 여느 호텔과 달리 각 층당 단 10개의 널찍한 객실만을 배치해 고객에게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티크(Boutique)형’ 호텔이다. 전체 객실이 185개뿐인 파크 하얏트 서울은 제한된 객실 수로 고객 한 명 한 명을 위한 세심한 서비스를 중시한다.
이곳에 지난 1월 14일 부임해 온 필립 쥐베르 총지배인은 프랑스 출신의 호텔리어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호텔경영 교육과정을 마친 후 1995년부터 세계 각지의 하얏트 호텔에서 경험을 쌓은 실력파다. 한국에 부임한 지는 겨우 반 년. 신임 총지배인이라지만, 그가 근무한 지난 상반기 동안 파크 하얏트 서울은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기초부터 재점검, 상반기 자체 평가는 ‘60% 만족’
하얏트 그룹은 전 세계 45개국, 735개 호텔과 리조트, 콘도미니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국의 총지배인들은 각기 다른 국가와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을 다른 곳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2~3년에 한 번씩 순환근무를 한다.
쥐베르 총지배인은 처음 파크 하얏트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할 의사를 묻는 제안에 단 번에 “OK”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과 함께 가고 싶던 위시 리스트에 파크 하얏트 서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쥐베르 총지배인이 부임 전 파크 하얏트 호텔을 바라 본 느낌은 어땠을까. “부임 전 하얏트 총지배인들의 정기 모임을 통해 파크 하얏트 서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특히 전 파크 하얏트 서울 총지배인 아드리안 슬레이터(Adrian Slater)와의 대화를 통해 질적인 면에서도 최고인 호텔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죠. 한국에 도착한 후 전 세계의 고객들이 찾는 비즈니스호텔답게 외국어 실력 등 생각보다 뛰어난 직원들의 퀄리티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임 후 그는 기존 호텔 인력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세일즈 마케팅 이사와 식음료 담당 등 뛰어난 인재들을 추가로 뽑아 바닥부터 탄탄하게 파크 하얏트 서울의 곳곳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총지배인이 직접 직원들과 함께 리노베이션·크리에이션 팀 등을 만들며 호텔 내부 디자인과 가구 등 하드웨어적인 면과 함께, 직원 교육 등 소프트웨어적인 면까지 세밀한 계획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파크 하얏트 서울의 기존 실내 디자인은 그대로 살리면서 페인팅과 패브릭 등으로 노후된 부분들만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전 객실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객실에 꽃과 과일을 배치하는 등 룸 서비스 업그레이드에도 세심한 노력을 더했다.
호텔을 찾는 많은 비즈니스맨들의 의견을 수용해 최신 컴퓨터는 물론, 차도 마시고 신문도 볼 수 있는 고품격 비즈니스 센터를 구성해 8월 공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가 짠 다양한 업그레이드 플랜 중에서 가장 힘든 점은 바로 고객 개개인별의 고품격 서비스. 특히 파크 하얏트 서울을 찾는 고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감성적인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세밀한 중장기 계획을 짰다.
상반기 업무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60%는 만족’이다. 나머지 40%는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계획들이기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피드백이 오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하다. 그는 현재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와 함께 임직원들을 위한 혜택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감성 마케팅으로 파리 ‘방돔’ 벤치마킹 지난 6월에는 파크 하얏트 서울 호텔 전체가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단지 185개뿐인 객실이 월드컵 기간 내내 매진되는 등 호황을 이룬 것. 쥐베르 총지배인은 1998년에는 파리에서, 2002년에는 독일에서 월드컵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켜본 월드컵만큼 호텔이 인기를 얻었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삼성동 사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악마의 물결과 경기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대형 스크린, 연예인들의 축하공연이 펼쳐지는 콘서트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6강전이 결정되던 날이었어요. 16강전 출전 여부가 판가름 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 객실 예약이 완료됐습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내내 객실뿐만 아니라 라운지와 바까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경기 시즌 동안 라운지와 바에 대형 TV를 설치하는 등 섬세한 서비스로 호텔 인지도 상승효과까지 톡톡히 누렸다.
꼼꼼하기로 정평이 난 그의 하반기 계획은 무엇일까.
“첫째로 호텔의 전반적인 서비스 수준 상승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때문에 상반기에 시행했던 다양한 중장기 계획들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해요. 파크 하얏트 서울은 총 185개 룸 중에 스위트룸 수는 38개이므로, 다른 호텔에 비해 전체 객실 대비 스위트룸 수가 많은 편입니다.
파크 하얏트 서울만의 남다른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스위트룸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단행할 계획도 있습니다. 둘째는 감성적인 부분과 세심하고 친절한 서비스입니다. 럭셔리 부티크 호텔만의 차별화된 감성 마케팅이야말로 파크 하얏트 서울이 하반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랜입니다.”
그는 이미 호텔 내 식음료업장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등 하반기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호텔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는 ‘더 팀버 하우스’는 100종 이상의 위스키 컬렉션을 갖추는 등 다른 럭셔리 바와 차별화에 노력했으며, 2층의 ‘코너스톤’은 이미 조식은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상태.
24층의 ‘라운지’는 다양한 전통차와 막걸리 등 한국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 특유의 부티크 호텔만의 강점을 살린 고품격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전망이다. 인기 만점인 케이터링 서비스의 경우 품질 관리를 위해 150명 이상의 대규모 의뢰인 경우 모두 거절할 정도다.
“혹시 파리의 ‘방돔’을 아세요? 파리에 가면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인기 많은 호텔입니다. 방돔과 파크 하얏트 서울은 지리와 요건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롤 모델로 삼기에 적당해요.
단, 파크 하얏트 서울은 비즈니스호텔로서는 잘 알려져 있는 반면, 문화와 요리, 스파 등 레저에도 특화된 호텔인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의 열정적인 호텔 전반 업그레이드와 중장기 계획이라면, 조만간 서울 삼성동 한 블록에서 ‘서울의 방돔’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필립 쥐베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호텔경영 교육과정 이수
하얏트 리젠시 파리 마들렌느 총지배인
현 파크 하얏트 서울 총지배인
글 김가희·사진 이승재 기자 holic@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