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이 투자자문사 찾는 이유는

일러스트·이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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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have Investment Advisers?

최근 스마트 머니(Smart Money)의 향배는 단연 투자자문사다. 펀드 열풍 초기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설정한 특정 펀드로 자금 쏠림이 심했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을 영입한 몇몇 자문사들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선 이미 비싼 몸이 돼 버렸다. 단순히 자문만 해주던 것에서 벗어나 증권가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준다는 점에서 자문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달 여의도에 있는 한 투자자문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날 박씨는 현금 3억 원을 내밀며 투자를 의뢰했다. 이날 박씨가 놀란 것은 회사 측 반응.

일반 시중 은행이나 대형 증권사 산하 프라이빗뱅킹(PB)센터 같았으면 두 손 들고 환영하며 당장 VIP 고객 명단에 올렸겠지만 이 투자자문사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최근 유명 투자자문사들은 개인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자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이 하락장에 돌입하면서 직접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이들을 자문사로 몰리게 만드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투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투자자문사는 일반 운용사와 달리 맞춤식으로 상품을 짤 수 있고 투자 결정이 신속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펀드 환매가 크게 늘었고 때마침 자본시장법이 도입되면서 투자자문사 설립 요건이 낮아져 경쟁력을 갖춘 자문사들의 설립에 불을 댕겼다.

그동안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던 스타급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자문사를 설립하면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아직까지는 운용 실적도 시장 기대치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높은 수익·포트폴리오 ‘차별화’
현재 투자자문사는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기 위해선 투자자문업의 경우 5억 원, 투자 일임업은 15억 원이다. 만약 두 가지 업무를 다 한다면 20억 원만 있으면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국내 등록된 전업 투자자문사는 108개다. 실제로 이들 전업 투자자문사의 총 계약고는 13조1000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조2000억 원(10.3%)이 늘어났다. 수익률도 대폭 개선돼 당기순이익은 418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851억 원이 증가했고 영업수익은 2104억 원으로 960억 원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문사들이 내세우는 개인 일임계약 하한선은 2억~3억 원 선이다. 물론 코스모, K-1 같은 대형 자문사는 개인 고객보다는 기관의 비중이 높다. 최근 개인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몇몇 자문사는 일임계약 하한선을 4억~5억 원 선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일명 ‘계좌를 튼다’라고 부르는 일임 의뢰는 금액이 많을수록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양하다. 민후식 템피스투자자문 이사는 “5억 원 이상을 맡긴 고객에게는 사실상 모든 서비스가 1 대 1로 제공된다”면서 “직접투자를 위한 종목 분석부터 부동산, 세무 등 거의 투자 전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고객은 기업 인수·합병(M&A) 요령과 우회상장 요령까지 요청할 정도다.

수수료는 연 1.5% 수준이다. 맡기는 금액이 커지면 수수료는 다소 할인받되, 계약당시 합의했던 목표수익률을 초과하면10~20%가량을 성과보수로 받아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종목 운용은 10개 미만이다.

2억~4억 원대 고객은 안정형과 성장형으로 고객을 구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운용보고서는 매달 1회 발행이 원칙이다. 물론 언제든지 전화로 연락하면 운용 실적과 투자 배경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받는 것도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민 이사는 “기존 PB 서비스가 특정 회사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 국한된 것에 상당수 고액자산가들이 싫증을 내고 있다”며 “돈을 맡기는 고객들은 대개 은행이자 2~3배 정도의 투자이익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 한 통화면 언제든지 ‘일임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기에 개인 고객들로선 유리한 점이다.

미래에셋과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대표 펀드매니저로 인기를 끌어오다 지난해 브레인투자자문을 설립한 박건영 대표를 비롯해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활약했던 채승배 HR투자자문 대표, 우리자산운용 출신의 박관종 인피니티투자자문 대표, 유리자산운용 출신의 이택환 TR투자자문 대표 등은 최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물이다.

VIP 투자자문은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자문 서비스를 해주기로 유명하다. 전직 유명 펀드매니저 출신 산하로 현직 유명 스타급 펀드매니저들이 들어가면서 투자자문사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젠 웬만한 기관들도 이들의 조언을 그냥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 시장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자문형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가 주식을 운용한다는 점은 일반 주식형 랩과 비슷하지만 운용 포트폴리오 수립을 투자자문사가 직접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때문에 투자자문사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여기서 증권사의 역할은 자문사의 요구대로 주식을 운용하는 것과 개인별 계좌를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재는 전체 랩어카운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입금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인기 배경이다.

자문형 랩은 우선 주식 편입 비중이 0~ 100%로 탄력적이다. 보통 주식형 펀드는 벤치마크 지수보다 높게 나왔다고 판단하지만 자문형 랩은 벤치마크가 없이 목표수익을 추구하는 게 다르다.

따라서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 주식형 펀드는 60~70% 정도 되는 주식 편입 비율 때문에 지수 하락이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자문형 랩은 주식 편입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높은 수익·포트폴리오 ‘차별화’
또 자문형 랩은 위험도도 높지만 기대수익률도 높다. 이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주식 종목 수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현재 자문형 랩의 주식 종목 수는 10~20개로 60~80개 수준인 일반 펀드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종목 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계좌 단위로 운용되기 때문에 홈트레이딩 시스템(HTS)과 각 증권사 홈페이지를 통해 수익률, 잔고 조회 등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탄력적으로 주식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벤치마크 지수가 상승할 때 반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두 지수 간 변동성이 크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이 코스피 수익률 대비 포트폴리오의 초과수익률에 대한 변동성을 뜻하는 액티브 리스크를 측정한 결과 자문형 랩 상품의 경우 적게는 8.2%에서 최대 17.1%까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국내주식형 펀드는 평균 6% 선이다.

해당 자문사가 종목을 자주 바꾸게 되면 거래 수수료와 세금이 붙어 수익률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우증권이 인피니티투자자문과 연계해 만든 ‘대우-인피니티 Wrap1호’는 대형 가치주 위주로 운용하는 자문형 랩 상품으로 최소 가입금액은 5000만 원이다.

연 10%가 넘는 수익이 나면 초과 수익의 15%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현대증권이 지난 1월 출시한 ‘투자자문사 랩 H-Consulting’은 4개월 만에 판매 금액이 300억 원에 달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상품은 8개의 투자자문사가 포트폴리오 운용을 자문하고 있다.

상품 유형은 코스피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성장형(주식 투자 비중 60~100%)과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자산배분형(주식 투자 비중 0~100%) 두 가지가 있다. 최저 가입금액은 5000만 원으로 현금뿐만 아니라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

송창섭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