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채권에 관심 고조

일러스트·이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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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ime to Buy Bonds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은행 예금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 3%대 초중반에 불과한 은행 정기예금 이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올 들어 채권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뒤로 늦춰진 데다가 은행들이 최근 공격적으로 채권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외국인 자금 역시 꾸준히 채권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채권 투자는 기관투자가들이나 거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소매채권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유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채권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 투자와 달리 채권 투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겐 여전히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채권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채권의 기본 특징뿐 아니라 투자 시 주의사항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채권이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들이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대량의 자금을 비교적 장기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채권은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행 주체의 자격 요건과 발행 요건 등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보통의 차용증서와 달리 법적인 제약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또 주식은 기업의 실적에 따라서 배당 액수가 달라지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은 발행 시 약속된 이자를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은행 예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채권은 발행한 주체가 파산할 경우 원금을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반면, 은행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일정 금액까지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국채, 지방채, 특수채, 회사채로 나뉜다. 국채는 중앙정부가 발행한 채권으로 국고채나 국민주택채권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채는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고, 특수채는 법률에 의해 직접 설립된 법인이 발행한 채권이다. 그리고 회사채는 말 그대로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이다.

채권은 이자와 원금 지금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복리채는 말 그대로 이자를 복리로 지급하고, 단리채는 단리 방식에 따라 이자를 지급한다. 또 할인채는 만기까지 총 이자를 채권 발행할 때 미리 공제하는 선지급 형태의 채권이다.

또 이표채는 정해진 단위기간마다 이자를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채권이다. 또 원금과 이자지급을 제3자가 보증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보증사채와 무보증사채로 나뉜다.
금리 전망·신용등급 꼼꼼히 확인해야
채권 투자 어떻게 할까

채권 투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채권을 산 뒤에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정해진 이자를 취하는 방법이 있다. 가령 표면금리 연 5%에 만기 3년짜리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매년 5%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채권은 최초 발행된 이후 만기 이전까지 유통 시장에서 매매가 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즉 만기 3년에 액면가 1억 원인 채권을 샀는데 1년 후 이 채권의 시장가격이 1억2000만 원까지 치솟을 경우 이 채권을 팔면 2000만 원의 양도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채권 양도차익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렇다면 채권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까. 채권 가격은 기본적으로 경기 상황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그리고 수급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서 결정된다. 가령 경기 상황이 좋아져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에 따라 채권 유통수익률도 상승하고 반대로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또 정부가 국고채 발행을 대거 늘리거나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많이 발행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채권 역시 증권사를 통해 매매할 수 있다. 처음 채권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 채권 매매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주식 계좌가 있는 사람들은 별도의 계좌 개설이 필요 없다.

계좌 개설이 끝나면 증권사 영업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투자 목적 및 자금 사정에 맞는 종목을 선택해 채권을 사면 된다. 채권은 장내 채권을 제외하고는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한 매매가 불가능해 증권사 영업점을 통해서만 매매가 가능하다.

다만 한국거래소(KRX)가 개설한 소매채권 시장 홈페이지(Sbond.krx.co.kr)나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만든 ‘채권몰(www. bondmall.or.kr)’을 이용하면 보다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증권사 창구에 개별적으로 문의해야 하고 정보도 해당 증권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불편이 사라지게 됐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각종 채권의 수익률, 표면금리 등 상품 정보와 호가 상황, 체결 현황, 가격 등 시장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소매채권 시장 홈페이지는 개인별로 관심 종목을 등록해 투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투자 설계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채권몰 오픈은 소액 채권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채권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도 보다 폭넓게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채권 시장의 단점 중에 하나인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전망·신용등급 꼼꼼히 확인해야
BBB- 등급 이상 회사채 투자 적격

채권 투자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종목 선택이 중요하다. 국공채는 정부나 정부 유관 기관에서 발행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원리금을 떼일 염려가 거의 없다. 그러나 국공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그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의 재무 상태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회사채를 샀는데 만기 이전에 그 회사가 부도나거나 파산하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은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의 재무 상태가 어떤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 신용등급이다. 민간 신용평가기관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의 재무 상태를 등급별로 차별화해 제시하는 것이 바로 신용등급이다. 통상 신용등급이 ‘A-’ 이상이면 우량회사채로, ‘BBB-’ 등급 이상이면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된다.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면 우량등급 이상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모든 것을 반영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실적 호전 등으로 재무 안정성이 높아지는 기업도 있으며, 신용등급이 높아도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신용등급뿐 아니라 그 회사의 영업 현황, 재무유동성, 대주주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약 특정 회사의 회사채 금리가 동일 등급의 다른 회사보다 높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이 회사의 리스크가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