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월드컵 신사로 다시 태어난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
프리미어리거로 맹활약 중인 볼턴 원더러스 FC 이청용 선수가 월드컵 신사로 거듭났다. 제일모직 갤럭시의 국가대표팀 공식 슈트 ‘프라이드 11(Pride 11)’ 모델로 나선 것. 트레이닝복을 벗고 영국 신사로 변신한 이청용의 또 다른 매력을 엿본다.

이청용 선수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인천에서 영국 런던까지 비행기로 12시간, 런던에서 촬영지인 맨체스터까지 자동차로 다시 4시간을 달려야 했다.

힘든 여정을 뒤로 하고 촬영 준비를 하는 사이, 약속 시간에 맞게 이청용 선수가 등장했다. 얼마 전 기아차에서 선물받은 브라운컬러의 쏘렌토를 직접 운전해 촬영지에 도착한 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간단한 인사 후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간단한 메이크업 후 데님과 레드 티셔츠를 입은 그는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트레이닝복을 벗고 국가대표팀 공식 슈트로 갈아입은 그의 모습에 촬영장에 모인 많은 이들이 감탄을 자아냈다. 클래식한 그레이 슈트와 태극무늬가 어우러진 행커치프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이청용 선수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Special Interview] 월드컵 신사로 다시 태어난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촬영을 서두르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정오를 훌쩍 넘었다. 미안한 마음에 눈치를 살피자 그는 “저만 배고픈가요. 다른 분들도 식사 못하고 고생하시는데 괜찮습니다. 이번 의상 촬영 마무리하고 식사하면 됩니다. 밥은 주시는 거죠”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줍은 목소리와 따뜻한 표정에 촬영장에 있던 모두가 그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나자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촬영분이 남은 탓에 그도 촬영팀도 조바심이 났다. 급히 옷을 갈아입고 우중 촬영을 시작했다. 그의 협조 덕에 다행히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 7시.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Special Interview] 월드컵 신사로 다시 태어난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
볼턴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2시간 정도 단체 훈련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서 게임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집안일도 합니다. 빨래와 청소도 직접 합니다. 음식도 제 손으로 만들고요.

요즘은 부모님이 와계셔서 집안일에서 놓여났지만요.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지금 볼턴에 있는 학교에 다닙니다. 며칠 전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어 외롭거나 힘들진 않습니다.”

여동생이 오빠를 무척 자랑스러워하겠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은데요. (웃음)”

여자 친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있습니다. 중학교 동창인데 자주 못 보는 게 아쉽죠. 하지만 방학마다 영국에 오기 때문에 위안이 됩니다. 얼마 전 화보 촬영을 했는데, 그때도 왔었습니다.”

손에 낀 건 커플링인가요.

“네, (쑥스러워하며) 그렇습니다.”

오늘 촬영 의상은 어땠습니까. 마음에 들었나요.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슈트라고 해서 그런지 더 멋있는 것 같습니다. 볼턴에도 이런 공식 슈트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입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선수들이 슈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공식적인 자리에는 이러한 옷차림이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에 들어가거나 인터뷰를 할 때 조금 불편하지만 슈트를 입곤 합니다.”

[Special Interview] 월드컵 신사로 다시 태어난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
오늘 흑인 꼬마와 촬영을 했는데, 어땠나요.


“꼬마가 무척 귀여웠어요.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귀여워서 촬영도 즐거웠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입니다. 갤럭시에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꿈의 기금’ 도네이션에 동참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TV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축구공 대신 비닐 뭉치나 박스 같은 것을 차고 노는 모습을 봤습니다. 맨발에 그런 것을 차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꿈의 기금 마련에 저도 동참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개인적인 질문 몇 가지만 하겠습니다. 운동선수들은 주량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주량은 얼마나 됩니까.

“사실 술을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축구를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마실 기회도 별로 없었고, 술 마실 생각도 안 해 봤습니다. 운동에 도움이 안 되니까요. 스스로에게 무척 엄격한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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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들 중에는 누구와 친하세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축구를 함께 한 기성용 선수와 친합니다. 합숙에 들어가면 둘이 얘기도 많이 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스태프들과 일일이 사진 촬영을 하고, 스무 장이 넘는 사인을 기꺼이 해주었다.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촬영 중 그가 유난히 맘에 들어 하던 네이비 블레이저 마린룩과 그의 백넘버, 이름이 새겨진 레드 티셔츠를 선물했다.

작은 선물에 그는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세 번이나 머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한 그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선전을 약속하며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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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단복의 비밀


스포츠와 패션의 만남
대표의 자부심으로 클래식을 입다
[Special Interview] 월드컵 신사로 다시 태어난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턴의 이청용
6월이면 세계인의 시선이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모아진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는 이 자리는, 각국 패션 브랜드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각국 선수들이 입는 슈트는 해당 국가의 이미지와 패션을 대표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영국 대표팀은 아르마니, 독일 대표팀은 스트레네스, 이탈리아 대표팀은 돌체앤가바나, 프랑스 대표팀은 크리스찬 디올, 일본 대표팀은 던힐의 슈트를 입었다.

아쉽게도 한국은 그동안 대표팀 공식 슈트가 없었다. 그러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멋진 슈트 차림의 우리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제일모직 갤럭시가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코치, 선수 및 임원에게 공식 슈트를 지원키로 한 것.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때 슈트를 착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슈트는 재킷, 셔츠, 타이, 바지, 포켓 스퀘어, 벨트, 구두까지 토털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지난 2006년과 2009년 WBC 야구 국가대표팀에 공식 슈트를 협찬한 경험이 있는 갤럭시는 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의상 못지않은 세련된 디자인과 최고급 소재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단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신사복의 대명사 갤럭시와 클래식 스포츠인 축구 스타들과의 멋진 조우로 완성된 2010년 갤럭시의 ‘프라이드 11 슈트(Pride 11 suit)’는 월드컵 개최지 남아공의 기후를 고려해 최고급 울 소재로 특별 제작됐다. 운동선수 특유의 신체 조건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슈트는 맞춤 테일러링과 세련되고 시크한 스타일링이 돋보인다.

축구 국가대표팀 슈트는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또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자긍심과 패션의 우수성을 알리며, 나아가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클래식한 스타일의 핏으로 국가대표팀의 자부심을 높여줄 멋진 슈트를 사상 처음으로 입고 출전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축구 국가대표팀 최초 슈트 착용으로 패션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우리나라 패션의 우수성도 해외에 알리면서 나아가 국격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글 신규섭 기자·사진 제공 제일모직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