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자주 거론되는 얘기가 ‘급변하는 경기 변화에 과연 미술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다. 그도 그럴 것이 호황기의 황제주였던 건설 경기나 부동산 시장이 요즘 말이 아니다. 거기다 대형 기업들의 실적도 편차가 심한 편이어서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한다.
그러나 사람은 희망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없다면 인생이 참 서글플 것이다. 그래도 찾아보면 핑크빛 내일을 점쳐볼 수 있는 요소는 적지 않다. 긍정의 힘을 뒷받침해 줄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
올해 들어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급부상한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LED)나 스마트폰 시장은 미술 시장에도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를 이용한 21세기 새로운 빛의 혁명으로 불리는 LED는 이미 미술 분야에서 가장 선호되는 신규 매체로 꼽힌다.
최근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공미술 패턴에 LED가 크게 각광받는 것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 역시 컬러 TV 시대의 ‘백남준 비디오아트’ 못지않은 새로운 개념의 아트커뮤니티 문화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미술 시장의 불안정성도 적잖은 변화 바람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국제 시장에서 검증된 해외 미술(가)의 국내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그동안 총체적인 세계 금융위기 악화로 미술 시장이 조정기를 거쳤지만, 최근 경기 호조 예견으로 향후 미술 시장의 회복을 내다본 부유층 애호가들이 국제 미술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해외 인기작가 작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결과로 짐작된다.
올 하반기에 예정된 대표적인 해외 작가 전시로는 조각가 자코메티(학고재갤러리),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가나아트갤러리)와 설치미술가 도쿠진 요시오카(뮤지엄비욘드뮤지엄), 독일의 작고(作故) 작가 오토 딕스(서울대미술관), 데미안 허스트(송은갤러리) 등 적지 않다.
국내 기준에서만 보자면 중진작가들의 약진도 볼 만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중진작가들이나 지난 몇 년 미술 시장의 활기를 리드했던 작가군들이 새로운 신작을 선보이며 하반기 미술계에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유학 갔던 역량 있는 작가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역진출하고 있어 점차 글로벌화되고 있는 미술 시장의 변모를 실감케 한다. 더욱이 영국의 사치갤러리 기획전 등 국내 젊은 작가들의 밝은 비전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의 부활과 동남아시아권의 약진 아시아 전체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위시한 범아시아권의 새로운 태동은 국내 미술 시장에도 긍정적이다. 세계가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작년에도 중국은 문화산업 육성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 27일 중국 최초의 문화산업 정책 문건인 ‘문화산업진흥계획’ 전문 발표다. 문화 콘텐츠 저작권 보호 조치 및 관련 기업 지원 정책 등 향후 3년 동안 7000억 위안(약 126조 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문화를 더 이상 ‘이데올로기적 도구’가 아닌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추월할 국가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렇듯 중국의 경제규모는 이미 초거대 시장임에 틀림없으며, 아시아 미술 시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임도 자명하다.
잠재 블루칩 시장으로 성장 중인 동남아시아권도 새롭게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런 신흥 시장을 이끄는 리더로 꼽힌다. 이미 홍콩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주요 경매에선 중국,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 미술이 신규 블루칩 반열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개별적인 국가라기보다는 주변 국가와 연계된 군집단위의 ‘동남아시아권’으로 보는 것이 옳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변국과 연계된 유기적 관계가 결국 인도네시아 미술 시장의 붐을 이끄는 동력인 셈이다.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술은 이제 한 나라와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혀 새로운 문화적 융합과 조합으로 국제적 트렌드를 리드하는 결정적 역할의 모델이 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 각 국가에서 벌어지는 미술문화 중흥의 분위기는 머지않아 세계 미술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단초가 될 것이며, 그 긍정적인 영향권에 분명 우리나라도 들어가지 않을까.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울산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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