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불길이 그리스로부터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으로 옮겨 붙을 기미를 보이자 유럽연합(EU)이 급기야 대거 진화에 나섰다. 최대 7500억 유로, 우리 돈으로 대략 1100조 원 규모의 유로 안정기금 마련에 합의한 것이다.

만일 이 돈들이 금에 연동되는 경화(硬貨)였다면 과연 이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글쎄’다. 유로화는 출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1국가 1통화가 아니라, 16개국의 통화동맹인 유로화에 강제규정은 없고 권고사항만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가 그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몇 퍼센트 이상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는 애매한 규정 말이다. 그러니 유들유들한 라틴계 사람들답게 그리스는 사기를 쳤고, 여기에 잽싸게 골드만삭스가 도와주고 수수료를 챙겼다.

자, 그렇다면 이번 안정기금 조성으로 유로화는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게 됐을까. 먼저 얘기할 것은 기축통화인 달러가 안정적이었다면 유로화는 살아남기 어려웠을 게 틀림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달러 역시 페이퍼 머니로서 지난 10년 동안 지나치게 남발된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로 인해 신뢰를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점에서 유로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인해 달러와 유로, 엔화로 해서 3개 기축통화체제로 간다고 해도 사실 아무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이 여전히 기축통화의 엄청난 이점을 유지하려 할 뿐이다.

유로화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유로가 정식으로 일제히 통용된 것은 1999년 1월 1일부터였다. 당시 시작점이 달러당 1.18유로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 무렵에는 0.82유로까지 내렸다가 2004년부터 당초의 1.18유로를 회복했다. 이는 달러가 마구 남발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그러다가 2007년 말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로는 급상승을 했는 바, 이것이 결국 재정문제로 골머리를 썩던 EU 국가들, 특히 남유럽 국가들에치명타가 됐다. 결국 EU 국가들의 경제문제, 동시에 유로화의 위기는 미국의 달러 남발로 인해 파생된 부작용임을 말해준다. 주범은 달러이고 미국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에 음양오행의 오랜, 그러나 변함없는 지혜를 적용해보자. 음양오행의 논리에 따르면 세상만사 어떤 일이든 시작으로부터 처음 3년이 고비가 되고 다음으로는 10년이며 12년이면 최종 확인이 가능해진다. 1999년부터 사용됐으니 2002년이 최초의 고비였다. 이 무렵부터 유로는 달러에 대한 시세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유로의 1차적인 성공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9년 초, 유로는 여전히 달러에 대해 강세 통화였다. 이미 유로는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문제는 미국 달러의 유로화에 대한 견제 국면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건전한 재정 운영과 절약이 몸에 밴 독일은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정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역내 불량 국가들의 군기(軍紀)를 잡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1999년으로부터 만 12년이 되는 올해 말까지 다소 불안정한 국면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유로는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전에도 언급했지만 2019년경 달러와 유로는 공동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 내다본다. 물론 여기에 엔화와 위안화가 보조통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규 칼럼] 유로화의 미래를 점쳐보다
김태규

명리학자
고려대 법대 졸업
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
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
www.hohod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