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아이들의 금융 교육은 무엇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우선 돈에 대한 올바른 관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시급하다. 즉 돈의 가치를 알고 돈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친다. 많은 부모가 “어린 것이 벌써 돈부터 밝히면 안 돼!”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불쑥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돈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 부모들의 이중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 사실 우리 시대 부모들조차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어른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당연히 아이들도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돈 문제에 직면한다. 이럴 때 아예 돈 얘기를 막을 게 아니라 올바른 시각을 갖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사항에 대해 금기하면 음성적으로 빠지게 마련이다. 오히려 잘못된 관념을 갖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피하지 말고 아이와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첫째, 용돈은 최고의 금융 교육 교재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용돈을 주기에는 아직 이르다’거나 ‘돈을 주면 한번에 다 써버리기 때문에 용돈을 안 주고 있다’라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용돈을 주기에 적절한 때는 아이가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용돈을 주게 되면 물건을 사거나 혹은 안 사거나 하는 판단을 아이 스스로 하므로 더 이상 쇼핑하러 가서 아이와 실랑이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 용돈을 주게 되면 아이에게 자립심을 심어준다. 한정된 돈을 쪼개 써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경제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어린이 경제 교육
일반적으로 용돈을 주는 방법은 정해진 기간마다 일정한 금액을 주는 ‘정액제’와 심부름 등을 할 때마다 그에 따른 대가를 주는 ‘보수제’ 등이 있다. 정액제는 매번 일정한 금액을 받기 때문에 돈 관리에 대해 잘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심부름 등을 하지 않아도 용돈을 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보수제는 ‘돈은 노동의 대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무슨 일이든 돈과 관련해 생각할 수도 있다. 용돈 주는 방법을 정액제로 할지 보수제로 할지 아이의 성격이나 교육 방침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정액제로 주고 나머지는 심부름 등에 따라 좀 더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금융 교육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는 물건을 함께 사러 가는 것이다. 물건을 사기 전에 어느 회사 제품이 좋은지, 어디서 사야 더 싸게 살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아이는 돈과 상품의 관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시간에 따라 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아이에게 신선한 공부가 된다. 상표에 따라 가격이 다른 이유, 물건을 살 때 확인해야 할 유통기한이나 원재료 등도 함께 가르쳐준다.
가격이 비싼 고가의 물건을 살 때도 좋은 학습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값비싼 물건을 갖고 싶어 할 때는 우선 그것이 꼭 필요한지 혹은 그저 잠깐 갖고 싶은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갖고 싶다면 그 이유를 써보게 한다.
사기 전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도 함께 체크해 본다. 누군가에게 잠깐 빌릴 수 있는지, 스스로 대신할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 등도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물건을 구입할지 함께 고민한다.
예를 들어 다달이 용돈을 모아서 살지, 명절 때 세뱃돈이나 특별 용돈을 받을 때까지 참을지 결정한다.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이런 과정을 통해 기다리는 습관을 갖게 해야 한다. 원한다고 바로 바로 물건을 갖게 된다면 아이는 물건을 갖는 기쁨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셋째,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험시킨다. 다만 이때 엄격하게 빚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떤 물건을 갖고 싶어 할 때 이를 갖는 여러 방법 중 부모에게서 돈을 빌려 사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때 빌리는 돈에 대해 높은 이자를 매겨 갚게 하거나 정해진 용돈에서 이를 제한다. 평소 돈은 공짜로 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 어떻게 자식에게 이자를 받느냐는 부모가 있을 수도 있다. 미국 최초의 억만장자인 폴 게티(Paul Getty)의 부모는 자식에게도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 조지 게티는 아들에게 1년 기한으로 마치 벤처 투자하듯 투자금을 지원했으며 이익금을 철저히 3 대 7로 나눴다.
소중한 자녀일수록 돈에 관한 한 엄격하게 가르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금융권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 자녀가 이 같은 신용 불량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길 바란다면 어릴 적부터 빚의 무서움을 철저히 가르쳐야 할 것이다.
끝으로, 아이가 자신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게 한다. ‘돈을 불린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좋은 방법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계좌를 개설해 돈을 저축하거나 투자하게 하는 일이다.
저금통에 넣는 것도 돈을 모으는 의미가 있지만 계좌를 만들면 이자나 수익금이 붙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시대는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저축보다는 투자를 가르치는 것이 더욱 좋다. 투자를 통해 주식과 기업에 대해 공부한다면 금융 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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