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농심캐피탈 대표
농심캐피탈은 농심그룹 계열의 유일한 금융회사다. 마이에셋자산운용에서 부회장을 지낸 이종환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농심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소재로 한 소설 <매직램프>의 저자이자 경제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그를 보라매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만났다.2007 년 문을 연 농심캐피탈은 농심이 자본금 200억 원으로 설립한 유일한 금융회사다. 농심그룹 계열의 정보기술(IT) 업체인 엔디에스가 50%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이고 대형 마트인 메가마트가 30%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농심캐피탈의 1대 주주인 엔디에스는 농심캐피탈 지분 취득 목적을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및 자금 운용의 활용도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주요 업무는 우량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나 자사주 취득 등이다.
특히 농심캐피탈은 신기술 분야 투자에 관심이 많다. 그 일환으로 농심캐피탈은 2008년 여신전문업법상의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완료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이란 기술을 개발하거나 응용해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인 ‘신기술사업자’에 대해 투자 및 융자, 경영·기술의 지도 등을 업무로 하는 분야다.
수익률 낮고 자금 회수 어려워 당분간 부동산 투자는 조심
“저희에게 투자를 묻는 회사가 100곳이라면 그중 10여 개에 투자를 합니다. 10%를 선택하는 기준은 먼저 회사가 젊어야 합니다. 우리는 기술력 있는 영 컴퍼니(young company)를 선호합니다.
그 다음 CEO를 중심으로 경영 전반을 엄밀히 조사합니다. 우리는 기업을 볼 때 매니지먼트 퀄리티(management quality)를 상당히 중시합니다. 마지막으로 투자 수익을 따집니다. 캐피털회사로선 투자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농심그룹 계열사들이 모인 서울 신대방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종환 대표의 말이다. 보라매공원과 멀리는 여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무실에서 기자 일행을 맞은 그는 건장한 체구의 노신사였다.
호남형의 인상과 달리 머리카락이 다소 헝클어져 있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머리를 좀 빗어달라고 하자 그는 “증시를 보면서 머리를 쥐어짰더니 헝클어졌다”며 호방하게 웃었다.
이 대표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지수가 2000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모든 종목에서 좋은 수익률을 얻을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요즘 같은 실적장세가 더 먹을 게 없다. 투자자라면 오히려 지난해가 더 먹을 게 많았던 해다. 올해 같은 실적장세에는 종목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 예로 그는 실적도 좋고 배당도 많이 하는 배당주들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그는 구체적인 종목으로 삼성전자와 LG화학, 현대제철 등을 거론했고, 경우에 따라서 현대중공업도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그는 휴대전화 부품 업체 한두 곳의 이름과 미래 성장 가능성이 좋아 보이는 IT 업체를 눈여겨보고 있다.
“우리는 신기술 투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간 그린 에너지와 IT 부품 업체에 투자를 했는데 성과도 괜찮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부동산 투자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 회사 차원에서 부동산 투자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두 달여간 조사를 한 결과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인구구조와 금리 등 여러 가지 가능성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긍정적인 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치지만 무엇보다 투자금 회수가 만만치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부동산을 사서 그곳에서 기업을 하는 경우는 몰라도 재테크 수단으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A는 머니 게임 아닌 시너지를 노린 합병이 원칙
열띠게 투자 전략을 제시하던 이 대표에게 “왜 자산운용사에서 캐피털사로 자리를 옮겼느냐”고 물었다. 난데없는 질문에 그는 웃음으로 먼저 답했다. 그리고는 농심가와의 인연을 들려주었다.
30여 년 가까운 농심가와의 인연은 그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재무학 MBA를 취득하고 미국계 은행인 레이니어에 있을 때 맺어졌다. 한국 기업에 대한 대출과 대출심사 업무를 하며 농심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오다 2007년 CEO 제안을 받고 농심캐피탈에 합류하게 됐다.
금융전문가로서의 욕심도 캐피털행을 선택한 이유다.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에 있는 동안은 주로 주식이나 채권의 매매차익에 기대서 투자를 했다. 그러다 단기간의 매매차익보다 매일매일 수익률을 쌓아 만기에 수익을 정리하는 투자 패턴을 고민하게 됐다.
“사실 증권이나 자산운용사는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못하잖습니까. 투자만을 놓고 보면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죠. 특히 자기자본으로 하는 M&A는 정말 익사이팅하죠.”
그렇다고 M&A를 머니게임으로 보면 안 된다. M&A의 기본 원칙은 시너지다. 기업을 M&A했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가 관건이다. 얼마 전 농심캐피탈이 식품 원부자재 업체를 M&A하려 했던 이유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최종 과정에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M&A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혹시 제가 쓴 <매직램프>라는 소설을 읽어보셨나요. M&A에 관심이 없으면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었겠습니까. <매직램프>는 M&A를 소재로 한 소설인데, M&A에 관심이 있거나 야망이 큰 사람들은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직원들에게 책 나눠주고 강의하는 CEO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고로 향했다. 서고에는 각종 경제서, 명산을 소개한 책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1년에 100여 권의 책을 산다는 그는 예전에는 많이 읽는데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정독을 하게 되더라고 했다.
서고에서 그는 세 권을 책을 꺼내왔다. 두 권은 자신이 쓴 <매직램프>와 <금융재테크>였고, 나머지 한 권은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의 영어 원서였다.
자신이 쓴 두 권의 책을 건네며 그는 <불황의 경제학>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다. 번역본으로 읽었다고 하자 자신은 벌써 몇 번째 읽는지 모른다고 했다. “세계 경제학의 획을 긋는 10대 이슈를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한 책도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이 책을 주제로 직원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했다.
“젊을 때는 돈만 많이 주면 직원들이 관리되는 줄 알았습니다. ‘프로는 실적으로 말하고 돈으로 평가받는다’ 뭐 이런 주의였어요. 그런데 돈만으로는 안 되더군요. 돈을 놓고 싸우니까 팀워크가 깨지고, 큰돈을 버니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월급은 중간 정도 주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CEO로서 그는 등산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독서를 통해 자기개발을 유도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그는 독서 교육을 중시한다. 1년에 10권 정도의 책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3개월에 한 번 독후감 시합을 한다. 또 희망자에 한해 아침 7시부터 직원들에게 직접 강의를 하기도 한다.
“현재 저희 직원이 15명 정도고, 자본금도 200억 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성장하고 투자 성과도 조금씩 쌓이고 있기 때문에 잘 될 거라고 봅니다. 내년부터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의 자금도 유치할 계획이고요. 그 정도 규모가 되면 리스크를 충분히 헤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이종환
농심캐피탈 CEO
마이에셋자산운용 부회장
JP모건 증권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
미시간주립대 MBA
글 신규섭·사진 서범세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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