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A. 루차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총지배인

“고객들의 영혼을 달래는 휴식처 만들 것”
2006년 개장한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이하 힐튼 남해)는 ‘힐튼 월드와이드 리조트’가 운영과 경영을 맡은 한국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 리조트다. 월드 트래블 어워드 3년 연속 ‘한국 최고 리조트’로 선정된 힐튼 남해가 최근 새 총지배인을 맞았다. 봄기운이 완연한 힐튼 남해에서 스테파노 루차 총지배인을 만났다.

힐튼 남해로 들어서는 초입에서는 철 이른 벚꽃과 동백꽃이 일행을 맞았다. 남해 바다의 물결치는 파도에 영감을 얻어 설계된 힐튼 남해는 남해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150개의 스위트룸과 20개의 프라이빗 빌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건물을 지형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배치해 넓은 시야를 확보했다. 또한 국내 리조트로서는 최초로 전 세대 5-베이(5-bay) 구조를 실현해 낮은 층 객실에서도 바다, 섬, 골프 코스를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머물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의 영혼을 달래는 휴식처 만들 것”
힐튼 남해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시 사이드(sea-side) 골프 코스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4계절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힐튼 남해는 한국 최초의 시 사이드 골프 코스를 갖추고 있다.

시 사이드 골프 코스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할 뿐만 아니라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완벽한 라운딩을 꿈꾸게 하는 매력적인 특징들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눈부신 남해를 배경으로 골프 코스가 내려다보이는 클럽 하우스에서 만난 스테파노 루차 총지배인은 “힐튼 남해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급 호텔 서비스를 통해 모든 고객들이 편안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습니까.

“3월 8일 도착해 서울서 하루를 묵었는데 그날 눈이 왔어요. 호텔학교를 나온 후 주로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근무하느라 눈 볼 기회가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눈이었습니다. 고향 스위스가 생각났어요. 눈을 보면서 고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남해는 어땠습니까. 서울이라는 메트로시티에서 한적한 시골 동네로 왔으니 신선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남해의 눈부신 해변과 마늘 냄새 가득한 해풍을 맞는다는 건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다랭이논이 인상적이었는데, 필리핀의 계단식 논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필리핀의 계단식 논을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하는데, 남해 다랭이논도 거기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

한국 음식은 어땠나요. 서양인들에게는 굉장히 맵고, 자극적이었을 텐데요.

“남해에 와서 작은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이 음식과 식사법을 자세히 가르쳐주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솥뚜껑 삼겹살, 삼계탕 등을 먹어봤는데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치는 너무 매워서 김치찌개부터 먼저 시작했습니다.”

힐튼 남해를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휴양지와 비교를 하자면요.

“리조트, 골프장, 스파 등 모든 시설이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했습니다. 어느 힐튼 리조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에 서면 짙푸른 남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스테파노 루차 총지배인은 부임 첫 날 한눈에 남해에 반하고 말았다.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에 서면 짙푸른 남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스테파노 루차 총지배인은 부임 첫 날 한눈에 남해에 반하고 말았다.
어릴 때부터 호텔리어를 꿈꾸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즐겨했습니다. 또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마 제 몸 속에 스위스인과 이탈리아인, 프랑스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인가 봅니다. 여행도 무척 좋아하고요. 호텔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주는 곳입니다. 더구나 호텔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공간이잖아요. 호텔리어가 된 건 어쩌면 필연이었던 듯해요.”

호텔리어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살면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밖에도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3남매의 장남입니다. 두 동생이 스위스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같이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가 그들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란 직업은 사회적으로는 인정을 받지만 늘 바쁘고, 늦게 귀가해 냉동 피자를 데워먹는 생활을 감수해야 하잖아요. 그에 비하면 항상 좋은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곳에서 일하는 제가 훨씬 행복한 거죠.”

“고객들의 영혼을 달래는 휴식처 만들 것”
반대로 단점도 있을 듯합니다. 당장 연애를 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호텔과 결혼하지 않으면 호텔리어가 될 수 없다’는 말도 있죠.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보면 친구나 연인과 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일을 통해 진실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근무한 모든 나라에 친구들이 있고, 제가 자리를 옮기면 찾아와서 머물다 갑니다.”

부모님들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걱정하지는 않으세요.

“멀리 있어도 매일매일 부모님과 연락을 합니다. 어머니가 가까이 사는 형제들보다 더 자주 연락한다고 하십니다. 거리는 물리적인 공간에 불과할 뿐입니다.”

가족을 초청하기도 합니까.

“그럼요. 말레이시아 힐튼에 있을 때 가족이 여행을 온 적이 있었습니다. 조부모님까지 오셨는데, 2주 예정으로 오셨다가 너무 좋다며 두 달 넘게 머무신 적도 있습니다.”

좀 전에 전 세계를 다니며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장소가 있습니까.

“태국 푸껫에 있을 때 쓰나미를 만난 게 저로선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제가 있던 리조트가 바닷가 근처에 있었는데, 거대한 해일로 큰 피해를 봤죠. 해변에 있던 휴양객을 대피시키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외신을 보면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는 거의 폐허나 다름없던데요. 구호작업도 하셨겠네요.

“물론입니다. 다행히 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많은 음식을 비축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죠.”

가족들도 걱정이 많으셨겠습니다.

“쓰나미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연락을 하셨어요. 제가 괜찮은 걸 아시고는 공항으로 구호품을 보내셨어요. 400kg이 넘는 물품을 항공사를 통해 보내셨더라고요. 공항에서 그걸 픽업해서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나눠드렸습니다.

그러고도 물품이 부족해서 쇼핑몰에서 쌀 같은 음식을 사서 나눠드렸죠. 그때는 경황도 없고 충격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을 돕지 않으면 달리 그걸 극복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후유증은 없었나요.

“제가 수영을 좋아하고 스킨스쿠버 마니아입니다. 그런데 쓰나미 이후 1년 가까이 바다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고객들의 영혼을 달래는 휴식처 만들 것”
힘든 경험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저희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이 10개였는데 복구 기간에는 2개만 문을 열었습니다. 당연히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죠.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사관이나 다른 곳에 저희가 장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재취업을 주선했습니다.

그런 일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고, 호텔업에도 창조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죠.”

오랫동안 식품 매니저로 일하다 총지배인은 이곳이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리조트를 만들고 싶습니까.

“현재 힐튼 리조트는 골프의 천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거기서 더 나아가 아이와 가족에게 친숙한 리조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키즈클럽에서 놀이와 동시에 현장학습을 하고, 어른들은 골프뿐 아니라 인근에 있는 사찰 등과 연계해 영혼이 쉴 수 있는 휴식처로 만들고 싶습니다.”

고객들이 로비에 들어섰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까.

“우리 리조트에 들어서면 큰 창을 통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통해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사회, 특히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필리핀에 있을 때 힐튼 파운데이션을 통해 비정규 학교 두 개를 세운 적이 있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제가 추진했던 사업입니다. 남해에서도 그런 일을 찾을 생각입니다.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 일환으로 저희는 비닐 소재의 세탁물 백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었습니다.”

스테파노 A.루차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총지배인
힐튼 콜롬보·스리랑카 운영 총괄이사
힐튼 세부 리조트&스파,
필리핀 운영부장 겸 총지배인 대리
푸껫 아카디아 비치 리조트·태국 식음료 매니저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