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 아홉’ 집이 보험에 가입해 있을 정도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데다 보험상품도 고객들의 ‘입맛’에 맞춰 진화를 거듭한 결과다.
보험의 기본 기능은 ‘위험 관리’
미국 재정학자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이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요, 다른 하나는 세금”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언젠가는 사망하는 만큼 이에 대비한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위험 관리를 위한 기본이 바로 보험 설계다. 투자에서의 위험은 평균으로부터 이탈된 정도, 다시 말해 변동성을 의미하지만 보험 설계에서 말하는 위험은 ‘내가 원하지 않거나 바라지 않은 모든 불확실한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사망, 질병, 상해, 그리고 고령화 시대의 노후 대책 없는 장수(長壽)의 위험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이런 위험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라도 위험에 처한다면 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가 어떤 위험에 처했느냐에 따라서 가족에게 미치는 후유증은 각기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가족의 기본적인 생활(생활비, 자녀 교육비, 배우자 노후 생활비)이 위협받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위험을 이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보험이다.
부자들이 먼저 보험 찾는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 부자들도 보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삼성생명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금융상품 가운데 보험상품에 가장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부자들은 보험에 큰 관심을 보일까. 우선 보험의 위험 회피 기능, 즉 보험 본연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예기치 못한 사고 등에 따른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부(富)를 쌓는 데 가장 중요한 노하우가 ‘절대 잃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둘째는 보험의 뛰어난 절세 효과다. 현재 소득세법상 이자 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은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을 통틀어 보험상품밖에 없다. 보험은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할 경우 이자 소득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가입 후 10년이 지나면 보험 차익이 100만 원이든 100억 원이든 상관없다. 차익은 만기 보험금에서 납입 보험료를 뺀 잔액을 뜻하는 것으로 보험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보험료가 차곡차곡 쌓이면 이때 적용되는 비과세의 효과는 매우 크다.
셋째 이유는 부(富)를 승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상속·증여다. 대개 부자들은 현금성 자산보다 토지, 건물 같은 고정자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사망으로 상속이 이뤄지게 되면 유족들은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불가피하게 건물이나 토지를 헐값에 넘겨야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공장 문을 닫거나 경영권을 넘기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 보험이다. 보험금을 타서 상속세를 내면 된다. 보험이 현금자산을 만드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다만 사망보험금은 상속 재산에 포함돼 통상 상속세를 내야 한다.
40∼50대 초반이라면 고액의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60세를 넘어섰다면 보험료가 매우 비싸거나 보험 인수가 안 되므로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대신 적립식 저축성 보험에 들면 된다.
보험금은 비과세되며 저축성 보험도 만기 10년 이상이면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은행 등에 고액의 돈을 맡겨 수십억 원이 모인다면 이자소득이 생기고 합산 과세가 되지만 보험은 그렇지 않다.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 자녀 또는 배우자가 수령하는 보험금은 기타소득으로 인정돼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속세 부담이 큰 사람에게는 세(稅)테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보험은 불확실성이 적은 자산
보험만큼 불확실성이 적은 자산도 없다. 통상 고수익을 안겨주는 금융상품은 리스크도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펀드 등에 올인했던 투자자 중에는 재산이 절반가량 줄어든 사례가 많다. 반면 보험은 리스크를 막아주는 상품이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안전장치일 뿐 아니라 장기적인 재무계획의 틀을 제공한다. 더욱이 보험은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면서 빠져나가는 세금도 잡을 수 있다. 특히 수십 년씩 가는 장기적인 상품이어서 재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이 거의 없다.
보험에는 다른 금융권 상품에는 없는 종신연금 기능이 있어 노후를 보장해준다. 금융권 전체를 봤을 때 연금상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은행이 팔고 있는 연금신탁과 보험사가 취급하고 있는 연금보험이다. 은행의 연금신탁은 10년, 20년 확정형이며 연금 개시 시점이 정해져 있다. 반면 보험사의 연금보험은 확정형뿐 아니라 종신형, 상속형도 갖추고 있다.
종신형을 선택하면 연금 지급이 일정 기간 이후 종료되는 은행이나 투신사의 상품과는 달리 사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상속형의 경우 이자는 연금 형태로 본인이 사망할 때까지 받아서 쓰고 사망하면 원금은 자녀 등을 지정해 상속할 수 있다.
연금보험은 또 연금을 수령할 때 일정금액을 받는 정액형 외에 매년 일정 비율로 연금액이 늘거나 줄어드는 체증형이나 체감형을 택할 수 있는 등 조건이 다양하고 이들을 조합한 복수형도 선택 가능해 더욱 유연한 노후 설계도 할 수 있다.
보험상품의 진화
과거 보험은 저축 수단으로 인기가 높았다. 여기에 보장성 내용이 붙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보험설계사의 주된 효자 상품도 장·단기 저축성 보험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과의 비교가 무색할 만큼 상품 종류가 다양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보험은 이제 단순한 사고 보장에서 벗어나 노후 대비 및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애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필수적인 보장 기능에 추가로 미래에 받게 될 보험금에 대한 시간적 가치를 감안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보험금 자체가 투자 성과에 따라 바뀌는 변액 종신보험이나 변액연금 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
또 보험상품 자체가 갖고 있는 유동성과 환금성의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보험료의 일시적인 납입 중단, 추가 납입, 중도 인출 등 자유로운 입·출금 기능을 갖춘 변액유니버설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에서 탈피해 코스피200지수에 연동하거나 금리스와프를 가미하는 등 투자형 보험상품도 내놓고 있다.
보험은 이제 생활 속 필수 자산이다. 따라서 하나의 보험상품만을 개별적으로 살펴보기보다는 가족의 생애설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 구성원별로 중복되거나 부족한 것을 찾아내고 가정의 경제상황을 고려한 보험 설계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수입과 건강 상태, 투자 성향 등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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