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은 금융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며, 나아가서는 기업의 영속성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다. 현대캐피탈은 단순한 CS를 넘어 ‘커스터머 솔루션(Customer Solution·CS)’을 지향한다.
“2009년 말까지 CS와 관련된 문제점을 찾아 보고하고 공유할 경우, 최대한 관리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이후에는 가중 문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2009년 8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2009~2010년을 ‘고객만족 원년’으로 선포하며, ‘불편한 진실’에 대한 고해성사를 주문했다.
정 사장은 지난 몇 년간 회사의 눈부신 외적 성장에 비해 고객만족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스스로 반성하며, 고객만족은 ‘굿 컴퍼니(Good Company)’를 넘어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로 가기 위한 필연적 과제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그는 현대캐피탈의 모든 사업실을 대상으로 고객만족 관련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빠짐없이 취합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산재돼 있는 문제들을 말끔히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그 결과 지난해 말까지 전사적으로 총 530건의 문제점이 접수됐고 그중 397건의 개선과제가 도출됐으며, 최우선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 사장은 또 “고객만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가 되면, 그동안 우리가 쌓아올린 성장, 기업문화, 마케팅과 어우러져 정말 멋진 회사가 될 수 있다. 고객을 만나는 접점에서부터 본사 지원부서에 이르기까지 전사적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했다. CS 개념부터 환골탈태
현대캐피탈은 CS 개선을 위한 첫 단계로 CS를 새롭게 정의했다. CS를 이미 발생된 고객 불만에 대해 ‘친절하게’ 수습하는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이 아닌, 상품 기획 단계부터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고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커스터머 솔루션(Customer Solution)’으로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이는 사후약방문격의 소극적 CS가 아닌, 고객의 목소리를 신속하게 반영하고, 고객보다 한발 앞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시함으로써 고객 불만을 방지하는 적극적이고 사전(事前)적 CS 전략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충격요법’을 취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리더십 포럼’에서 기존에 콜센터로 인입된 불만고객들의 녹취기록을 모든 참석자가 청취하도록 한 것이다. ‘리더십 포럼’은 임원을 포함한 전국의 관리자급 이상 직원들이 모두 모여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연간행사다.
참석자들은 회사의 정책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과 여과되지 않은 신랄한 비판을 몸소 경험하고, 고객만족의 절실함을 직접 체득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고객만족의 중요성은 이후 한 달간의 전파교육 과정을 거쳐 전국의 모든 임직원에게 빠짐없이 공유됐다.
‘충격요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경영진 고객불만 해결 프로그램’을 3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정 사장의 강력한 의지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한 명의 예외 없이 전 경영진에게 생생한 고객 불만을 직접 해결하게 했다. 경영진의 시각에서 고객 불만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게 하기 위함이다.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직접 전화해 민원을 해결하는 데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이다. 일부 고객들은 경영진이 직접 전화해 충분한 설명과 안내를 해줘 오해를 불식시키게 됐다며, 놀라움과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은 오는 7월 완공되는 여의도 사옥 2관 로비 한쪽 벽면을 ‘통곡의 벽’으로 꾸밀 예정이다. ‘통곡의 벽’은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질타를 벽면에 설치된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설이다. ‘통곡의 벽’은 CS 마인드를 혁파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도 없다는 정 사장의 강력한 의지의 소산이다.
2010 CS 혁신 위한 10대 개선과제 선정 운영
현대캐피탈은 2009년 하반기 조성된 CS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고객 관점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10개의 CS 개선과제를 도출해 시행 중이다.
CS 개선과제의 네 가지 골자는 ‘고객 입장에서의 합리적인 가격 책정(pricing)’, ‘유용한 서비스 및 혜택의 이용’, ‘신속하고 편리한 프로세스 제공’, ‘친절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는 CS 개선과제 도출의 기준이 됐다. 특징적인 것은 고객 접점에서의 친절한 응대 등 회사 관점의 과제보다 상품, 서비스, 혜택 등이 고객에게 합리적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는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기존 상품에 대한 고객 불만과 불편은 없는지 등 고객 관점에서의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은 10대 과제 수행을 위해 불완전판매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마케팅, 영업, CS 등 주요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상품 서비스 및 혜택에 대한 불합리 요소를 제거해 나가고 있다. 또한, ‘고객패널’ 운영을 통해 고객 관점에서의 거래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또한 지난 4월부터 ‘커스터머 인사이트 세션(Customer Insight Session)’이라 불리는 고객과의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의 의견과 피드백을 통해 철저히 기존 상품을 진단한 후, 이를 상품개발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상품개발 단계부터 고객의 의견이 철저히 반영되므로 상품 출시 후 고객의 불만족도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행사는 딱딱한 리서치 형식이 아닌 현대캐피탈 상품 담당자와 고객들 사이에 편안한 분위기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데 있어 불편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점들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고객이 적극적으로 신상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회사로는 미국 아멕스(Amex) 카드사가 있다. 아멕스는 ‘런치 앤드 런 세션(Lunch & Learn Session)’이라는 이름으로, 고객들을 회사로 초청해 함께 점심을 하며 카드 상품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는 자리를 마련한다.
현대캐피탈은 이용 고객뿐만 아니라, 아직 현대캐피탈을 이용한 적이 없는 고객도 초청해 금융 생활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다는 점에서 이보다 한 단계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이렇게 준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2010년 본격적인 ‘CS’ 구축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CS’를 통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적극적, 선제적인 고객만족’이다. 현대캐피탈의 ‘CS’는 사내외적으로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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